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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부터 개혁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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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24 |
| KBS부터 개혁하라 텔레비전을 중국에서는 전시(電視)라고 한다. 멀리 보게 한다는 뜻이다. 방송은 제5의 벽이요, TV는 제6감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KBS는 국민의 눈을 뜨게 해주기는커녕 눈을 감고 싶도록 만들고 있다. 슈워츠는 미디어를 ‘제2의 신’이라고 말했다. 신은 인간의 정신적 지주이다. 이 신이 미쳤다면 국민은 어떻게 될까. 사교집단이 되고 말 것이다. KBS의 경영상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한 엊그제 감사원의 보고서는 우리나라 공영방송의 존재양식을 다시 한번 짚어보게 만든다. 공영방송이란 무엇인가. 사회적 책임이라는 언론철학을 바탕으로 정치적·경제적으로 독립해서 운영되는 방송 제도를 말한다. 공영방송을 규정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소유 형태이다. 개인이 소유하는 민영방송이나 정부가 지배하는 국영방송과 달리 공영제로 운영된다. 그래서 시청자가 주인이라는 말이 설득력을 갖는다. 둘째, 방송의 목표가 무엇이냐다. 공영방송의 목표는 문화전파와 공공의 취향 향상에 있다. 셋째, 운영재원이 어디서 나오느냐가 중요 기준이 된다. 공영방송의 재원은 수신료이다. 독일,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에서 공영 방송도 제한적인 상업광고를 내고 있으나 영국의 BBC와 일본의 NHK에는 광고가 전혀 없다. 넷째, 편성의 색깔이다. 공영방송은 국제·시사·정보·교육·문화·예술·교양 등 비상업적 편성에 주력한다. 다섯째, 운영의 측면에서 공영방송은 교육방송과 국제방송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여섯째, 통제유형이 매우 중요하다. 공영방송은 공공적 통제를 받는다. 정치적·상업적 통제를 받고 있다면 공영방송과는 거리가 멀다. 감사원의 ‘KBS 경영실태 특감 결과’를 보면 KBS는 이 모든 ‘공영 방송의 기준’에서 한참 멀리 가 있음을 보여주지 않는가. 한마디로 반공영적(反公營的)이다. KBS 감사 결과는 공기업이 가질 수 있는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관리부재(管理不在)의 회사를 드러낸다. 유야무야한 이사회의 개선이라든가, 제2TV의 광고축소 권고는 이 기회에 꼭 이뤄져야 한다. 자율경영을 하되 경영결과에 대해서는 엄격히 책임을 묻는 곳이 있어야 한다. 수신료를 현실화하고 광고방송을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매우 적절하다. 상업행위는 공영성에 반하기 때문이다. 단, 지역국 문제는 통폐합이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KBS 지역국은 그 고장의 명소다. 문화센터로서의 기능을 살리고 KBS 네트워크 프로그램 제작에 일정 비율 기여하는 것으로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를 ‘더블 3-7룰’이라고 이름하였다. KBS 프로그램 전체를 100이라고 할 때 외주제작을 30%라고 한다면 자체제작은 70%이다. 이를 다시 서울과 지역이 7대3 비율로 나누면 KBS 편성은 본사 49%, 외주 30%, 지역국 21%로 다양화된다. 지방분권시대에도 부응하지 않겠는가. 탄핵정국과 총선을 지나면서 공영방송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다. 수신료 거부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왜 공영방송이 필요한가? 왜 KBS가 있어야 하는가? “시청자가 주인입니다.” 구호만 외치지 말고 실천으로 보여주기 바란다. 김우룡 (한국외대 언론학 교수) 출처 - 조선일보 2004. 5. 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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