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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인권, 정공법으로 나가자 - 제성호
	2004-10-29
北인권, 정공법으로 나가자 최근 북한 인권 문제가 복잡다단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탈북자들의 계속되는 기획망명, 주중 한국 대사관 영사부의 탈북자 수용소화, 중국의 대대적인 탈북자 단속 및 색출, 대량 탈북자의 국내 입국, 외국 유명 방송사들의 북한 정치범 수용소 및 생체실험 실태 보도 등. 여기에 더해 미국은 ‘2004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켜 북한 인권의 국제 이슈화를 선도하고 있다. 그동안 북핵에 가려 북한 인권이 소홀히 취급돼 왔다. 하지만 북한인권법 제정으로 앞으로는 인권 문제가 안보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어젠다로 부각될 것이다. 4년간 매년 2400만달러라는 막대한 재원을 투입, 실질적 해결을 추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사실 북핵 문제의 심각성은 핵 개발 그 자체에 있는 게 아니다. 생명이 없는 대량살상무기보다는 이를 가지려 하는 자의 반민주성과 예측 불가성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북한 인권을 제쳐놓고 북핵에만 매달려 온 단선적인 대북정책은 반성할 필요가 있다. 현재 북한은 북한인권법을 고립·압살정책의 도구로 규정하면서, 미국이 부당한 내정간섭을 기도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탈북자 지원단체를 엄벌에 처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 탈북자를 비호하는 나라의 외교공관을 강도 높게 비난함으로써 앞으로 탈북자정책의 강경화를 시사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대량탈북 사태의 빈발과 북한 체제의 붕괴 촉진 등 북한인권법이 가져올 부정적 파급 효과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는 10월 1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지속적 관심, 국가별 대응 방식의 전략적 선택, 화해·협력을 통한 점진적 인권 개선 등 북한 인권 관련 3대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북한 민주화보다는 대북 화해·협력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어, 미국의 북한인권법 기조와 온도차가 느껴진다. 앞으로 북한 인권 정책과 관련해 한·미 간의 불협화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인권은 보편적 가치의 문제이며 삶의 원칙에 속한 문제다. 그래서 오늘날 “인권에는 국경이 없다”는 개념이 국제인권법의 기본원리로 자리잡고 있다. 유엔헌장과 국제인권규약은 인권 문제를 탈국내문제화시킨 대표적인 국제 문서이다. 이런 국제규범에 따라 인류의 양심에 충격을 줄 만큼 심각한 북한 인권 상황의 개선을 추구하는 것은 유엔 체제 아래에서 불법적인 내정간섭이 아니다. 북한 인권의 경우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 정책처럼 국제 사회의 인도적 개입이 요청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인권 탄압에 침묵하는 것은 범죄 행위를 묵인·고무하는 것이다. 독재정권과의 무조건적인 화해·협력은 인권 탄압의 불법 체제를 지속시키는 수구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대북 지원과 남북 협력은 북한 인권 개선에 이바지할 때 의미가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수령의 유일적 영도는 양립할 수 없다. 서로 상극적인 체제 아래에서 살아온 남과 북의 주민들이 한 울타리 안에서 평화롭게 공존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기에 북한 인권 개선과 문화적 동질성 회복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일이다. 요컨대, 인권이 없는 대북정책은 도덕성을 결여한 것이며 참다운 ‘민주적’ 통일정책이 될 수 없다. 인권은 ‘거론’할 때 ‘개선’이 가능하다. 또, 정공법을 구사할 때 효과를 발휘한다. 이같은 기본 시각에서 정부는 새 환경에 걸맞은, 입체적 대북인권정책(범정부적 협의체 구성 포함)을 수립해야 한다. 이와 관련, ‘북한인권법’을 북한의 개방과 민주화에 기여하도록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중국에 대해서는, 난민판정절차 거부와 기획망명시 제3국 추방이라는 변칙 사용을 중단하고 비정부기구(NGO) 활동가들의 신변안전 보장 및 탈북자 지원활동을 허용토록 설득해야 한다. 더 이상 저자세의 ‘조용한 외교’는 안된다.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 대한국제법학회 부회장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4. 10. 29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