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글은 2002년 4월 11일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주최로 열린「고교평준화 이대로 좋은가?」라는 심포지엄의 발표논문입니다.

현장 교원의 입장에서 본 고교평준화

 김진성(명지대 객원교수/ 전 구정고 교장)

교육본질에 어긋나는 평준화정책

일선학교 현장에서 바라본 고교평준화 정책은 학교의 무기력화 바로 그것이다. 활기찬 학교가 그처럼 무기력해진 원인은 복합적인 것이지만 원인(遠因)을 찾아보면 고교평준화 정책에 있다고 본다.

고교 평준화 정책 지지자들은 평준화 해제는 공교육을 붕괴시키고 입시지옥을 가중시키며 대학간 서열화를 더욱 촉진시킬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는 고교 평준화를 계속 하면서 공교육 붕괴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었다.

고교 평준화 정책은 학교간의 선의의 경쟁의 여지를 봉쇄해 버렸기 때문에 평준화 정책하에서는 학교는 학생 유치를 위한 노력을 전혀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학생들이 찾아오는데 굳이 특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그저 배정해 주는 학생을 받으면 된다. 학교간의 경쟁 체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교육의 질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해놓고 학교 교사들에게 문제가 있다면서 학생의 담임 선택제니, 학부모의 교사 평가제니 하고 들고 나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정부는 학교간 경쟁을 촉진하는 정책을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교사들이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게 된다. 학교발전을 위해서나 자기 발전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평준화 지역이었던 일산과 분당이 올해부터 평준화 지역으로 바뀜에 따라 최근 그 지역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학력저하를 우려해 서울의 강남으로 학교를 옮기고 있다.

서로 다른 사람을 서로 다르게 가르치는 것은 교육의 본질이며 인간의 본성에 부합하는 교육방법이다. 반대로, 결코 수준이 같을 수 없는 학생들을 나이가 같고 학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교실에 집어넣어 같은 내용의 수업을 강행하는 교육은 인간의 본성에 역행하는 교육방법이라 할 것이다.

서민자제만 피해보는 평준화 정책

평준화정책 지지자들은 대체로 서민계층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런데 사실은 바로 그 서민계층의 자녀들이 아이러니 하게도 평준화정책의 최대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평준화된 교실에는 우수한 학생과 보통의 학생과 열등한 학생이 혼재한다. 알파벳을 제대로 못쓰는 아이들과 영시를 읊어대는 아이들을 한 교실에 넣고 어떻게 하자는 것이며, 분수 계산을 제대로 못하는 아이들과 미적분을 푸는 아이들을 한 교실에 넣고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배울 수가 없고 배울게 없는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교실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몰라서 잠자고 알기 때문에 잠자는 교실을 만든다. 이것이 바로 교실의 붕괴다. 평준화 정책 아래서 교실 붕괴는 어쩌면 필연적인 현상이다.

공교육 교실에서 교육수요를 충족하지 못한 학생들이 사교육에서 욕구를 충족하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학교에서는 잠자고 학원에 가서 공부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부유한 계층의 자녀들이야 공교육이 붕괴되어도 좋은 학원이나 비싼 과외를 통하여 교육수요를 충족시킬 수가 있지만, 그렇지 못한 서민들의 자녀들은 그럴 수도 없다.

평준화 이전에는 공교육이 살아있었다. 서민들의 자녀들은 본인만 우수하면 그래도 좋은 고등학교에 갈 수가 있었고, 좋은 고등학교에만 가면 우수한 인재들과 경쟁하면서 학교 수업만으로도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서민의 자녀로 태어난 수재들은 학교에서는 수준에 맞게 가르쳐주지를 않아서 배울게 없고, 좋은 학원에는 돈 때문에 갈 수가 없어서 배움의 길이 막혀있는 것이다.

평준화를 포기하면 자칫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아이의 학습능력을 결정짓게 돼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일류 학교가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의 경우가 이를 반증해주고 있다. 부모의 경제적 능력으로 거주지를 선택함으로써 보다 좋은 교육기회를 얻게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결국 평준화 정책은 서민 자녀를 더욱 골탕먹이는 정책이라 할 것이다.

학교붕괴의 뿌리는 고교평준화 정책

이제 평등주의라는 정치적 논리에서 출발한 고교 평준화 정책은 종식되어야 한다. 1974년 고교 평준화 정책이 시행된 지 30여년이 되었다. 그간 과외는 더욱 극성을 부리고 사교육비는 계속 늘어가기만 했고 교육의 정상화는 커녕 교실 붕괴의 모습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슬비에 옷 젓는다고 했다.

