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 기획조사자료
대립을 넘어 정책경쟁으로
2004-04-23
대립을 넘어 정책경쟁으로 문제는 불확실성에 있다. 전망이 투명하지 못하고 명료하지 않다.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정치권에 지워진 짐은 바로 이런 상황 을 하루빨리 극복하는 데 있다. 말은 쉽게 할 수 있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는 물론 아니다. 무턱대고 좌냐, 우냐 선택을 강요할 일이 아니다. 성장이냐, 분배냐 이분법적 으로만 접근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총선 결과에 대한 여야의 겸허한 승복 과 이에 앞서 냉철한 분석과 성찰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총선을 통 해 표출된 국민의 희망과 기대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대체로 두 갈래의 흐름이 포착된다. '양심건국'이란 슬로건이 함의하고 있는 새판 짜기의 개혁 지향이 그 하나고, 자유주의 시장경제 원리에 기반을 둔 다 급한 경제 살리기가 다른 하나다. 때로는 상충하고, 때로는 상호보완적이기도 한 이 두 방향을 조율하는 것은 당장은 정부, 여당 몫일 수밖에 없다. 중국은 오늘의 거대한 시장경제 지향을 '개혁과 개방'이라고 했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란 꼬리표를 달았다고 해서 중국의 경제정책을 전통적인 사회주의 경 제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개혁'을 통해서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중국을 보면서 우리는 '개혁'이란 말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중국은 혁명에서 건설로, 이념지향에서 실용주의로 크게 선회했다. 교육지표도 현대화 세계화 미래화를 내세웠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오늘 일본은 터널을 겨우 빠져나왔고 한국은 이제 터널로 들어가고 있고, 그러 나 중국은 고속도로를 달린다는 뼈아픈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는 시대와 환경에 따라 가변적이며 상대적이다. 중국 공산당이 대장정 이후 연안에 정착해 악전고투할 때 마오쩌둥은 우경 기회주의 자와 좌경 고립주의자를 한데 몰아 비판했다. 국민당에 기대어 공산당의 입지 를 넓혀보려는 태도와 자기 역량에 대한 검증없이 무턱대고 싸우면 이긴다고 우기는 부류를 한데 묶어 질책했다. 혁명의 열정과 국가 건설의 열정은 다를 수밖에 없다. 혁명은 속성상 파괴 에 너지에 의존하게 마련인데 한번 불거져 나온 혁명 에너지를 추슬러 건설의 시 스템으로 전환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념과 현실 사이, 세대간ㆍ계층간 에 괴리와 갈등이 심화될 때 사회통합은 점점 더 물건너가게 된다. 마오쩌둥은 사상과 정치를 우선순위로 꼽았다. 경제를 정치에 종속시키는 논리 위에서다. "사상과 정치는 통수(統帥)이며 또한 영혼이다. 우리의 사상공작과 정치공작이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면 경제공작과 기술공작은 반드시 잘못된 길로 빠진다. " 지나치게 이념이나 사상, 이상과 사회 개혁을 추구하다 보면 이른바 '민생 문 제'나 '경제 성장'은 그러한 사회 개조 내지 사회 개혁 다음 과제로 밀려나게 마련이다. 먼저 정부 여당이 민심을 추스른다는 소극적 대응이 아닌 국가 경영 의 큰 지표를 이 시점에서 분명히 한다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에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정책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 한 달 또는 두 달이 걸리더라도 대토론 과정을 반드시 거치되 일대 격 론을 각오하고 정부 여당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국민 앞에 내놓아야만 할 것이 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입으로만 건전 보수니 개혁적 보수니 할 것이 아니라 자유 주의면 자유주의, 그러한 이념 지향을 토대로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해 여 당과 겨루어야 할 것이다. 목소리만으로 대여투쟁을 할 시대는 지났다. 진정 뼈를 깎는 자세로 4년 혹은 9년 뒤의 승리를 향해 끊임없이 민심의 향배와 변화에 적응하는 힘을 길러야 할 것이다. 여야가 이렇게 나름의 그랜드 디자인을 국민 앞에 제시해야만 기업은 기업대로 , 대학은 대학 나름으로 여야의 정책 비전에 대응ㆍ대비하고, 또 타개책과 자 구책을 만들어 나갈 것이 아닌가. 고용 없는 저(低)성장은 일자리 없는 빈곤층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것은 잠시 덮어두고, 자유 자본주의의 폐해와 천민 자본주의로의 위험을 제도 적으로 봉쇄하고 보자고 하는 것도 긴 장래를 놓고 볼 때 일리 있는 방향일 수 있다. 사심 없는 논전을 기대한다. 대내, 대외 할 것 없이 진지하고 화끈한 토 론의 광장을 빨리 만들어라. 가장 큰 화근은 불확실성이고 그 장기화다. 이중 (숭실대 총장) 출처 - 매일경제 2004. 4. 23 테마진단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