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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관계 파국은 막아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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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04 |
| 韓·日관계 파국은 막아야 독도 문제를 둘러싸고 한일 사이에 거친 외교적 격랑이 일고 있다. 시마네현의 ‘다케시마(독도)의 날’ 제정, 다카노 도시유키 주한대사의 독도 망언 등으로 독도 문제의 발단을 제공한 일본은 사과는커녕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나카야마 나리아키 문부과학상은 학습지도요령에 독도는 일본 땅임을 명백히 해야 한다는 망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또 마치무라 노무타카 외상은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여 비난하고 우리 국민의 독도 관광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번 사태로 우리 국민의 반일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정부는 일본의 저의를 제대로 파악하여 국익에 손상이 없도록 냉정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가 항상 평화적인 것은 아니다. 흥분된 여론은 외교적 사안을 조용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 그 때문에 독도 문제에 전력투구하여 외교에서 승부사의 기질을 보여주려는 노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독도 문제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우리 정부의 외교사안 우선순위 선정과 처리 방식이 크게 잘못된 것처럼 보인다. 독도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의 최대 관심 사항은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었다. 독도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지만 북핵 문제는 여전히 우리 안보와 세계 평화의 위협 요소로 남아 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미일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 독도 문제로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 될수록 북핵 문제 해결은 그만큼 어려워질 것이다. 이번 독도 문제는 일본 측의 일련의 망언과 도발에 의해 촉발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대응 역시 슬기롭지 못했다. 일본의 도발에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일본에 계속해서 독도 문제를 국제분쟁화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2004년 1월 우리 정부가 독도 기념우표를 발행했을 때 고이즈미 총리는 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이미 말한 바 있다. 그때는 가만히 있던 노 대통령이 갑자기 강경노선으로 선회한 이유가 불분명하다. 외교는 감정이나 허세로 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굴욕을 감수하면서도 조용히 국력을 기르면서 때를 기다리는 지혜가 중요하다. 이번 사태의 진전을 보면 한국과 달리 일본은 매우 치밀하고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거 역사를 살펴보면 일본은 국내 정치적·외교적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항상 한국 카드를 꺼내들었다. 구한말처럼 이번에도 일본의 노림수에 걸려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독도 문제의 불씨를 지핀 일본의 전략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일본은 독도를 거쳐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은 일본의 안보리 진출 지지를 표명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 문제로 중국과 섣불리 연대했다가는 한미일 관계는 파탄을 맞을 것이다. 일본의 안보리 진출은 한국을 둘러싼 주변 4강이 모두 안보리 회원국이 됨을 의미한다. 그렇게 될 경우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전략구도의 재조정 과정에서 우리의 입지는 매우 좁아지게 될 것이다. 노 대통령이 말하는 ‘동북아 균형자론’은 이러한 전략구도에서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독도 문제에 따른 거친 파도에도 불구하고 한일 정상회담은 이번 상반기에 예정대로 열려야 한다고 본다.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지도자 간 ‘OK목장의 결투’가 될 것이다. 역사상 양자 모두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 정상회담은 반드시 한 측의 몰락을 가져왔다. 향후 열리게 될 양 정상의 결투는 무승부로 끝나야 한다. 양국 관계의 미래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두 지도자는 총을 뽑아서는 안 된다. 우리 정부는 한일 관계가 독도 문제로 파국을 맞지 않도록 지금부터 한일 정상회담에 대비하여 치밀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국제정치학) 출처 - 세계일보 2005. 4. 4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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