교실 붕괴는 평준화와 함께 서서히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의 고교평준화 정책이 과외과열 등의 부작용을 해결했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이미 초등학교부터 광범위하게 과외가 일상화돼 있는 현실에서 더 이상 과열될 것을 염려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 고교 평준화를 해제하게 되면 우리 사회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74년부터 실시돼온 평준화 정책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해소했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지금 학교 교육에 실망한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 밖의 학원을 찾고있다. 과외비를 비롯한 사교육비가 감소되기는커녕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평준화 이후에도 중학교의 과외비 부담은 결코 줄지 않고 더 늘어나기만 했다.

인생에 있어서 중학교 시절처럼 꿈 많은 시절은 없을 것이다. 꿈을 먹고사는 중학생들에게는 어떤 목적의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고교 입시가 사라지자 뚜렷한 당면 목표가 없어져 방황하는 학생들이 많다. 학생들은 자기의 의사와 관계없이 컴퓨터 추첨에 의해 학군내의 학교에 배정 받을 수 있으니 별다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 내가 택한 학교가 아니니 학교에 대한 애착도 없고 심리적 공허감에 불신까지 겹쳐 신바람이 나지 않는다.

어린 시절에는 어떤 목표를 정하고 스스로 노력해서 성취하는 데 말할 수 없는 희열과 보람을 느끼는 법인데 우리 아이들에게서 이러한 꿈과 기회를 빼앗아 버리고 만 것이다. 값싼 옷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고른 옷이 더 애착이 가는 법이다. 학교는 강제 배정 받은 곳이고, 학원은 스스로 선택한 곳이니 어느 곳에 애착이 가겠는가.

평준화정책 보완책, 실효성 없어

그간 정부는 고교 평준화 정책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의 보완을 위해서 부심 해 왔다. 평준화 정책에 대한 보완 대책은 수없이 많이 내놓았지만 모두 실패하였다. 비평준화지역의 확대가 그렇고, 능력별 반 편성이 그렇고, 특목고가 그렇다. 교육이민 현상을 보면 알만하다.

학력 차가 크게 나타나는 영어, 수학, 과학 교과 중에서 학생들을 심화반과 보통반으로 나누어 해당 교과 시간에 학생들이 이동하여 능력에 맞는 수업을 하도록 했으나, 심화 반이나 보통 반이나 똑같은 평가를 해야 하니 이러한 능력별 반 편성 수업은 교사나 학생 모두에게 번거롭기만 하고 보통 아이들에게 열등 의식만 심어줄 뿐이다. 교육부가 지난 해 학력 부진 학생들의 특별 지도를 위하여 돈을 각 학교에 내려보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거부로 이를 제대로 실시하지 못한 것이 그 단적인 예라 할 것이다.

평준화 정책아래서는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의 기능이 제 역할을 할 수가 없다. 과학고, 외국어고 학생들의 자퇴대란이 이를 증명한다. 평준화아래서는 내신성적이 큰 위력을 발휘하며 그 내신성적은 원칙적으로 전국 어느 학교나 다 같다는 것이 대전제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내신성적 때문에 자퇴를 하고 검정시험을 보고 대학에 진학하거나 외국 유학의 길을 택한다. 서울대에 갈 수가 없는 학생이 MIT공대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H과학고 학생의 예가 특목고 실패를 증명한다.

평준화 정책과 열린교육의 부조화

우리는 지금 평준화 정책 아래서 열린교육시대를 맞고 있다. 평준화 정책은 평등주의, 열린교육은 수월성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서로 보완관계에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는 상극관계라 할 것이다.

교육기회의 형평성이라는 취지에서 출발한 평준화 정책과 창의성 개발이라는 취지에서 출발한 열린교육은 상호 이율배반적인 성격을 지닌다. 열린교육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영재교육이 창의성 개발에 남다른 효과가 있다고 하나 지금 우리나라의 어린 영재들은 갈곳이 없어 헤매고 있다. 검정고시로 중ㆍ고교를 뛰어넘어 대학에 입학한 영재들에 관한 이야기가 신문보도를 장식한다.

