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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간 경쟁체제 도입하자
	2004-10-13
고교간 경쟁체제 도입하자 요즈음 대학의 학생 선발 방법을 놓고 논란이 많다. 객관적인 학력평가를 포함하는 대학입학 전형의 자율성과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고교 평준화 이슈가 부딪치고 있다. 학생 선발을 어떻게 하는 것이 우리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바람직한 방향일까? 수학능력시험 성적 등 학력이 똑같은 두 학생의 경우를 생각하자. 수능점수가 상위 10%지만 출신 고교가 달라 A는 고교 내신이 상위 50%, B는 내신이 상위 5%인 경우라면, 그리고 대학에서의 신입생 선발이 내신 위주로 이뤄진다면 많은 경우 A는 탈락하고 B는 합격할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 것인가? 미국의 경우를 보면 대학이 지원자의 학업성적(고교에서의 내신과 수능성적)은 물론 자질과 소양을 자율적으로, 그리고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고교별 차이를 반영하기가 어려워 내신은 아예 평가에 반영하지 않고 수능성적과 본고사 성적을 합하여 선발한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는 대학마다 평가 방법이 다소 다르지만 대학에서 대학의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판단해 왔는데 최근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학생 선발은 학력(내신, 수능) 및 적성, 소질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선발해야 하는데 학력에 관해서는 적어도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똑같은 실력의 지원자가 출신 고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고교 간에 존재하는 학력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나, 교육부는 고교간 학력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게 하고 다른 방법으로 평가하라고 한다. 이러한 지침이 내려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학생의 학력을 객관화시키는 과정에서 고교 간의 학력 차이가 드러나는데, 이러한 차이는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민감한 정치적 문제가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점수 위주의 선발은 사교육비의 과다한 지출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회·경제적 여건이 좋아 사교육비를 많이 지출하여 얻은 실력은 제 실력이 아니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점은 같은 고교에 다니는 사회·경제적 여건이 다른 학생들에 의한 내신 차이는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는 모순을 안고 있다. 대학에서 내신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경우에도 고교에서 내신을 올리기 위해 사용되는 사교육비 지출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여전히 사회·경제적 문제는 남는 것이다. 이러한 논란은 오래 전부터 계속돼 오고 있지만 아직도 제시되고 있는 해결책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경우 다음 두 가지 전제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첫째는, 에너지와 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가 21세기 무한경쟁의 세계 무대에서 살아남는 것은 4700만 인적자원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둘째는, 막대한 사교육비를 줄여 학부형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그리고 경제적 여건이 열악한 집안의 학생에게도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요소를 둘 다 만족시킬 방안은 없을까?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낙후된 지역의 학교와 경제·사회적 여건이 어려운 학생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자. 우선, 고교에서 수준별 학습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공립학교는 평준화돼 있지만 수준별 학습이 잘 이뤄지기에 교실 붕괴 등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 것이다. 학교에서의 수업을 통해 기초공부가 되고 방과 후 집에서 숙제, 자습 등을 통해 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하면 사교육은 확실히 줄어들 것이다. 공교육의 정상화는 수준별 학습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부는 수준별 학습이 잘 이뤄지도록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여 지원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세계는 경쟁사회이므로 우리 사회의 발전에 경쟁 요소를 도입하여 학생의 우수한 자질을 개발하도록 하고 대학은 이를 자율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고교별 수능성적 평균, 편차 등을 공개하고 있으며 평가에 의한 경쟁 체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렇게 하는 과정에서 우수한 인재가 길러진다고 한다. 위의 두 가지 방안이 현실화될 때 장기적으로 공교육이 신뢰를 얻어 사교육비가 줄어들며 우수한 인재가 양성될 것이다. 교육은 우리의 생존 전략이요 유일한 미래의 희망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그런 경우를 원하지 않는다면, 다같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유영제 (서울대 교수, 전 입학관리본부장) 출처 - 문화일보 2004. 10. 13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