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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불황 탈출구 없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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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3 |
| 장기불황 탈출구 없나 정부는 한동안 경제가 연 7%씩 성장해서 동북아경제 중심국가가 된다고 주장했지만, 우리 경제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요즈음 국내외 경제전문기관들이 대부분 성장률을 4%대로 내리고 내년에는 더욱 낮춰 3%대로 잡고 있을 정도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문제를 단기적 경기순환 국면으로 보는 것 같다. 경기침체가 어느 정도 지나면 다시 회복되는 순환구조로 파악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경기회복을 앞당기려면 금리를 낮추든가 재정지출을 확대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경기부양을 위해서 추진된 금리인하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이 약발을 받지 않자 이번에는 ‘한국판’ 뉴딜 정책을 추진해서 대규모 건설사업을 벌이겠다고 한다. 경기회복을 위해서 온갖 노력을 기울이려는 의지는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몇 가지 걱정이 앞선다. 우선 대규모 지출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 확실치 않다. 펌프질을 해도 우물물을 잘 끌어올릴지 알 수 없다. 이미 금리를 낮췄지만 소비나 투자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자칫하면 막대한 자금만 낭비하는 꼴이 된다. 재정적자 확대로 재정이 부실화되고, 특히 연기금 등을 동원한다면 연기금의 부실화가 우려된다. 경기부양 차원에서 신용카드 사용을 조장해 오늘날 경기침체의 원인인 가계부채와 신용불량자를 양산했던 것을 상기해야 한다. 정부는 보다 책임감 있고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으로 신뢰부터 회복해야 된다. 지금의 경기침체가 장기적이고 구조적이라면 단기적 처방은 효과가 별로 없다. 우리의 1인당 소득은 이미 지난 7∼8년 동안 1만달러 내외에서 성장이 멈추었다. 그때 이미 장기불황은 시작되었을지 모른다. LG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경제는 2000년 이후 4년째 장기불황에 들었다고 주장한다. 최근 경제침체의 원인은 무엇보다도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쇼크와 국제유가 등 대외경제 여건 변화도 불안요인 중 하나이다. 그러나 세계경제, 특히 아시아 여러 나라의 경제는 올해에 대부분 호황인데 한국경제만 침체를 면치 못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장기불황의 원인은 외부가 아니라 우리 경제 내부에 있는 것이다. 내년에는 경제 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주요 국내전문기관들은 성장률을 낮춰 잡고 있고, 세계경제포럼(WEF) 국제경영원(IMD) 등 국제전문기관들도 한국의 국제경쟁력 순위를 대폭 떨어뜨렸다. 이웃나라 일본의 장기불황은 부동산 거품 붕괴에서 비롯되었다. 한국의 장기불황은 정부의 규제 및 분배를 치중하는 경제정책과 그에 따른 기업과 소비자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원인이라고 본다. 지난 40여년 동안 한국 경제가 빠른 성장을 지속해온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우리가 시장경제체제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사유재산권이 존중되고 경쟁과 보상이 주어져 빠른 경제성장을 가져왔다. 둘째는 정부가 기업투자를 촉진하고 장려했다. 아울러 우리 국민의 남다른 교육열과 교육투자로 축적된 인적자본이 경제발전을 견인하는 요인이 되었다. 근래에 우리 교육이 파행을 거듭하는 현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의 경제 성장과 소득 증대는 시장경제체제의 선택과 인적·물적 자본투자의 촉진에 따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오늘날 한국경제 장기불황의 원인은 명확하다.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몰이해와 불신, 그리고 분배우선 추세가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다. 이와 함께 반기업 정서와 투자억제, 교육 문제 등이 한국경제를 장기침체로 몰아넣고 있다. 경기회복과 소득증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기업 활동을 촉진하는 한편 경쟁력 있는 교육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이재웅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출처 - 세계일보 2004. 11. 3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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