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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으로 경제 살리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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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9 |
| 재정으로 경제 살리려면 우리 경제는 내수침체 속에 수출 증가세마저 둔화되고 있어 당분간 경기회복이 어려울 듯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종합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등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부양에 힘쓰고 있다. 경기조절 정책으로 통화정책의 실효성이 낮아지 고 무역 마찰로 인해 외환정책을 사용하기 어려워지자 재정정책에 의존하지 않 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재정정책이 효과적인 경기조절 수단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재정정책은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므로 경기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어 렵다. 아울러 한번 증가한 정부 지출은 다시 줄어들기 어렵기 때문에 재정 건 전성이 훼손될 위험도 크다. 특히 과거 남미와 일본의 실패 경험은 재정의 경 기조절 기능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주는 계기가 되었다. 따라서 정부의 종합투자계획이 성공하려면 일본과 남미의 전철을 밟지 않으면 서 경기조절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제도 개선이 필요한 때다. 첫째, 경기상황에 따라 세율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 다. 일반적으로 세율 변경은 국회 동의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시 간이 지체되면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경기가 바닥을 지난 후에야 감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뒤늦은 감세정책이 오히려 경기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경기 변동에 신축적으로 대응하려면 국회 동의 없이 세율을 한시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영국 재무성은 '경기연동 가변세제' 를 도입해 경기상황에 따라 부가가치세율을 최대 25%까지 한시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그 동안 한국 정부는 불경기 때마다 특별소비세율을 인하해 왔다. 파급효과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특소세율에 의존해 온 이유는 다른 세금은 국회의 신속한 동의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일단 세율을 낮추면 다시 올리기 어렵다는 믿음도 세율 조정을 어렵게 만 들었다. 그러나 가변세제가 도입되면 국회의 사후 동의만 필요하므로 시차 문 제가 완화된다. 특히 세율 변경 기간이 한시적이기 때문에 추후 세율이 인상되 더라도 조세저항이 작다. 오히려 부가가치세 등을 한시적으로 낮추면 경기활성 화 효과가 항구적인 감세 경우보다 커지게 된다. 다만 장기 재정건전성이 훼손 되지 않으려면 세율 변경의 한시성과 호황과 불황기의 대칭성 등이 보장되도록 제도가 투명하게 운용돼야 한다. 둘째, 추가경정예산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본예산과 달리 추경예산안은 심의 과정이 짧아 경제적 필요성보다 정치적 고려, 지역 배분, 집행 용이성 등에 따 라 대상 사업이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개선하려면 추경의 대상사업을 사 전에 선정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추경사업 대상을 사회간접자본(SOC ) 지출이나 복지 지출, 중소기업 지원 등 소수의 범주로 분류한 후 각 범주 아 래 대상사업을 선정하고 우선순위를 부여하자는 뜻이다. 이 경우 국회는 추경의 총규모와 범주별 사용액을 결정하고, 정부는 지정된 범 주에서 우선순위에 따라 대상사업을 집행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추경예산을 편성한 후 다급하게 대상사업을 찾을 필요가 없어지고 불필요한 낭비도 줄어들 것이다. 아울러 장기사업 가운데 대상사업을 선정하면 미래 사업을 미리 수행 한 효과가 있어 장기 재정건전성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셋째, 선진국과 달리 한국 재정은 재정 투ㆍ융자 비중이 높기 때문에 재정투ㆍ 융자 사업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는 운용수익의 상ㆍ하한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사회간접시설 투 자에 민간자본을 유치해왔다. 그러나 이 제도는 사업 선정의 효율성을 저해하 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즉 최저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은 사 업일수록 민간자본이 몰리고 수익성의 상한이 정해져 있으므로 경영을 열심히 할 유인도 사라진다. 이 같은 제도 아래서 건설된 인천과 천안~논산고속도로가 수요예측이 잘못돼 재정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은 예견된 결과라 볼 수 있다. 정부는 앞으로 재정투ㆍ융자 제도는 투자 규모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지원방 식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가 직접 대상기업을 선정하고 운용수입을 보 장할 것이 아니라 민간투자자로 하여금 투자 대상을 선정하게 하고 손실에 대 해 우선적으로 책임을 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이들의 부채에 대해 일부 지급보증을 제공해 기대 수익률을 높이는 수 준에서 지원을 그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투자가 유치되지 않는다면 이는 경제성이 없는 사업이므로 포기해야 할 것이다. 효율성과 수익성을 고려 해야 할 재정투ㆍ융자 정책을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복지정책과 동일시해서 는 곤란하다. 이창용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출처 - 매일경제 2004. 12. 29 테마진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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