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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납북자 가족들의 인권 - 제성호
	2004-10-06
납북자 가족들의 인권 친일 진상규명 등 과거사 청산문제가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의 반응은 역사적 대의와 정치적 명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냉담하다.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하고 편향성을 보이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이런 와중에 정치권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하는 불행한 과거사가 있다. 납북자 가족의 인권침해가 바로 그것이다. 제주 4·3사건, 노근리 사건, 친일 반민족행위 등 다른 과거사와 비교할 때 이 문제에 대한 극도의 무관심은 부당하다. 납북자 가족의 인권침해 문제는 북한이 우리의 무고한 양민들을 강제 납치해 간 데서 비롯된다. 남한에 사는 피랍자 가족들 상당수가 지난 시기에 빨갱이(월북자) 가족으로 분류돼 신원조회, 감시와 고문, 취업 및 공직임용 제한, 선원수첩 발급 거부, 여권 발급 및 출국 규제, 사관학교 입학 제한 등 각종 부당한 인권침해를 받았다. 소위 연좌제(緣坐制)의 적용 대상이 됐던 것이다. 지난 4월 5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과거 이들이 받았던 인권침해의 구제를 위해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국회의장과 국무총리에게 권고한 바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함흥차사다. 유관 부처들이 서로 이 골치 아픈 업무를 주관하길 꺼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끊임없이 업무 범위와 인원 및 예산의 확대를 추구하는 정부 부처의 속성에 비춰 기이한 현상이기까지 하다. 그런데 행자부와 경찰청, 국정원, 국방부, 법무부, 외교부, 해양수산부 등 적지 않은 부처가 개입돼 있어 주관부처의 선정이 곤란할 경우에는 정부 내에서 서무 역할을 하는 행자부가 담당하는 것이 정부조직법상 타당하다(법 제33조 참조). 납북자 가족들의 인권침해에는 행자부가 가장 많이 관여돼 있고, 세부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행자부는 현재 이 업무를 떠맡는 데 반대하고 있다. 그 대신 남북간 인도적 사안인 납북자 송환업무를 취급하고 있는 통일부가 납북자 가족의 인권침해 구제업무도 담당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주장에 선뜻 동의할 수 없다. 납북자 문제의 인도적 해결(생사확인, 가족상봉, 송환 실현을 위한 남북협상)과 납북자 가족의 인권침해 구제는 차원을 달리한다. 후자는 기본적으로 국내문제이며 해당 부서의 인권침해와 관련된 것으로, 통일부는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고 확인작업을 할 수 있는 실행 능력이 없다. 6·25전쟁 이래 납북 건수는 총 132건인데, 이 중 5년 내에 발생한 것은 2건에 불과하다. 또 정부의 기록보존 기간이 5년이어서 해당 기록은 이미 대부분 파기됐을 공산이 크다. 게다가 통일부는 인권침해 사실 조사 및 구제 업무를 담당할 인력도 전문성도 없다. 요컨대 행자부가 납북자 가족의 인권침해 업무를 맡는 게 가장 현실적이다. 다만 납북자 가족 인권문제의 민감성 및 복잡성을 감안할 경우, 범정부적 기구나 협의체를 구성해 대처하는 것도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방안이든 간에 정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문제 해결을 위한 기구의 선정(또는 신설)을 포함한 구체적인 입법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 부처 간의 핑퐁 게임으로 납북자 가족들이 겪었던 인간적 고통의 해소가 더 이상 지연돼선 안 될 것이다. 정치권의 관심을 촉구한다.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조선일보 2004. 10. 6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