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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개혁은 ‘특성화’가 관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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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19 |
| 대학개혁은 ‘특성화’가 관건 우리나라 교육이 위기라는 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학교육이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기업의 요구에 부합하는지를 묻는 스위스 국제경영연구소(IMD)의 올해 대학경쟁력 부문에서 159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우리나라 교육이 위기라는 것을 알 수 있는 한 예다. 교육 전체 시스템 면에서 21세기가 추구하고 있는 창의적 사고, 국제적 감각, 기초실력과 정보응용 능력을 표방하는 ‘신3R’ 체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른바 21세기의 정보 홍수 시대에서 유용한 지식을 선별하는 능력을 키우고 확고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여 세계적 시민으로 손색이 없는 신념과 태도를 형성하는 일이라든지 이를 기반으로 하여 올바른 실천을 하는 교육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대학교육은 학사 운영의 불균형, 학생 급감, 재정 구조의 취약, 기초학력 등 교육의 질 저하, 그리고 이공계 기피 현상과 국제경쟁력의 부족 등 5대 위기를 맞고 있어서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때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주변국의 개혁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크다. 이웃 일본과 중국이 우리나라와 다소 차이가 있으나 비슷한 위기 요인들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일본의 몇 개 대학을 살펴보자. 히로시마(廣島)대학에는 세계 각국에서 수집된 2만여마리의 개구리를 연구하는 ‘개구리연구소’가 있다. 개구리에 관한 한 세계적 귄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생태계, 디옥시리보핵산(DNA), 신약, 그리고 환경 연구를 위한 특성화의 일환이다. 이와 함께 특성화된 일본 제일의 고등교육연구소를 운영하고 있고, 외국어·예술·철학 등 교양 교육을 강조함으로써 현대적 교양인을 양성하는 특성화 대학이다. 사람을 만들지 않으면 21세기의 유용한 인력이 될 수 없다는 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 5대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도 인간을 만들어 달라는 것인데, 이런 사회적 욕구와 부합된다. 와세다(早稻田)대학에는 평화연구소가 있어 실시간대로 세계 정세를 즉시 분석하여 정책의 기본 자료로 삼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제화를 통한 세계적 대학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교과과정을 매폭 손질하여 아·태지역 고등교육협력기구(UMAP) 산하 6000여개 대학을 상대로 학점 상호 인정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게이오(慶應)대학 후지사와캠퍼스는 이른바 온 대학이 정보화 시스템화한 지능형 대학으로 이뤄져 있고 산·학·연(産學硏) 연구를 위해 각기업에서 출연한 기금으로 ‘연구콤팩트’를 운영하여 특성화를 추구하고 있다. 개별 대학의 특성화를 중심으로 대학간의 협력체계나 국제간 협력체계 또는 국립대학간 합병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대학들의 개혁은 특성화를 기반으로 하는 구조조정 전략이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은 한 발 더 앞서 가고 있다. 10년 전인 1994년에 100개 대학을 세계 100위권 대학으로 육성한다는 ‘211프로젝트’를 시행, 우리나라의 지역혁신사업(NURI)과 같은 지역 기반형 세계 대학을 육성했다. 근래에는 33개 대학을 다시 세계 톱 수준 대학으로 육성하기 위한 ‘985프로젝트’를 추진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칭화(淸華)대학이나 베이징(北京)대학 등 6개 대학은 이미 세계 우수대학군에 진입하고 있다. 칭화대학의 경우 첨단 분야를 중심으로 학교기업 34개를 운영하여 연간 매출을 2조4000억원 정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예는 미국의 스탠퍼드나 매사추세츠공대(MIT), 그리고 유럽의 수익형 대학 모델과 비슷하다. 물론 중국 대학들도 과감한 합병 등의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본과 공통점이 있다. 선택과 집중 정책을 기조로 자율성을 대폭 확대해가면서 지역 균형 발전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1340여개 대학과 4600만 대학 졸업생, 150만 외국 유학생을 가진 중국의 저력에다 대학 특성화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 균형 발전과 산학협력형 연구를 강화하기 위한 구조조정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들 두 나라의 공통점은 개별 대학 특성화를 전제로 한 구조조정 노력과 분권화와 자율화다. 일본 교토(京都)대학의 전략처럼 ‘도쿄(東京)대학이 서쪽으로 가면 우리는 동쪽으로 가는 것’이 노벨상 수상자를 네 명이나 배출한 비결의 하나였듯이 개별 대학의 특성화를 전제로 우리나라 대학 개혁의 큰 틀을 잡아야 할 것이다. 이현청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출처 - 문화일보 2004. 5. 19 포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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