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가 부패의 주범이다 | |
2005-03-16 | |
규제가 부패의 주범이다 지난주 수요일 매우 뜻깊은 행사가 개최된 바 있다. 투명사회협약 체결식이 바로 그것이다. 행사에는 대통령은 물론 국무총리와 야당 대표를 포함한 정치권, 그리고 시민단체, 재계 등 각계각층의 지도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손에 손을 잡고 우리 사회에서 부패를 일소하자고 서약하는 공개적인 행사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한평생을 청렴하고 강직하게 조국의 독립과 발전을 위해 혼신을 다한 백범 김구 선생 기념관에서 가진 행사였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욱 커 보였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각계각층의 대표들이 굳게 다짐을 한 만큼 부패가 과연 없어지게 되는 것일까? 그러나 이에 동의하는 국민은 아마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만연된 부패의 문제는 일회성 행사나 거창한 구호만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국제투명성기구(TI)에서 매년 발표하는 부패인식 지수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147개국 중 47위를 기록했다. 이 순위는 GDP 기준 세계 10위권인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에도 걸맞지 않으며 경쟁 대상인 싱가포르(5위), 홍콩(10위)에도 크게 뒤진다. 우리 사회에서 이 같은 부패의 만연은 형평성 문제를 야기함으로써 사회 통합을 저해함은 물론, 외국 자본의 유치를 어렵게 하고,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이 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전체 국가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암적 존재가 되고 있다. 그러면 이 부패 문제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역시 과감하게 규제를 푸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각종 규제는 부패를 양산하는 온상이 되고 있다. 행정기관 입장에서 규제는 기업과 국민을 옥죄는 힘을 상징한다. 그러나 규제를 당해야 하는 기업과 국민은 그만큼 피곤하고 또한 많은 비용을 치르게 된다. 기업의 창업은 물론 각종 인·허가 과정과 실제 기업 활동에 있어서도 과다한 규제가 집행되고 있으며, 더욱 큰 문제는 부처별로 얽혀 있는 중복 규제이다. 규제 수준도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우며, 또한 매우 복잡하고 애매모호해 행정기관의 재량권이 남용될 소지가 많은 실정이다. 기업은 태생적으로 효율성과 생산성을 중시한다. 때문에 여기에서 바로 비리와 부패문제가 야기되는 것이다. 이는 중앙부처보다 직접 민원을 접하게 되는 지방기관일수록 더욱 심각하다. 최근 경기불황인데도 불구하고 기업의 접대비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계속되는 것일까? 물론 모든 규제를 다 풀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 국민 경제활동의 형평에 관한 것, 그리고 환경보호를 위한 핵심적 규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 대신 복잡하고 주변적인 규제는 과감히 없애버려야 한다. 규제정책에 있어서도 이제는 네거티브 방식이 필요하며, 특히 규제총량제를 철저히 시행함으로써 부처별로 신설되는 규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부패를 척결하는 데는 규제완화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 구현은 물론 국가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경영환경은 더 좋아지고 결과적으로 해외자본 유치가 늘어나는 등 투자활성화로 더욱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출처 - 조선일보 2005. 3. 16 시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