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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법 개정안, 치명적 위헌성 있다
2004-10-19
신문법 개정안, 치명적 위헌성 있다 현행 '정기간행물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을 대폭 개정한 '신문 등의 기능 보장 및 독자의 권익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및 '언론 중재 및 피해 구제에 관한 법' 제정안, 그리고 방송법 개정안이 열린우리당의 안으로 확정됐다 하여, 이를 살펴보니 문제점이 적지 않다. 특히 신문법안은 그 명칭과 달리 오히려 국민의 '알 권리'를 핵심으로 하는 신문의 기능을 해하는 등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는 치명적 위헌성을 지니고 있다. 자율적인 신문의 자유로운 발행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국가가 신문의 내용을 처음부터 일정 방향으로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반 일간신문을 경영하는 정기간행물 사업자 및 뉴스통신 사업자는 편집위원회가 제정한 편집규약을 주된 사무소에 비치해야 하고, 위원회는 사업자를 대표하는 편집위원과 취재 및 제작 활동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대표하는 편집위원으로 구성하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경영자와 근로자의 공동결정권을 전제로 그를 위한 위원회 조직을 법으로 강제하는 등 현행의 헌법과 법질서에 반하게 언론사의 기본권을 과잉 제한해 언론의 자유 및 신문의 기능을 정한 헌법 제21조 제1항 및 제3항에 위배되는 것이다. 편집권은 헌법상 인정될 수 있는 권리이지만 그것은 언론사 발행인과 편집인 내지 그에 종사하는 기자들이 자율적인 협력으로 신문 등을 자유로이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적 언론의 자유에 속하지, 어느 일방이 독점적으로 가지는 배타적 권리이어서 그 각각의 주체가 반드시 특정한 위원회를 조직해 이를 공동으로 행사해야만 하는 공동결정의 대상이 되는 권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편집의 기본적인 지침에 관한 사항을 강행 법규로 정하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나 벌금, 심지어 징역형까지 부과한다 하니 과연 죄형 법정주의나 형벌 과잉금지 등의 헌법 원칙에 합치하는 것인지도 의문일뿐더러 언론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는 이러한 법안의 분위기는 언론의 공적 기능을 특히 강조한 1980년대의 '언론기본법' 환경을 연상케 한다. 심지어 독자위원회를 구성.운영하라고 하는데, 법안에서 말하는 '독자'라는 개념은 결국 언론을 상품으로 사는 소비자를 말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언론사의 영업의 자유와 독자의 소비자의 권리라고 하는 이 관계를 굳이 언론의 자유로 바꾸어 신문법안에 넣은 것은, 사고파는 문제를 언론의 문제로 치환한 전형적인 기본권 착오인 것이다. 실체가 모호하고 완전히 사기업인 언론사의 주주도 아닌 이 독자라는 사회 세력을 신문사의 제작.발행 등에 참여할 수 있게 하고 그것을 위배할 때 행정벌을 과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이 '민중적 제도'를 과연 자유민주주의의 대한민국 헌법 질서에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광고 역시 언론의 자유에 속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발행인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않도록 명확하게 구분해 편집해야 한다"고 해 이를 규제하는 것은 명백한 표현의 자유의 사전적 제한인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적 시장경제의 헌법 질서 속에서, 언론사 지배구조를 법률로 인위적.강제적으로 제한 내지 재편성하려 하는 것은 언론사의 재산권 및 영업의 자유, 그리고 언론의 자유에도 합치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영향력이 급속하게 커진 인터넷언론은 이를 인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간신문의 방송사업 등의 상호 겸영은 여전히 금지하는 등 새로운 미디어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언론의 생명은 자율성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신문법은 국가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을 향유할 수 있게 하는 자유권적 기본권을 내용으로 지니는 언론의 자유를 보호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헌법 원리로 수호하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문화적 정체성에 반하는 것이다. 강경근 (숭실대 교수.헌법학) 출처 - 중앙일보 2004. 10. 19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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