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는 길은 공정선거보도

‘2002 선거보도감시연대회의(선감연)’가 9일 오는 6월 지방자치 선거와 12월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서 10개 중앙일간지에 대해 선거보도준칙 공개를 요구하고 나왔다. 선감연은 이에 앞서 33개 방송사업자에 대해 정보공개법 관련 규정에 따라 선거보도준칙과 관련 정보 일체의 공개를 요구한 바 있다.

46개 시민단체가 연대해서 지난 4월9일 결성한 선감연은 선거에 관한 언론의 공정보도를 촉구하고 감시활동을 전개해서, 언론이 유권자들로 하여금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함으로써 바람직한 선거문화를 정착시키고 정치참여의 질을 높이는 데 그 목적을 둔 조직이다.

선감연은 출범과 동시에 나름대로 마련한 14개항의 ‘선거보도 감시준칙’을 공표한 바 있다. △특정 정당, 후보자에 유·불리한 내용을 보도하지 않는가 △후보자 정책 등을 다룰 때 공정성에 입각한 균등성, 형평성을 보장하고 있는가 △지면할애, 방송기간 분배 등 편집·편성 기술을 특정 후보에게 유·불리하게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지역감정 조장, 근거 없는 음모론과 흑색선전을 여과 없이 보도하지 않는가 △경마식 보도 또는 일기예보식 보도를 하지 않는가 등이 그것이다.

올해 치러지는 지방선거와 대선이 우리 정치사에서 갖게 될 의미를 거론하는 것은 새삼스러울 수 있다. 이번 양대 선거는 한국 정치가 지역주의와 색깔론, 금권선거와 관권선거 등 구시대적 폐습에서 벗어나 정책중심의 대결을 통해 우리 정치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 민족의 사활이 걸린 남북관계를 안정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은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대선후보경선 보도에서 근거 없는 음모론과 색깔론을 부추기는가 하면, 정책대결이 아닌 경마저널리즘을 되풀이하고 있다.

더구나 6·13 지방선거가 코앞에 닥쳐와 있는데도 대부분 언론은 기초와 광역의 지역별 이슈를 다루기는커녕 지방선거 관련기사마저도 소홀히 하고 있다. 우리가 보기에는 대다수 언론이 이번 지방선거를 12월 대선의 전초전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물론 이번 지방선거는 대선이 같은 해에 치러진다. 지방선거 결과가 대선에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그래도 그렇다. 언론은 그 동안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험장이고, 지방자치가 제대로 돼야만 중앙정치의 병폐를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이번 지방선거를 굳이 대선의 전초전으로 새롭게 부각시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굳이 설명을 하자면, 집권당 총재인 대통령이 여당 당적을 이탈해서 여야 식별이 불분명한 시점을 틈타, 일부 거대 언론이 정권의 향배를 좌우하겠다는 야심 때문일 것이다.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뒤 지난 2000년에 치러진 4·13 총선 때도 각 언론사는 자체적으로 선거보도준칙을 제정해서 실천(?)한 바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언론사 스스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공정선거보도를 다시 강조하는 이유는, 정치환경과 매체환경이 크게 바뀐 오늘의 시점에서 언론의 올바른 자세를 일깨워 주기 위해서다. 정치적으로 각성된 국민들은 머지않아 구시대적 정치와 언론을 ‘한 묶음’으로 용도 폐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 미디어오늘 2002. 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