한국이 평준화교육을 시작하던 70년대 후반부터 세계 여러나라는 영재교육에 열을 올렸다. 영재학교, 영재학급, 영재교육센터, 사사제도, 시간제 영재반, 방과후 영재반, 특별활동 시간의 영재반 등 다양한 형태로 실시하고 있다.

이제 더 늦출 수는 없다. 영재들이 창의성을 꽃 피울 수 있게 영재교육기관을 초ㆍ중학교 수준에서 마련해야 한다. 이래야만 영재들은 지적 정서적 수준이 비슷한 친구들끼리 토론하고 조사하고 탐구함으로써 잠재적 능력과 창의성을 키워 갈 수 있다.

1996년부터 월반과 조기 입학이 제도적으로 가능해졌지만 이를 시행하는 학교는 없다. 실제 월반이나 조기 입학을 하면 급우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왕따를 당하기 일쑤인 것이 오늘 우리들의 현실이다.

그간 제도 교육에서 길을 찾지 못한 영재들은 학교 교육을 버티지 못하고 자퇴해 버린 경우가 허다하다. 다른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그 일에만 골몰하기 때문에 전체 질서를 깨뜨리는 일이 많아 문제아 취급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지적 호기심이 남보다 유달리 왕성한 아이들일수록 기존 교육체제 아래서 마음의 상처를 받기 쉽다. 평준화 정책아래서 열린교육의 장을 벌이고 있는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 영재들은 설 땅이 없다. 평준화와 열린교육은 궁합이 맞지 않는 제도이다.

평준화 정책아래서의 보충수업

요즘 보충수업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학교현장에서는 종래의 보충수업을 허용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교육부는 과외수요 흡수를 위하여 학교장에게 자율권을 준다고 하면서 종래의 보충수업이 아닌 ‘방과 후 교육활동’이라고 하고 서울시교육청은 종래의 보충수업이 아닌 ‘특기적성 교육’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어느 TV방송국에 나가 보충수업에 관한 심야토론을 하면서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한 학생의 보충수업 반대 이유가 학원에 가야하기 때문이라고 했고, 한 학부모는 그 시간에 아이들을 좀더 쉬게 해주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거기엔 보충수업에 대한 강한 불만과 불신이 있었다.

현직 교사들에게 과외가 허용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 학생들은 학원 강사나 과외 교사보다 현직 교사를 훨씬 더 선호했고, 현직 교사들이 더 잘 가르쳐 준다고 굳게 믿었다. 그런데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을까. 정책당국이 학교는 학원이 아닌 전인교육의 장이라는 이상론에 빠져있고 평준화 정책에 발이 묶여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교사들은 당국이 교과를 ‘특기 적성교육’으로 하라고 하니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교사들은 적당히 해버린다. 드디어 공교육 불신을 초래하고  학교붕괴의 한 요인이 된다.

지금 선진국들은 교육개혁의 목표를 학력 향상에 두고 학교간의 경쟁을 통해서 21세기 국제경쟁력 시대를 맞고 있는데 우리나라 학교는 오후 4시가 조금 지나면 무덤처럼 조용해진다. 경비업체 직원이 학교를 접수하고 학교시설은 유휴시설이 되고 만다. 보충수업이 폐지되면서 학교란 적당히 공부하면서 친구 만나 놀고 잠자고 쉬면서 생활하는 곳이고, 학원이 진짜 공부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어떠한 경우도 사교육이 공교육을 대신할 수는 없다. 설혹 보충수업에 병폐가 있다 해도  교육의 중심축을 학교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이제까지의 보충수업에 대한 종래의 관념을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먼저 보충수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청산해야 한다. 입시위주의 보충수업을 하는 것이 무슨 죄를 짓는 것처럼 기분들게 하는 분위기는 없어져야 한다. 보충수업만은 모든 통제와 구속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학교 보충수업을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철저히 무장시켜도 좋다고 해야 한다. 보충수업의 대상, 교과, 시간, 방법 일체를 학교장을 믿고 맡겨야 한다. 인문고와 실업고가 다르고 대도시와 농어촌이 다르며 같은 지방의 학교끼리도 형편이다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학원간의 경쟁은 있어도 학교간의 경쟁이 없고 ,학생간의 경쟁은 있으나 교사간의 경쟁은 없다. 학교간의 경쟁 그리고 교사간의 경쟁이 살아나지 않으면 우리 교육의 미래는 없다.

