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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가르는 정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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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25 |
| 편가르는 정치 정치 개념을 이해하는 데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야누스 신에 비유하기도 한다. 정치는 갈등과 통합의 양면이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전쟁과 평화, 적과 동지, 억압과 자유, 지배와 피지배, 혼란과 질서, 악과 선, 불신과 신뢰 등 대립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정치판에서 통합의 정치는 보이지 않고, 오직 갈등 정치만이 지배하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주변 국가들은 국가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미래 지향의 국가목표를 설정해 줄달음질치고 있다. 중국의 중화주의를 지향한 대내외 정책이 그것이고, 일본의 군사대국화 지향 등 미래 지향의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한국만이 네편 내편을 가르고 과거를 지향하고 있다. 정말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한계인가, 이러다가 나라가 망하는 것은 아닌가 심히 걱정스럽다. 혼란스러운 국가 정체성을 바로세우고, 분열된 사회를 치유해야 할 책임은 국가의 최고 정치지도자인 대통령에게 있다. 또 대통령은 국민 통합의 상징이다. 대통령은 여당만의 대통령, 지지자들만의 대통령이 아닌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다. 그런데 그런 분열의 정치 중심에 국가 최고지도자가 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남북이 분단되고 이념적·지역적·경제적, 세대간 남남갈등이 극심한 상황에서 화합과 통합을 모색해야 할 상황인데도 우리 정치권은 아직 상황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정치권이 네편 내편 가르기로 일관한다면 향후 국민 통합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정치권의 이같은 이분법적 사고는 국민을 극단적으로 갈라놓고 있다. 국가를 어디로 끌고 가려고 국민을 둘로 갈라세우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무엇을 위해서 그러는지 알 수가 없다. 정치권의 이같은 편가르기 싸움은 한국 정치사의 고질병이기도 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정치는 게임’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하기 때문이다. 맞다. 정치는 일종의 게임이다. 여야 간에 정치권력을 획득하기 위해서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게임이다. 정치는 정책 대결로 국민의 지지와 동의를 누가 더 많이 얻느냐를 놓고 경쟁하는 일종의 시합이다. 하지만 건전한 정책경쟁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아직도 3년 반이나 남은 차기 대선 게임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현정부 집권 이래 여당의 정치 스타일은 모든 것을 적과 동지의 개념으로 단순화시키고 그들간 대립과 갈등을 부추긴 뒤에 지지자를 결집해 승부수를 던지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여권은 17대 총선 게임에서 국정 실패를 야당의 발목잡기로 몰아 올인 전략을 구사해 승리했다. 아울러 정책의 실패를 몇몇 비판언론 탓으로 돌려 그 언론사들과 전면전을 선언한 지 오래다. 행정수도 이전은 천도로 지배세력을 교체하려는 것이라며 수도권의 기득권세력과 싸움을 걸었다. 최근에는 분권적 균형발전을 강조하면서 강남과 비강남, 수도권과 비수도권 등으로 편을 갈랐다. 친일 진상 규명 등 과거 청산을 추진하면서 야당과의 게임, 역사와의 게임, 그리고 이미 무덤 속에 있는 사람들과의 게임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 편을 가르고 게임에 몰두하는지 알 수 없다. 게임에서 이기면 국민에게 무슨 이득이 돌아오는가. 적과 동지 간에 지고 이기는 게임판 정치에서 상생의 길은 요원한 법이다. 오직 적과 싸워서 이겨야 하는 이전투구만이 있을 뿐이다. 갈등이 지배하는 정치판을 통합의 정치로 바꾸는 책임은 결국 최고 통치자에게 있다. 정치를 게임으로 보는 근본적인 시각을 바꿔야 한다. 그래서 상생의 정치, 비영합(非零合) 게임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 홍득표 (인하대 교수·정치학) 출처 - 세계일보 2004. 8. 25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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