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改憲논의 최소조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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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09 |
| 改憲논의 최소조건 최근 정부 형태를 둘러싼 헌법 개정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에서 총 투표자 2480만표 중 57만표, 즉 2.3% 정도의 박빙의 우위를 보였다. 이는 그럼에도 행정권을 ‘완점’하고 다른 쪽은 정부 권력에 관한 한 ‘아무것도 없었다’는 상대적 박탈감의 체감적 표현이라 할까. 그런 논의에서 시작되어 지금은 정부형태론을 중심으로 하는 전체 권력구조 재편론까지 운위되는 상황이다. 이 헌법개정론의 핵심은 정부 권력의 과점(또는 과점같이 보이는) 현상에 대한 이의 제기, 특히 행정권 배분에서 강약의 조화가 적절히 이뤄져 있지 않다는 지적을 배경으로 한다. 결국 권력 과점에 수반하는 대통령직의 무책임성 등을 시정하자는 데 초점이 두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 헌정의 적폐였던, 장기 집권에 따른 대통령의 독점적·독단적인 권력 행사를 막기 위해 헌법에 규정되면서 오늘에 이른 대통령 단임제 규정이 균형적 통치구조로 가기 위한 첫발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 두 번째 발을 디디기 위하여 이미 디뎌 놓은 첫발을 떼어야 하는 시기로 보인다. ‘현행 헌법의 대통령 단임제 규정이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회적 성숙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판단의 현실적 표현이 통치구조개편론의 실제적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대통령의 초법적 권력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제약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통치구조 개헌론은 대통령 권력의 독단과 오용에 대응하는 권력구조론에 있기보다는 오히려 권력 균형을 위한 집행권 분점에 초점을 맞춘 균형적 정부형태론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헌의 큰 축을 단임제 질서에 기초한 통치제도로부터 벗어나 ‘정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력구조 원리에 바탕을 둔 헌정 제도의 설정에 두어야 한다. 이미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권력 분할을 위한 정·부통령제를 주장한 정당이 있었다. 또 이원정부제, 즉 국가원수로서 그 중임이 가능한 임기 4년의 직선 대통령과 대통령의 지명과 국회의 인준을 거쳐 임명되는 내각수반으로서 국무총리를 두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 프랑스식 ‘반대통령제’에 가까운 분권형 대통령제 등의 논의가 바로 제16대 대선 직전에 있었다. 현행 헌법상의 대통령 5년 단임제가 독재적 권력의 행사를 막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제 그것은 한국 헌정의 현실에서 대통령의 무책임성을 낳고 있다는 비난도 있다. 이는 정책 형성·집행의 조급성과 단발성, 조직적 부패화로 직결되는 등 무경쟁을 촉발함으로써 국정 운용을 가로막는 제도가 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 결과 한국 헌정의 대통령제를 ‘대통령 무책임제’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국민의 주기적 평가 시스템을 고려한 ‘4년 중임제’ 등의 개헌이 계속 요구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변동 속도라든지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여지를 준다는 이유에서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국민에게 책임질 수 있는 제도이다. 국민에 대한 책임이 미약한 대통령제는 실패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주의제’ 또는 ‘신대통령제’ 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중심이 되어 국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되, 그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는 조직체계를 갖추어 나갈 수 있게 하는 헌정 제도가 있어야 한다. 시민사회의 다양한 의사를 균일하게 수렴할 수 있고, 한 기관이 국가의 집행권을 독점하지 못하게 실질적 견제가 이뤄지도록 헌법 규정을 고쳐야 한다. 대통령제 정부 형태에 기초한 현행 헌법 규정이 권력분립주의적 견제의 기능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가지를 쳐주는 것, 그것이 통치구조 개헌 논의의 최소 조건이 될 것이다. 강경근 (숭실대 교수·헌법학) 출처 - 세계일보 2005. 3. 9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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