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교육인가

4월 15일자 타임지는 ‘아시아 학교,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표지로 경제기적을 일으켰던 아시아의 교육이 이제 큰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는 기사를 싣고 있다. 국제학력경시대회와 미국대학에서 손가락을 꼽는 위치는 한국 등 아시아계 학생들이 차지하지만, 창의성 면에서는 뒤져 있으며, 학교폭력과 투신자살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입시지옥과 붕괴된 교실에서 탈출하기 위한 조기유학열풍이 불고, 교육을 위한 이민사례가 늘고 있으며, 미국 시민권을 노린 원정출산도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은 일이 되었다. 교육열에 의한 이러한 선도행렬(?)은 서울 강남지역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민과 조기유학의 선두자리(?)를 차지할 수 없는 학부모들은 강남지역을 이상고온의 지대로 만들며,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키고 있다.

교육을 통한 지위상승욕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우리사회에서는 평준화정책 비판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학교 선택권이 무시된다는 ‘평준화 위헌론’이 제기되며, 평준화 입시제도의 개혁을 요구하는 주장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내걸고 시도한 교육개혁이 정작 수요자들의 선택권을 박탈하고 있다는 논지이다. ‘창조적 소수’의 성장기회가 박탈되고 있다는 우려가 이러한 주장의 이면에 깔려있기도 하다.

그런데 ‘평준화 시정론자들’은 외국과 강남행의 선도대열(?)에서 벗어나 있는 대다수의 학부모들이 느끼는 은밀한 무능력감과 뼈저린 박탈감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 그렇다고 지지론자들이 현행제도에 만족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의 무기력감도 상승욕구를 담은 상대적 박탈감에 머물고 있으며, ‘평등한 상승기회’라는 비현실적 기대감이 내면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되짚어야 할 것은 수요자가 학부모가 아니라는 점이다. 교육열이 교실붕괴의 근원이라는 자성의 논의도 실종되어 있다. 교육열은 미국에서도 과외와 촌지의 관행을 지속시킨다는 얘기, 다수 조기유학자들의 부적응과 좌절에 대한 얘기, 결국 교육열로 인한 몸살은 이국 땅에서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강남의 학원지대 틈새에서 좌절한 탈락자들, 그 젊은 영혼들의 상처가 학부모들의 왜곡된 교육열에서 비롯되었다는 자성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결국 교육개혁 논란에서 정작 빠져 있는 것은 교육열에 내몰린 학생들이자, 무엇을 위한 교육인가? 라는 문제제기인 것이다.

출처 - 시민의 신문 2002. 4. 15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