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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성장잠재력 약화시키나 - 남성일
	2004-11-01
누가 성장잠재력 약화시키나 며칠 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 경제의 문제는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니라 폭넓게 퍼지는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며 그 불안감의 요체는 중장기적 성장잠재력에 대한 우려라고 진단했다. 쉽게 말해 우리 경제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을지 사람들이 걱정한다는 것이다. 성장잠재력은 무엇이고 사람들은 또 왜 이를 우려하는 것일까. 어린이가 잘 먹고 잘 자며 자유롭게 놀 수 있다면 잘 자란다. 경제도 이와 다르지 않다. 각 경제주체들이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저축하고 투자할 수 있다면 성장잠재력이 튼튼한 것이다. 즉 환경에 대한 믿음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그 믿음과 희망이 훼손되면 미래를 위한 투자를 주저하게 되고 여기보다 더 자유로운 외국으로 눈길을 돌리게 된다. 우리가 성장잠재력을 우려하는 까닭은 우리 환경에 대한 믿음과 희망이 훼손됐기 때문이다. 누가 믿음과 희망을 훼손시켰는가. 그 책임은 위정자들에게 있다. 우리 국민은 그렇게 비관적인 국민이 아니다. 국민성이 비관적이고 나약했다면 지난 30여년의 경제성장이 어찌 가능했겠으며 세계 도처에서 악착같이 벌어 성공하는 사례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국민성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을진대 요즘 보이는 무력감은 위정자들의 형편없는 리더십 때문이라 할 수밖에 없다. 신문보도에 따르면 추기경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비판적인 신문들을 껴안아라. 그래야 보기도 좋고 그들도 정책에 협조할 것이다'라는 요지의 말을 했더니 대통령이 '그건 강자가 할 수 있는 일이며 나는 약자이므로 그렇게 못한다' 하였단다. 학창시절의 토론에선 누구든지 강자와 약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명쾌(?)하게 나뉘어야 했다. 그 기준이 뭣이냐고 혹시 따지기라도 하면 반 개혁주의자 혹은 나약한 관념론자로 몰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분위기에 눌려 그저 약자, 못 가진 자는 선이고 강자, 가진 자는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러나 허구는 오래 갈 수 없는 법. 그 기준이 자의적일 뿐 아니라 세상이 그렇게 산뜻하게 둘로 나뉘지도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더욱이 이런 이분법적 사고는 이쪽의 행동은 항상 정당하며, 저쪽은 악이므로 반드시 꺾어놓아야 한다는 전투적 적대감을 키우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세월이 흘렀어도 이런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분들이 나라를 이끌고 있다. 그리고 거의 매일이다시피 '적'들을 공격하고 있다. 문제는 그 공격이 적을 제압하는 차원을 넘어 국민의 자유와 재산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4대 입법이라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언론법안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해괴한 기준을 만들어 '꼴통보수' 언론사를 규제하려 한다.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이다. 사립학교법안은 재산권과 그에 따른 선택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 기왕에도 선택의 자유를 빼앗긴 학생과 학교는 이제 약자인 체 하는 강자들이 만든 특정한 이념교육을 그대로 받아먹어야 할 판이다. 그리고 보안법 폐지안은 극소수의 자유가 확장되는 대신 다수의 자유가 위협받는 것이다.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소수의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 다수가 체제 붕괴의 불안에 떨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언론.교육, 그리고 안보가 개혁 혹은 공익이라는 모호한 구호 아래 흔들리게 되니 사람들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개혁과 공익이라는 명분으로 개인의 자유와 재산, 심지어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 그런데 위정자들은 민간의 투자가 부진하니 대규모 재정계획을 세워 정부가 경제를 끌겠다고 한다. 민간경제를 공공경제로 대체하는 나라는 사회주의가 아닌가. 이런 환경에서 믿음과 희망이 생기겠는가. 투자를 하겠는가. 성장잠재력 정도가 아니라 체제의 미래까지 우려하지 않겠는가. 남성일 (서강대 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정책위원) 출처 - 중앙일보 2004. 11. 1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