현행 학교급식법과 학교급식 논의방향의 문제

학교급식법 개정 10년, 식중독 문제는 여전해
오히려 직영급식 원칙화로 수요자 선택권 침해

야당 주장대로 급식비 국가부담하면 연 5조원 세금

직영급식, 세금급식이어서 양질의 급식이 가능한 게 아냐
급식 운영방식은 수요자의 선택권에 맡겨야

학교급식법 전면개정안이 통과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식중독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고 부실 급식·위생관리, 급식비 횡령, 부당계약 체결 등 학교급식이 떠안고 있는 각종 문제는 여전히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자체와 교육청이 해마다 약 4조 원 가량의 세금을 투입하지만 학생들의 먹거리 안전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이에 현행 학교급식법의 문제점을 짚고, 제19~20대 국회 발의 법률안의 내용을 분석해 학교급식 논의의 흐름을 진단하고자 한다. 아울러 안전 급식과 양질의 급식을 위한 개선책을 함께 논의한다.

○ 현행 학교급식법 문제점

1. 직영급식의 원칙화로 수요자 선택권 침해

- 학교급식법에서는 학교의 장이 학교급식을 직접 관리․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학교급식 운영방식을 직영으로 할지 위탁으로 할지는 기본적으로 학교장과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의 선택권 영역에 있어야 한다. 학부모와 학교운영위원회가 위탁급식을 결정하더라도 교육감의 이념 성향에 따라 승인여부가 결정된다면 이는 수요자 선택권을 침해하는 사항이다.
- 직영에서 위탁급식으로 대부분 전환된 이후에도 학교급식 식중독 사태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 위탁급식일 경우 식중독 사고 유발율이 높다는 주장도 타당성을 잃었다.

2. 경비부담의 모호성과 무상급식 법제화

- 학교급식법 제8조 제4항에서 지자체장은 급식의 질 향상과 시설․설비 확충을 위해 식품비 및 시설․설비비 등 급식 경비를 지원할 수 있다고 하여, 사실상 무상급식의 법률적 근거이자 세금급식의 대못이 박혀있다.
- 하지만 OECD 주요국 중 조세의 고부담 고복지를 택한 핀란드와 스웨덴만 의무교육기간에 무상급식을 제공하고, 미국이나 영국, 일본, 등은 급식경비의 선별적 지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다수의 국가들이 의무교육을 수업료로 해석하지 학교급식을 그 범주로 넣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 19~20대 국회 발의된 학교급식법안

1. 급식 경비를 정부 부담으로 대폭 전환에 대해

- 야당의 발의 법안들은 보호자가 부담할 이런 경비를 국가․지자체 부담으로 전환하고, 심지어 국가 50%, 지자체장․교육감 50% 부담으로 식품비 전액을 무상 지원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예산은 한정되어 있기에 무상급식의 무리한 확대는 예산 편성의 비정상을 낳을 수밖에 없다. 야당의 주장대로 급식비를 국가 부담으로 전환한다면 연간 약 5조 원, 향후 5년간 24조5천억 원을 국가와 지자체, 교육청이 부담해야 한다.

2. 식재료의 국산, 친환경 사용 주장에 대해

- 학교급식 사고의 원인은 불량 식재료 사용과 비위생적인 유통․보관, 식품가공이나 급식과정에서의 오염․부패 등으로 다양하다. 그럼에도 국산 또는 친환경 식재료를 사용하면 급식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법안들이 다수 발의됐다.
- 하지만 교육부의 학교급식 농산물 사용현황 조사에 따르면, 국내산이 97%를 차지한다.
- 식재료의 친환경 농산물은 생산량이 적고 품목이 제한적이어서 친환경 국산 식재료를 의무화하는 것은 실효성을 담보하기 힘들고, 친환경 농산물은 일반농산물보다 가격이 30%정도 높아, 친환경을 의무화할 경우 식재료의 원활한 수급이 불가능하다.

○ 시사점

- 수요자의 선택권을 충분히 줘서 학부모, 학운위, 학교장이 각 학교 상황에 맞게 직영인지 위탁인지, 급식단가를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지, 식재료의 안전한 구매는 어떤 방안이 좋은지를 선택하면 된다.
- 그 선택권을 실현하려면 학교급식법에서 직영급식을 원칙으로 둔 독소조항부터 개정해야 한다. 학운위 결정 또는 학부모 과반수 이상 요구가 있다면 위탁급식을 할 수 있도록 관할청 승인요건을 삭제하고, 시행령에서 ‘학교급식 여건상 불가피한 경우’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