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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목적헬기 사업 왜 필요한가 - 김경민
	2004-10-04
	자료집_불공정 논란 노란봉투법 무엇이 문제인가.pdf
다목적헬기 사업 왜 필요한가 한국형 다목적 헬기(KMH) 사업의 추진이 혼선을 빚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월 일본 가와사키 중공업을 다녀왔다. 가와사키 중공업은 OH-1이라는 순 일본산 헬리콥터를 8년에 걸쳐 자체 개발한 곳으로 일본 방위청의 허가를 얻어 실무개발의 담당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질문의 요지는 필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도 궁금해 하는 세 가지. 첫째는 과연 헬기가 한국군의 전력증강에 필요한 무기체계인가라는 것이다. 초음속 전투기만 있으면 되지 헬기가 왜 필요하냐는 질문이다. 비단 헬리콥터를 자체 개발한 가와사키 중공업의 자기 홍보에 가까운 발언이라 할지라도 헬기의 전략적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목도되었지만 기동력이 중시되는 초기 투입작전, 긴급을 요하는 병력 수송에서부터 산악 지형에서의 항공작전, 그리고 후방 교란작전에 헬기의 역할은 점점 커지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전투기가 할 일이 있고 헬기가 할 역할이 따로 있다는 얘기다. 둘째는 기술파급 효과다. 툭하면 무기체계의 자체개발을 할 때 기술파급 효과가 대단하다고 선전하지만 막상 끝나고 나면 무슨 기술이 어떻게 획득되고 그 기술이 어떻게 경제성을 갖고 활용되고 있는지, 용두사미 격이었는지라 당연한 질문이었다. 그래서 어떤 기술들이 스핀 오프(Spin-off, 기술파급 효과)되었느냐라고 질문했더니 복합재료 분야에 있어서 세계적 수준의 달인을 몇 명 확보할 수 있었다는 자평이다. 실제로 일본은 복합재료 분야에 있어 세계 정상급의 기술을 갖고 세계 시장의 50% 이상을 석권하고 있다. 헬기의 바람개비를 가볍게 하기 위해 복합재료로 만드는데 엑스레이로 보아도 내부에 미세한 구멍이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한번에 구워내야 하고 이 기술을 연마하는 데 몇 년이 걸렸다는 것이다. 이 기술로 신칸센의 머리 부분을 납품하고 있고 윙 넷(Wing Net)이라 하여 여객기 날개 끝 부분을 살짝 올라가게 해 연비를 높여 항속거리를 길게 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마당에 복합재료 분야는 매력적인 산업이 아닐 수 없다. 셋째는 경제파급 효과였다. 프랑스가 중심이 돼 2006년 취항을 목표로 개발 중인 에어버스 380은 세계 최초로 2층 비행기로 만들어져 총 555명이 탑승하게 된다. 기존 여객기와는 달리 스포츠시설.회의실.면세점 등이 들어서는데 경량화.저연비를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총 구조물의 40%가 탄소섬유수지와 티탄금속으로 제작되고 10여개 일본회사 납품액은 약 2조원에 이른다. 그들은 KMH 사업이 기술 및 경제파급 효과를 치밀하게 기획한다면 경제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한다. 일반적으로 300대 이상이면 경제성이 있다고 평가하는데 KMH는 477대를 생산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의 역학구도가 변하고 미군이 감축되며 한국은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한국이 안보부담을 더 떠맡는 협력적 자주국방을 천명했다. 지난 30여년간 약 80조원의 막대한 국방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주국방의 길이 요원하기만 한 이유는 경쟁력 있는 방위산업을 육성하지 못하고 기술파급 효과도 미미해 대미의존적 국방현실에 머물러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KMH 사업이 국방부와 산자부가 함께 참여하는 것인 만큼 이 사업을 계기로 일본처럼 기술파급 효과를 최상의 목표로 삼아 20~30년 앞을 내다보는 자주국방 태세와 민간분야의 기술발전을 도모해 나가야 한다. 일본은 OH-1 헬기를 자체개발하기 전 10년 동안 사전연구를 했다고 한다. 자주국방의 교훈으로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김경민 (한양대 교수.국제정치 / 시민회의 정책위원) 출처 - 중앙일보 2004. 10. 2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