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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합헌결정의 의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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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30 |
| ‘국보법’합헌결정의 의미 국가보안법(국보법)의 존폐 논의가 뜨겁게 우리 사회를 달구고 있을 때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보법이 사상과 양심의 자유 등 인권을 침해하는 악법으로 정당성을 상실했기 때문에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정부에 권고했다. 그러나 바로 이틀 후 헌법재판소는 국보법상의 찬양·고무죄와 이적표현물 소지죄에 대해 헌법상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국가의 존립과 안전의 관점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렇게 같은 법에 대한 국가기관 간의 상반된 입장은 충돌이나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헌법의 틀에서 혼란이나 충돌이 있을 수 없다. 헌재는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국가기관으로 헌법을 최종적으로 해석할 권한을 부여받고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의 침해 여부에 대한 의견을 다른 국가기관에 개진할 권한을 부여받은 기관이다. 양자의 지위와 권한의 차이에서 충돌은 있을 수 없으며, 각자는 자신에 주어진 권한에 따라 국가기관으로서의 책무를 수행할 뿐이다. 헌재는 이번 결정에서 국보법 제7조에 대해 우리 헌법 질서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으로 헌법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수년간 내린 헌재의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으로, 헌재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분단 현실 역시 헌법 현실이므로 이를 도외시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남북한이 평화 정착과 앞으로 통일을 위해 전진하는 것과는 별개로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도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내린 결정이다. 또한, 헌재의 결정은 국보법이 우리 헌법 제1조에서 언급하고 있는 민주공화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기 위한 법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국보법 결정과 함께 헌재는 병역법상의 병역의무 거부자에 대한 처벌 규정에 있어서도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내면의 양심이 밖으로 실현되는 과정에서는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선언하고 있다. 즉, 병역의무에 대한 거부는 단순히 양심의 자유 영역에서 보장될 수 없다는 것이다. 헌재 결정이 던져주는 의미는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우리의 안전과 국가의 안보를 위해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헌재는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의 안보를 해칠 수 있는 무리한 대체복무제를 요구할 수는 없지만 두 법익을 공존시키는 방안은 검토돼야 한다고 보았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헌재는 국보법이 악법이라는 주장에 대해 결코 악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헌법 해석을 통해 보여주었다. 헌법국가에서 악법은 결코 자리를 잡을 수 없다. 헌재의 결정이 절대적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해도 현행 헌법은 헌재의 결정에 모든 국가기관과 국민이 구속돼야 한다는 점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은 국민의 정치적 결단이며 합의로 도출된 문서다. 현대 헌법국가에서 모든 국가권력과 국민은 헌법 질서에 귀속돼야 한다. 이것이 법치국가의 질서다. 헌재의 결정은 사법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국가기관의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헌법에 의해 헌법 해석의 최종권한을 부여받은 헌법기관이 내리는 강력한 구속력을 갖는 판결인 것이다. 어느 누구도 현행 헌법질서 아래에서 헌재가 결정한 사항에 대해 거부할 수는 없다. 이를 무시하거나 간과한다면 법치국가의 기본질서를 지키지 않는 행위가 될 것이다. 물론 입법부는 헌재의 결정과 관계없이 헌법이 자신에게 준 입법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헌법의 체계 정당성은 헌법기관에 주어진 권한의 상호관계 정당성에도 적용된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국가보안법과 병역법의 개정에 있어서 사회적 합의와 정치적 타협이 있어야 하고, 헌재가 내렸던 헌법 해석이 반영돼야 할 것이다. 김상겸 (동국대교수,헌법학) 출처 - 문화일보 2004. 8. 28 포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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