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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부동산세, 지방분권에 역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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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3 |
| 종합부동산세, 지방분권에 역행 정부와 여당이 내년부터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부동산 세제 개편은 오래된 숙제이며 참여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문제 제기에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첫째, 세제 개편의 목적이 불분명하고 실현 가능성이 작다. 부동산 과다보유 및 투기 억제, 조세 형평성 제고, 보유세 강화를 통한 부동산 가격 안정, 지역균형 발전까지 한 가지 세금에 다양한 목표가 부여돼 있다. 그러나 보유세 강화로 주택 가격의 장기적 안정을 달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오히려 주택 재고의 감소를 가져온다는 사실은 이론적으로 입증될 수 있다. 실제 재산세 실효세율이 평균 1.5%를 넘는 미국 도시들 중에도 주택가격이 최근 5년 사이에 두 배로 오른 사례들이 있다. 조세 형평성의 문제도 그렇다. 기존 보유과세의 평가 방식 및 세율 체제 개선을 통해 어느 정도 시정할 수 있는데 왜 별도의 국세를 도입해야 하는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결국 반드시 최고의 자산가인지도 분명치 않은 5만~10만명의 부동산 부자에게 중과세하기 위해 전체 부동산 세제를 개편한다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둘째, 부동산 관련 세금들에 대한 종합적 개선에는 소극적이라는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의 보유세 부담은 외국에 비해 낮지만 취득.등록세 등 거래과세와 국세인 양도소득세를 합한 전체 부동산 세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따라서 부동산 세제 개편은 전체적인 세금 부담이 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주택가격을 잡기 위해 양도소득세, 취득-등록세, 재산세 등 모든 유형의 부동산 세금을 인상했으며 그 결과 정상적 거래까지 실종됐다. 여기에 추가로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낮다. 셋째, 재산보유세의 국세화는 지방분권에 역행하는 일이다. 보유과세는 이론적으로나 여러 외국의 경험을 보나 가장 바람직한 지방세인데, 그 수입의 대부분을 중앙정부가 가져가 다른 자치단체들에 배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자체 재원의 감소와 재정 운용의 자율성 저해를 겪을 지자체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넷째, 비주거용 건물은 제외하고 1가구 다주택 보유를 합산해 중과세할 경우 장기적으로 임대주택을 포함한 주택 공급이 위축될 것이다. 다섯째, 종합부동산세는 납세자의 소득과 무관하게 과세되므로 부동산 보유가액에 비해 소득이 낮은 노령 은퇴계층에게 큰 부담이 되고, 갑작스러운 세제 개편으로 노후 설계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의 많은 주가 노년층 주택보유자의 재산세액을 경감하고 있으니 참고할 만하다. 여섯째, 1가구 1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중과세의 자의성도 문제다. 기준도 논란거리지만 시장가격의 갑작스러운 상승으로 일시에 부동산 과다보유자로 분류돼 중과세 대상이 된다면 납세자의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론적으로 종합부동산세는 조세 원칙과 분권화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 물론 정부의 의지에 비춰 종합부동산세의 도입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가능하면 합산과세의 범위를 토지에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최소한 지적된 여러 문제점에 대한 보완장치를 마련하면 좋겠다. 또한 전반적인 경기와 부동산 시장 침체를 감안해 당초 계획대로 2006년부터 시행하는 것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 부동산 세제개편은 참여정부의 대표적 정책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선진국이 국지적 주택가격 폭등을 경험했지만 아무도 우리처럼 대대적 정부 개입을 시도하지 않은 이유를 곱씹어 봤으면 한다. 정부는 인위적 주택경기 부양이나 세제를 통한 수요 억제에 집착하지 말고 주택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는 안정적 환경을 만들어 주는 한편 저소득층 주거문제 해결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김경환 (서강대 교수.경제학) 출처 - 중앙일보 2004. 11. 3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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