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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北특사 파견할 때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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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18 |
| 對北특사 파견할 때 아니다 외교는 타이밍의 예술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북특사 파견 논의는 시기상으로 적절치 못하다. 지난 5월의 제14차 남북장관급회담과 6월의 경제협력추진위원회 9차회의 이후 4개월간 당국자회담은 중단됐을 뿐만 아니라 제4차 베이징 6자회담도 예정대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여권 일각에서 특사 논의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특사 파견은 분명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충분한 여건 조성이 된 뒤에 이루어져야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2002년 임동원 특사 방북 때처럼 빈손으로 돌아온다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이번 특사 논의와 관련하여 당정의 엇박자도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김대중 전대통령에게 특사를 제의했고, 곧 바로 청와대는 특사 추진 사실을 부인하고 나섰다. 정부와 여당의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당정은 이처럼 중대한 문제와 관련하여 제대로 된 정책조율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여당의원들이 정략적으로 특사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들 정도다. 대북정책과 외교에서 일부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아니면 말고’ 식의 행태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정동영 통일부장관 책임 하에 있는 국가안전보장회의의 대북정책 통합·조정력은 활발히 기능해야 할 시점이다.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북핵문제는 특사 파견을 통해 돌파구가 열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북핵문제가 남북한 사이의 논의와 합의를 통해 해결될 수 있었다고 한다면 벌써 해결되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남북한 사이의 합의를 수차례 파기했다. 또한 9월말 예정됐던 6자회담도 북한의 거부로 인하여 열리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북핵 문제는 6자회담을 통하여 논의되고 평화적 해결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6자회담 틀을 무시하고 특사 파견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오히려 특사 파견은 애써 만들어둔 다자회담 틀을 깨려는 위험한 발상으로 미국과 주변국가들에게 비쳐질 수 있다.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외교적 재앙이 될 것이다. 이번 특사 파견이 남북정상회담 개최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러한 발상은 재검토돼야 할 것이다. 6·15공동선언에서 합의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 역시 타이밍의 문제이다. 정상회담은 북한의 핵 포기와 사찰 수용 의사가 명백하게 되고 난 뒤에 추진되는 게 순서다. 그 이전에 이루어지는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와 관련하여 북한의 지연전술에 명분을 주는 꼴이 될 수 있다. 북핵 문제는 동결과 사찰이 빨리 이루어지지 않으면 북한의 핵 보유 숫자가 증가함으로써 더욱 심각하게 될 것이다. 또한 북핵문제 해결 이후 열리게 될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회담이 돼야 한다. 북핵문제 해결 방식은 6자회담, 유엔안보리 프로세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쟁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들 중 6자회담이 현재 북한에게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한 북한은 미국 신행정부 출범 이전에 남북당국자회담에 나오는 것이 향후 자신의 외교적 입지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여권은 지금 대북 특사를 논의할 시점이 아니라 미국 대선 이후 등장할 신행정부의 정책을 분석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로 생각된다. 정부는 한미동맹을 21세기형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장기적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해외주둔 미군재배치계획(GPR)에 따라 한미동맹은 현재의 형태로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새로운 비전에 기초하여 확고한 한미동맹체제를 재구축해야 한다. 북핵문제는 한미공조에 틈을 만들려는 북한의 쐐기전략에 말려들 경우 해결이 어렵게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국제정치학) 출처 - 세계일보 2004. 10. 18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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