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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개방, '대내협상' 체제 갖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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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25 |
| 시장 개방, '대내협상' 체제 갖춰야 전국농민연대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의 쌀 협상에 ‘이면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국회의 국정조사 발동과 재협상 재개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러한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농민단체들은 오는 6월 대규모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정부가 시장 개방의 대상과 범위를 확대할 때마다 되풀이돼 온 소모적이고 지루한 줄다리기가 아닐 수 없다.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UR) 체결로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김영삼 정부는 10년 동안 62조원을 투자해 농촌구조 개선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결과는 한마디로 실패였다. 공급확대와 수입증가에 따른 농산물 가격의 폭락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농가부채의 급증으로 이어졌고, 경쟁력은 제고되지 않았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03년 11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인준을 둘러싸고 농민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힌 참여정부는, 다시 향후 10년간 119조원에 달하는 농업과 농촌을 위한 투·융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현 대통령 임기 내에 약 15개국과의 FTA 발효를 목표로, 2007년까지 30~50개국과의 동시다발적인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물론 피할 수 없는 선택이지만, 그 전에 정부가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하여 구체적으로 어떤 대책을 마련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무역개방과 관련해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은 대외협상이 아니라 ‘대내협상’이기 때문이다. 자유무역의 확대가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선택이고 일정한 사회적 비용의 지출만이 그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면, 이제 ‘개방’과 ‘보상’을 양 축으로 하는 새로운 통상 패러다임을 구축할 때가 되었다. 즉 ‘개방’에 대한 방향성을 확고히 하고 동시에 다양한 피해자들의 반발과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도 종합적인 보상체계의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이 40년 이상 운용한 ‘무역조정지원제도’는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이 제도는 1962년 케네디 행정부가 노조와의 대내협상용으로 처음 도입했다. 1962년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한 당시 미 노총(AFLCIO) 위원장 조지 미니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내 산업에 대한 보호조치의 강화가 아니라 그 건설적 대안인 무역조정지원제도를 통한 합리적 보상”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반 세기의 진화와 진통을 겪으며 2002년 개정법을 계기로 더욱 확대되었다. 그 주요 내용은 무역 개방으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실업자와 피해 기업 및 피해 농민에게 합리적으로 산정된 보상을 해주는 것이다. 또 무역 관련 피해 근로자·농어민·기업에 소득 지원을 하되, 교육 훈련 과정과 연계하거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전직(轉職)을 지원한다. 미국은 이 제도에 향후 10년간 약 10조원을 지출할 계획이다. 미국의 경제력이나 예산규모, 무역액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최소한의 비용으로 운용되는 유용한 정책수단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무역 개방에 따른 피해 지원이 사회적 비용임을 인식하고, 최소한의 비용하에서 피해자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소중한 국민의 혈세가 ‘눈 먼 돈’이 되어 농촌을 떠돌다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는 일이 10년을 주기로 반복될 수는 없기에 하는 말이다. 또한 침묵하는 다수의 시장 개방 수혜자들을 조직화하고, 이들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자유무역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홍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출처 - 조선일보 2005. 4. 23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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