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 기획조사자료
정부기금 과감하게 정비하라
2004-09-01
정부기금 과감하게 정비하라 기획예산처가 평가단의 기금존치평가 결과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현재의 공적기금 57개를 39개로 통폐합한다는 것이다. 이번 기금평가의 원칙과 내용을 살펴보면, 자체 재원이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재원과 사업간 연계성이 미약한 기금 8개를 폐지하여 일반회계로 전환하고, 성격과 기능이 유사한 기금 시너지효과를 높이기 위해 11개의 기금을 3개로 통합하며, 정부기금을 유지할 필요성이 없어진 기금 2개는 민간기금화 한다는 것이다. 국가의 재정활동은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의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이중 기금제도는 국가사업중 독립성과 지속성이 필요한 부문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 활용되어 왔다. 현재 정부기금의 규모는 285조원으로 일반회계의 2배에 이른다. 너무 비대할 뿐만 아니라 칸막이식 기금 운영으로 국가 재정활동의 투명성을 흐리고, 자원의 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더욱이 최근에는 기금운용 기관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고, 기금이 정부 부처의 쌈짓돈처럼 사용된다는 의혹의 눈길도 받아 왔다. 기금의 이러한 문제점들 때문에 새 정부가 들어서고 정부 효율화 문제가 제기될 때면 약방의 감초처럼 기금 정비는 개혁 대상 일순위가 돼 왔다. 그동안 1993년에 114개였던 기금이 1999년에는 76개, 현재는 57개로 꾸준히 축소 조정돼 오다가 이번에 다시 39개로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금 정비는 국가 재정 운영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일단 바람직한 조치라고 할 수 있으나 몇 가지 해결해야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첫째, 기금의 정비는 엄격한 기준과 원칙에 의해 일관성있게 이뤄져야 한다. 기금평가단의 초안에는 보다 대폭적 기금통폐합안이 제시됐으나 부처와의 논의 과정에서 다수의 기금이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개선안이 국무회의에 상정도 되기 전에 이런 식의 조정이 이뤄진다면, 관련 법안이 국회에 통과되는 과정에서 이러저런 이유로 유야무야돼 태산명동(泰山鳴動)에 서일필(鼠一匹) 식으로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둘째, 수적인 구조조정 못지않게 기금운영 방법의 혁신이 필요하다. 기금의 여유 자금은 칸막이 없이 통합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하여 정부 예산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일반회계에서는 자금이 부족하여 차입하면서 기금회계에서는 여유 자금으로 자산 운영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따라서 사업 성격상 존속의 필요성이 있다 하더라도 국가 자금이 통합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일반적인 국가 사업을 위한 기금과 사회보험성 기금은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므로 평가 잣대와 규제관리 방법이 달라야 한다. 국민연금기금과 같은 사회보험성 기금은 연금 가입자와 수급자를 위한 책임준비금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기금이 많다 하더라도 사실상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부채이기 때문에 여유 자금이 아니다. 따라서 사회보험성 기금에 대해서는 일반기금과 다른 운영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주되, 재정 건전성에 초점을 맞춰 감독해야 한다. 넷째, 최근 논의되고 있는 연기금의 부동산 및 주식시장 투자 허용은 빠른 시일 안에 매듭지어져야 한다. 사실, 연기금 가운데 여유 자금을 많이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 등은 이미 부동산 및 주식시장에의 투자가 허용돼 있다. 따라서 현재의 논쟁은 의미없는 소모전에 지나지 않는다. 연기금의 투자 대상 확대 여부는 기금관리기본법에서 일괄적으로 규제할 사안이 아니라 개별 기금에서 각 기금의 성격에 따라서 결정해야 할 문제로 판단된다. 다섯째, 이번에 통폐합 대상에서 빠져 있는 기금도 단계적으로 정비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번 통폐합에서는 힘없는 기금이 우선적으로 포함되고, 덩치가 큰 기금들에 대해서는 평가가 미흡하다는 주장이 있다. 따라서 이번에 존치로 결정된 기금이라 하더라도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계속적인 평가가 필요할 것이다. 일반회계로 가야 할 것은 보내고 민영화해야 할 사업은 민영화하고 정리해야 할 사업은 과감하게 정비해야 할 것이다. 이번 정부 기금의 통폐합 방안은 이제까지보다는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통폐합 방안을 구체적으로 입법화하고 과감하게 실행해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부 기금의 통폐합이야말로 정부가 솔선수범해야 할 개혁의 일순위이고, 작고 강한 정부의 출발점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4. 9. 1 포럼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