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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선물세트'식 일자리 대책 한계
	2005-02-28
'종합선물세트'식 일자리 대책 한계 올해 1월 실업률이 3.9%, 실업자는 90만명을 넘어섰다. 취업자는 지난해 1월보 다 약 14만명 증가했다. 이 정도면 수치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 이론적으로도 완전고용 상태의 실업 률이 3~4% 수준이고 독일과 같이 실업률이 10%를 넘는 국가도 적지 않기 때문 이다. 계절적으로 1~2월이 실업률이 가장 높은 시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업자가 90 만명을 넘었다고 해서 그렇게 호들갑 떨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통계상 실업률은 우리나라의 고용사정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한국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 비정규직 비중이 높다. 이들은 실업 상태를 거치지 않고 바로 비경제활동 인구화하는 경향이 있 다. 다시 말해 경기침체로 고용사정이 어려울 경우 구직을 아예 포기하고 노동 시장에서 이탈해 실업에 포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유럽연합(EU)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실업률뿐만 아니라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 비중을 나타내는 고용률 개념을 적극적으로 사용 한다. 고용률은 계절적 요인이나 실망실업 등이 초래하는 통계실업률과 체감실업간의 괴리를 보완할 수 있다. 한 국가의 노동력 활용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다른 조건이 동일할 경우 고 용률이 높은 국가는 생활수준도 높다. 한국의 고용률이 외환위기 이전 60.9%를 기록한 이후 아직도 60%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월의 고용률도 58% 수준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오히려 떨어졌다. 1월중 14만개 일자리가 증가했다면 이는 기존의 고용률을 유지하기에도 부족한 수준이다. 취업자가 약 42만명 증가한 지난해의 양호한 고용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는 '성장이 고용을 보장한다'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 분야 수출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가 글로벌 환경에서 성장과 고용의 선순환 구조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의 양적인 문제는 고용의 질적인 측면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청년층의 고용이 어려운 것은 이들을 만족시킬 만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 아울러 고학력 여성들의 낮은 경제활동참가율은 여성 고용기회의 질적 수준 이 낮기 때문이다. 양호한 일자리를 보장하는 대기업과 공공부문 일자리는 줄 어들고 있으며 혁신형 기업들의 고용창출도 부진한 상태다. 기업들은 지나치게 단기주의적 관점에서 비정규적 고용형태를 과도하게 활용하 고 있으며 산업구조 측면에서도 저부가가치형 서비스업에서의 고용 비중이 매 우 큰 편이다. 과도한 비정규직 활용은 소득과 수요 창출을 억제해 경기회복을 지연시킴으로 써 결과적으로 고용창출을 더 어렵게 만든다. 고용의 질이 낮은 비정상적인 고용을 확대하는 시스템 아래서는 기업이나 산업 구조의 고도화와 경제의 선진화가 불가능하고 사회적 양극화와 빈곤 해소도 어 렵게 된다.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념사에서 일자리 창출이 빈부격차와 산업간 양극화를 해소하는 지름길이며 최고의 성장전략이자 복지전략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 뿐이다. 그 이상은 없다. 고용 문제는 일자리 수를 계산하는 정치적 수사에 그 치는 때가 많았다. 정부도 재정의 조기 집행, 규제 완화와 창업 지원, 중소기업 빈 일자리 채우기 ,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등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일자리 정책을 종종 제시한다. 그러나 이들 정책이 현실에 대한 냉정한 판단과 정책 방향에 대한 뚜렷한 가치 관을 갖고 추진된 것은 아니다. 성장이 고용으로 연계되는 고리가 끊긴 것인지, 노동시장이 유연화되면 저절로 고용창출이 되는 것인지, 정규직이 양보해 연대임금과 일자리를 나누면 고용 문제가 해결될 것인지에 대한 경험적 증거나 확신도 철저해 보이지 않는다. 노동 분업이 극대화돼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자리 상실은 단순히 소득 상 실이 아니라 개인의 존재론적 가치의 상실을 의미한다. 국가적으로도 일자리 없는 성장은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복지시스템 구축과 삶의 질 향상을 어렵게 만든다. 일자리 창출이 정말로 중요하다면 매년 40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거나 종합선 물세트 수준의 대안을 제시해서는 안 된다. 고용 현안에 대한 냉정한 판단과 정권이 가지고 있는 국가 운영의 가치관과 철 학에 따라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의 방향을 정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 다. 전병유 (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출처 - 매일경제 2005. 2. 28 테마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