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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정치의 실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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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12 |
| 정당정치의 실종 큰 기대 속에 17대 국회가 지난 5일 개회했다. 평가를 내리기는 아직 이른 시점이지만 좀 미흡하다는 시각이 일반적인 듯하다. 국회 관행과 의원 역할에 아직 익숙지 못한 많은 초선 의원들 때문에 생겨난 문제점도 있겠지만 본회의 출석 회피라든지 어설프고 저속한 질의와 같이 과거 국회에서 비판받던 문제점도 여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미숙한 의정 활동에 대한 것보다 심각한 문제는 최근 국회가 핵심적 이슈에 대한 정치적 토론을 이끌어가는 중심 기구로서의 역할이 약화돼 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는 점이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인해 정당이라는 제도화된 채널링의 수단 없이도 직접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출할 수 있고 또 사이버상에 집단을 형성하여 정치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환경의 변화가 정치적 논의에 대한 국회의 독점적 구조를 이미 약화시켰다. 즉, 국회나 정당 없이도 정치적 토론을 전개하고 정책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터넷이라는 효과적인 매체 때문에 그만큼 정치적 토론장으로서 국회의 지위는 약화된 셈이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원인은 노무현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과 긴밀한 관계를 갖는다. 노 대통령은 이전 대통령과는 달리 집권당의 당 총재직을 맡지 않았고, 야당과의 연계 고리였던 청와대 내 정무수석실도 폐지했다. 형식적으로 본다면 ‘평당원’인 대통령이 과거와 같이 제도적인 수단으로 집권당 혹은 국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은 없어진 셈이다. 삼권분립의 원칙에 맞는 듯이 보이지만 집권당의 전 의장과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내각에 참여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정당 정치는 미국과는 다르다. 문제는 대통령의 이러한 정당과 거리두기가 정치적 쟁점에 대한 정당과 국회의 역할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라면 정치적 대결 구도는 대통령-여당과 야당 간에 형성됐다. 과거 대통령들이 여당 총재라는 지위를 통해 국회 내에서 야당과의 대결과 협상을 하여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려 했다면, 노 대통령은 정당보다는 일반 국민들을 직접 상대하여 주요 쟁점을 풀어나가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최근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두고 한 발언에서 나타났듯이 대통령이 야당보다 시민사회 내에 존재하는 자신의 ‘적’을 적시하고 논쟁거리를 던짐으로써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논의보다 대통령에 대한 아군, 적군으로 시민사회를 양분시키고 이들 간의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이 이러한 사안에 대한 정치적 공방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적어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오히려 주된 갈등의 축은 대통령과 시민사회 내의 ‘적’들 간에 형성된 듯이 보이고 정치권은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데 머무르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17대 국회의 대정부 질문이나 상임위에서의 토론 역시 뭔가 힘이 빠져 보인다. 아마 이러한 통치 스타일은 노 대통령의 정치적 경력과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정당과 국회 활동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에 비해 노 대통령의 국회 경력은 얼마 되지 않으며 정치적으로 원외에서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를 우회하여 대통령이 시민사회를 대상으로 직접 정치적 논쟁을 이끌어 가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 상황과 감성적 요인에 의해 쉽게 바뀔 수 있는 여론의 지지와 동원에 의해 제도권을 압박하는 포퓰리즘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한, 정치적 책임성의 문제도 남는다. 단임제 대통령은 자신의 결정이나 행위에 대한 정치적 평가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제도적으로 정치 활동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존재는 정당들이다. 단순히 외형적인 변화를 넘어 17대 국회가 진정한 정치적 논의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여야를 막론하고 각 정당들의 각성과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원택 (숭실대 정치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4. 7. 12 포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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