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단협 분석: 위법성과 인사∙경영개입 문제

대기업 단협, 교섭대상 범위 넘어 월권
노조권력과 노조기득권 지키는 수단으로 전락

고용세습하면서 비정규직 비율까지 합의토록 해
인사․경영사항에 노조 동의 얻도록 해

완성차 단협, 해외공장 신설시 동의 얻고
부품 수입금지, 신차종 국내공장 우선 배치 요구

바른사회시민회의와 하태경 국회의원(환노위 간사)이 대기업 18곳1)의 단체협약을 분석한 결과 △유일 교섭단체 인정, 고용세습, 노조 지원 등 법을 위반하거나 △노조가 인사․경영권에 개입하는 등 불합리한 내용이 단협에 다수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18개 조사대상 기업 중 14개 기업의 단협에 ‘본 조합만이 유일한 교섭단체임을 인정하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고, 고용세습도 9개 기업의 단협에 포함되어 있다. 사용자가 노조전임자 급여나 노조 유지관리비를 지급할 경우 부당노동행위에 속하지만 아직도 몇몇 기업은 단협 내용에 이를 담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인사․경영상 결정내용을 노조의 동의를 얻도록 한 부분들이다. 조합 간부 임면이나 비정규직 비율, 하도급․용역 전환, 사업장 확장․합병 등에서 노조와 합의를 통해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해외공장 신설할 때 노조 합의를 구하고 판매부진이나 해외공장 건설을 이유로 국내 생산공장 축소․폐지를 하지 않으며, 공장폐쇄 시 해외공장을 우선 폐쇄하는 것을 단협에 못 박고 있다.

○ 18개 기업 단협에서의 위법 및 불합리한 조항

○ 단협 분석을 통한 시사점

- 노조는 근로조건 범위 등 교섭대상을 넘어, 비정규직 비율 조정과 외주위탁사항 등 조합원의 일터를 조금이라도 위협한다고 여겨지는 사항에 노조동의권을 앞세우고 있다. 급기야 구조조정과 합병 등 경영권에도 개입하고 고용세습이라는 낯 부끄러운 내용까지 단협에 등장시켰다. 결국 현재의 단협은 그 태생의 역할과는 달리 노조편향적으로 변질되었고, 노조기득권 지키기 수단으로 전락되었다.

- 비정규직과 일용직, 청년구직자 등 노동약자를 대변한다는 노동계가 오히려 비정규직을 조합원에서 배제시킨다는 내용을 단협에 담고 있다. 우선특별채용을 단협에 못 박아 정규직을 희망하는 비정규직도, 신입채용공고를 기다리는 청년실업자를 외면했다. 공교롭게도 지난 6월 발표된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이 10.3%로 1999년 실업자 기준변경 이후 역대 6월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 글로벌 시장에 맞게 단협들도 세계화 흐름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에 대비해 유연한 경영을 펼쳐야 하고 경제위기 속 언제 경쟁자로부터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리스크를 항상 안고 뛴다. 인사경영 행사에 노조 동의를 받도록 한 단협 규정은 경영위기의 해결시도를 늦추거나 경영효율화를 가로막아 자칫 기업을회생불능 상태로 빠뜨리고 근로자 모두를 실직상태에 처하게 할지 모른다.

- 따라서 위법 조항들에 대한 노조의 자율적인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부는 노동위원회 의결을 얻어 시정명령을 내려야 한다. 또한 인사경영권에 노조가 개입하는 단협 조항들도 시급히 개정되어야 한다. 노조권력을 키우고 노조기득권만 지키는 단협이 아니라, 단협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할 시점이다.

1)완성차(현대차, 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은행(신한은행, 국민은행, KEB은행, 우리은행, 외환은행), 정유(GS칼텍스,SK에너지, S-OIL, 현대오일뱅크), 조선중공업(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두산중공업), 항공(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단, 은행권은 금융노조 단협을 중심으로 은행사별 보충협약을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