지금 학교 보충수업에 대한 강한 불신은 교육당국의 애매모호한 정책으로 학생들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평준화아래서는 학생들의 학력격차가 심해 사실상 학원처럼 효율적으로 해주지 못하는 사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칸막이 내에서 선 지원 후 배정

7차 교육과정의 특색은 학생의 교과선택권을 확대하는 것이다. 학생의 교과선택권보다 먼저 학교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 식당을 배정해주고 들어가서 메뉴보고 음식을 선택해 들라고 하는 것보다 자기가 가고 싶은 식당을 찾아가게 해야한다. 그렇게되면 고객이 음식 탓을 하지 않을 것이며 음식점마다 경쟁을 하게되어 양질의 식사가 제공될 것이다.

고등학교 입학 때 1차로 걸러주고 대학 입학 때 2차로 걸러주는 것이 순리다. 현행 평준화 정책으로 중학교 졸업자를 1차 걸러주는 고교 입학 시험이 없어졌기 때문에 대입 병목 현상을 초래했다. 그 간의 고교 평준화 정책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해 온 긍정적 측면이 없지 않으나 본질적으로 교육의 경쟁원리를 말살함으로써 고등학교 교육의 하향 평준화를 촉진시켰고 수월성 교육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았다.

평준화 정책의 기본 틀을 수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선 각 시ㆍ도간에 칸막이를 하고 각 시ㆍ도 내에도 몇 개의 칸막이를 하자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15개 내외의 학군을 만들어 그 구역 내에서 선 지원 후 배정의 국가고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되면 서울 시내의 동ㆍ서ㆍ남ㆍ북 골고루 지역마다 경쟁이 되살아나고 강남 8학군, 대치동 특구 현상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일부 사립학교만 평준화에서 해제하고 국ㆍ공립 학교는 평준화 정책을 고수할 경우 자립형 사립고교는 입시명문 학교로 부각될 것이다. 대다수 국ㆍ공립 고등학교와 자립형 사립고교에 들어가지 못한 대부분의 사립학교가 슬럼화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자립형 사립학교에 지원하던 예산을 공립학교에 더 얹어 준다고 하지만 소위 명문고교는 교육재정이나 학교 교사에 의해 만들어지기 보다 그 학교에 들어오는 학생의 질로 결정된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일부 사립학교만 평준화에서 해제하는 문제는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우선 자립형 사립학교를 인정하고 점차 국ㆍ공립학교로 확대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으나 한국적 풍토아래서는 혼란이 극에 달할 것이다. 자립형 사립학교는 부유층 자녀의 학교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자가 결코 존경의 대상이 못되고 있기 때문이다. 평준화 해제대상은 국ㆍ공ㆍ사립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오늘날 미국의 학교교육 위기는 사립이 아닌 공립학교 위기를 뜻하는데 왜 우리가 미국이 걸어간 길을 걸어가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특성화고교 확대

학교선택권을 학생에게 돌려주는 문제와 관련하여 동시에 해결해야 할 것은 특성화 학교를 확대하는 것이다. 무조건 인문고교에 진학하고 보자는 막연한 기대심리가 문제다. 중학교에서 진로탐색 교육을 철저히 하여 조기에 진로를 결정함으로써 귀중한 청소년 시절을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축구고교, 육상고교, 골프고교, 애니메이션고교, 회화고교, 조각고교, 연극고교, 컴퓨터고교, 전산수리고교, 제과고교, 안경고교 등등 특성화고교를 세워 이에 걸맞는 학생들을 흡수해야 한다. 자율학교, 대안학교의 설립도 서두르고 공업계와 상업계의 실업교육을 살려나가면 평준화 정책 해제에 따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

평준화 정책 아래서 선착순으로 전학 배정을 받기 위해 며칠 밤을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지새는 풍경은 무엇을 뜻하는가. 평준화를 신봉하는 교육당국이 전학생 배정에는 경쟁시대의 상징인 선착순을 고집하니 이는 이율배반이다. 공부를 제대로 못시켰다고 책임지고 물러나는 교육감은 없고 학생 배정을 제대로 못했다고 물러나는 교육감만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학교 선택권은 근본적으로 학생들에게 돌려주고 이 경쟁대열에서 뒤지거나 경쟁대열에 뛰어들고 싶지 않은 많은 청소년을 국가의 배려아래 적성을 찾아 특성화 학교, 실업학교로 진학하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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