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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판 뉴딜' 성공하려면 - 김종훈
	2004-11-09
'한국판 뉴딜' 성공하려면 갈수록 악화돼 가는 경제상황을 일신할 돌파구를 마련하고, 침체된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 정부는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인 소위 '한국판 뉴딜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책의 골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7조~8조원 정도를 연기금 등에서 조달해 사회간접자본(SOC)이나 공공시설에 투자함으로써 경기를 활성화하고 건설산업의 연착륙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판 뉴딜정책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이다. 경기 악순환을 차단하기 위해 시의적절한 조치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으로 기업 투자나 가계 소비를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건설산업이 여타 업종에 비해 내수 진작 효과가 크고 빠르다는 점과 참여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산업을 생각한다면 선택 가능한 방법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다만 한국판 뉴딜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과 사업방식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막대한 재원이 투입된 국책사업들이 타당성 분석부터 잘못돼 방향을 잃고 표류하거나, 사업비가 당초 금액보다 무려 두세배나 초과되고, 사업기간 또한 연장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또 민자사업들도 많은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 운영수입이 사업계획 수립 당시의 추정 수입보다 적을 경우 그 부족분의 80% 이상을 정부가 보장하는 '최소 운영수입 보장제도'를 믿고 민간사업자가 수요 예측을 최대한 부풀리다 보니 결국 국가재정을 악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심화돼 표면화된 사례들이 바로 새만금 간척사업, 항공 수요 부족으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양양.청주공항, 사업 추진 당시 예측 교통량의 50%에도 미치지 못해 국고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는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와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등이다. 더군다나 개정될 민간투자법에 의해 연기금이나 개인 투자자들의 돈이 이처럼 문제가 많은 사업에 투자될 경우 전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되며, 사회적 파장 또한 정부 재정에 비해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들을 극복하고 정책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국책사업의 패러다임부터 바꾸어야 한다. 건설사업에 참여하는 발주자.설계자.시공자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주체는 바로 발주자다. 그러나 현재 국책사업 등의 공공사업에서는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발주자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기능이 매우 취약하다.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공공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정확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발주자의 전문성이 부족하다 보니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건설업체에 의해 민간 투자사업이 주도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구조가 지속되는 한 국책사업이나 민자사업과 관련된 기존의 문제점들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공항.항만.도로 등 주요 SOC 사업이나 학교.교도소 등 사회 공공시설 건설에 민간 전문가 조직에 의한 프로그램 매니지먼트(Program Management) 방식을 도입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건설사업 관리 방식은 전문성을 갖춘 민간 프로그램 매니저(Program Manager 또는 Project Manager)가 공공의 이익을 대변해 조정자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투자자나 발주자의 이익을 철저히 보호할 수 있다. 연기금 등이 동원된 국책사업이나 민자사업 등 한국판 뉴딜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에 앞서 이런 사업을 통한 공공의 이익이 확실히 담보될 수 있는가부터 철저히 계산돼야 할 것이며, 사업수행 과정에서도 전문성 제고를 통한 효율적이고 다양한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김종훈 (한미 파슨스 대표 / 시민회의 정책위원) 출처 - 중앙일보 2004. 11. 9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