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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의 말이 행동으로 나타나면
	2004-10-01
北의 말이 행동으로 나타나면 북한 외무성은 추석 연휴기간 중 당초 9월 말 이전에 개최키로 되어 있던 6자회담이 무산된 것은 미국의 대(對)북한 적대정책과 핵문제에 대한 남북한 간의 ‘이중 기준’ 때문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최수헌 부상은 유엔 총회에서 폐연료봉 8000개를 재처리해서 얻은 농축 우라늄을 ‘무기화(武器化)했다’며 대미(對美) 강경입장을 확산시켰다.북한은 미국의 ‘리비아식 선(先)핵포기 수용’ 요구에 대해 ‘이미 핵무기를 제조했을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과거보다 강경해진 비타협적 자세를 공식화하였다. 더욱 강경하게 나오는 북한 국제사회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어느 국가의 행태를 미국의 국제정치학자 제임스 로즈노(Rosenau)는 묵인적, 비타협적, 촉진적, 보존적의 4가지로 구분하였다. 이에 따르면 북핵 6자회담에 참가하는 북한의 행태는 비타협적(intransigent adaption) 유형에 속할 것이다. 이러한 체제의 지도자는 외부 환경의 변화가 내부의 핵심구조를 변화시키지 않을 정도라고 보면 외부 환경 변화에 적응을 시도하지만, 체제 내부의 속성에 근본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면 비타협적 자세를 견지하면서 군사적 결정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과시한다. 북한이 강공 전략을 구사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북한은 리비아식 모델이 북한체제 내부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것을 우려한다. 북한 입장에서 초기 3개월 이내에 모든 핵시설을 동결하는 리비아식 무장해제는 핵무기 개발에 사활을 건 김정일 위원장의 선군(先軍)정책에 근본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다. 북한은 그나마 핵무기의 모호성이 북·미 협상이 가능한 근거라고 생각하는 만큼 일괄타결 전까지 핵에 대한 논쟁적 발언을 공론화하여 자신들의 몸값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음은 대선을 앞둔 미국 공화당 행정부의 타협 요구에 동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미국에 6자회담의 틀이 깨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증폭시켜 부시 행정부 내 온건파를 압박함으로써 미국 대선 전에 양보를 얻어낼 수 있으면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시간을 벌면서 대선 결과를 지켜보고, 혹시 운이 좋으면 자신의 기호에 맞을 수도 있는 민주당 정부와 협상해 보겠다는 것이다. 부시건 케리건 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든 북핵 문제를 다루어온 워싱턴의 ‘외교 라인업’이 바뀌고 이에 대한 새로운 정책과 전략을 마련할 시일을 고려한다면 6자회담은 적어도 2005년 2월 이후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국의 입장에서 미국 대선이 끝나는 11월부터 내년 2월 미국의 새로운 외교진영이 구성되는 기간까지 한반도의 안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이다. 북한 다루기, 올겨울이 고비 북한은 미사일 발사 준비 등 미국에 ‘이러한 행동을 하고 있으니 보라’는 방식으로 말과 행동을 적절히 혼합해가면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뜻하는 ‘10월 서프라이즈(surprise)설’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북한이 6자회담을 거부할 경우 유엔 안보리 회부 가능성을 흘리는 등 양측이 ‘말 대(對) 말’의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최수헌의 언급이 원칙적 발언이라며 폄하하는 입장이지만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미국 대선이 끝나고 6자회담이 재개되어 북·미 양자가 다시 협상테이블에 돌아오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어느 수준에서 양적인 축적이 임계치(臨界値)에 도달하면 질적인 변화를 야기하듯이, 말이 행동으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미 정보 공조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불안한 상황에서 예측의 오차 한계범위를 벗어나기 시작한 불투명한 북한을 어떻게 파악하고 관리할 것인지가 2004년 동절기 한국 대북정책의 핵심 과제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출처 - 조선일보 2004. 10. 1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