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 자료 > 바른사회 칼럼

	韓·美정상회담과 北核 - 정진영
	2004-11-17
韓·美정상회담과 北核 노무현 대통령과 재선에 성공한 부시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개최되는 칠레에서 열린다. 이번 정상회담이 큰 관심을 끄는 이유는 2기 부시 행정부가 추구할 북한 핵 문제 해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 모두가 그렇지만, 특히 노 대통령으로서는 북핵 문제의 조속한 해결이 시급하다. 북핵 문제는 국가의 안위가 달린 문제이다. 그런데도 북핵 문제는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북한과 미국 사이의 입장차이가 너무 크고 불신이 깊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 포기 보상뿐만 아니라 미국의 적대정책 포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은 북한이 먼저 완벽하게 핵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협상 대상도 폐연료봉에서 추출한 플루토늄, 농축우라늄, 이미 만들었을 수 있는 핵무기 등 어디까지를 포함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양자가 평행선을 긋고 있다. 노 대통령은 칠레로 가는 도중 미국 LA와 아르헨티나에 들러 북핵 문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북한 핵 문제를 바라보는 대통령의 입장이 잘 나타나 있는 말들이다. 첫째, 북한으로서는 핵무기 개발이 외부 위협에 대한 억지수단으로 합리적인 선택이다. 북한은 자위수단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둘째, 따라서 북한은 외부로부터의 위협이 제거되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것이다. 셋째, 경제적 봉쇄나 무력사용과 같은 대북 강경책은 북핵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다. 넷째, 한국 정부는 전쟁의 위험이 있는 대북 강경책을 강력히 반대한다. 노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이 국내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면의 의미야 어떻든 북한 입장을 이해하는 반면 미국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문제는 북한과 미국이 한국 정부의 이러한 입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이것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이고 조속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우선 노 대통령의 계산방식을 따라가 보자. 재집권에 성공한 부시 대통령은 네오콘으로 불리는 강경파들의 입장에 따라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말처럼, 미국은 한국을 쉽게 포기할 수 없고, 따라서 한국의 입장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북한 정권은 개혁과 개방으로 북한 주민들을 먹여 살리려고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핵무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개혁·개방에 따른 위험 때문에 핵무기에 집착하고 있고, 개혁·개방의 길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이러한 두려움을 제거해 주면 핵개발을 포기할 수 있다. 이러한 계산에 따라 노 대통령은 미국의 대북 강경책에 반대하고 대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이러한 입장은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에 대한 요구 수준을 높이고 미국의 요구에 더욱 오랫동안 저항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부시의 재선으로 고무된 미국 강경파들은 한국도 미국을 포기할 수 없을 것으로 믿고 한국을 무시한 대북 강경책을 채택할 수 있다. 더욱이 미국은 한국 정부의 희망과는 달리 북한에 양보하기보다 북핵 문제의 해결을 지연시킬 수도 있다. 민감한 외교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이상 한국 정부는 이제 배수진을 친 셈이다. 미국에 대해 할 말은 다했다. 이제 남은 것은 북한의 태도이다. 북한이 고집을 부리면 한미 동맹의 간극은 더 벌어질 것이고 핵 문제는 더욱 미궁에 빠지게 될 것이다. 칠레 한미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북한의 변화 가능성을 구체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설득해야 할 것이다. 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관계학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4. 11. 17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