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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카드사 규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 - 안재욱
	2002-07-12
신용카드사 규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 최근 신용카드 제도 개선을 위한 논란이 많습니다. 신용카드와 관련된 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신용불량자 증가가 사회문제로 부각됨에 따라 정부는 이것을 신용카드의 남용 탓으로 보고, 여신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신용카드사에 대한 규제대책을 발표하였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첫째, 2004년부터 신용카드사의 현금서비스와 카드대출 업무비중을 50% 이하로 제한할 것, 둘째, 미성년자의 카드발급은 반드시 법정대리인의 사전동의를 받을 것, 셋째, 카드회원의 길거리 또는 방문 모집금지, 넷째, 신용카드사에 대해 은행과 같은 건전성규제를 강화하는 것 등입니다. 비자격자에 대한 무분별한 카드 발급은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소득이 없어 신용불량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미성년자를 비롯, 비자격자에 대해 무조건 카드발급을 하는 카드사의 영업행위는 비난받아야 마땅합니다. 따라서 그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타당하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금서비스와 카드대출을 합한 업무비중을 50% 이하로 줄이도록 제한하는 것은 서민들의 급전 융통을 막고 사채시장의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또한 길거리, 방문 판매 금지 등 모집인 영업방식 규제는 기업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조치라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러한 규제들은 기업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것으로 결국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지적들은 아주 옳다고 생각합니다. 신용카드사는 은행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신용카드사에 대한 규제에 있어 잘못 이해되고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건전성 규제에 관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용카드 회사에 대한 건전성 규제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용카드사에 대한 건전성 규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신용카드회사를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을 다루는 기업이라고 해서 다 같은 금융기관은 아닙니다. 우리는 신용카드회사가 정확히 무엇인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용카드 회사는 금융“회사”입니다. 카드사는 기본적으로 돈 장사하는 곳입니다.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수료와 이자를 받아 이익을 보는 회사입니다. 카드사의 주요 업무중의 하나인 물품대금결제서비스도 따지고 보면 일종의 단기대출 서비스입니다. 왜냐하면 카드사용자가 물건을 구입한 시점과 카드사가 그 대금을 결제해 주는 시점이 다르므로 그 기간만큼 카드사용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형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할부결제 시 이자가 붙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무이자 할부)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카드사는 기본적으로 돈을 빌려주고 그에 대한 수수료 및 이자를 받아 운영하는 회사, 즉 여신전문회사인 것입니다. 그러나 은행은 결코 아닙니다. 이것은 아주 분명한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신용카드회사는 예금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은행이 일반회사와 달리 특수하게 취급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예금자들 때문입니다. 따라서 신용카드사는 은행보다는 오히려 일반회사에 가깝습니다. 일반회사가 자금조달을 위해 채권을 발행할 때 그것을 매입할지 안 할지는 전적으로 투자자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일반기업의 채권을 구입하려고 할 경우 해당 기업의 경영상태, 재무상태 등을 파악해서 결정합니다. 그 기업이 잘못 운영된다든가 혹은 위험이 있다면 그것은 채권가격에 반영이 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전혀 자금조달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은 시장에서 그 기업이 건실하게 운영되도록 하는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신용카드사에 대한 건전성 규제는 불필요하다 지금 정부가 신용카드사에 가하려고 하는 건전성 규제는 자산건전성 부류에 따른 대손충당금을 은행수준으로 강화한다는 내용입니다. 신용상태가 양호한 거래처의 카드대급금을 의미하는 ‘정상’으로 분류된 자산에 대해서는 1% 이상, 1월에서 3월간 연체된 채권을 의미하는 ‘요주의’ 자산에 대해서는 7% 이상, 3월 이상 연체채권 중 회수예상가액 해당부분을 지칭하는 ‘고정’으로 분류된 자산에 대해서 20% 이상, 3월에서 6월간 연체채권 중 회수예상가액 초과부분을 뜻하는 ‘회수의문’의 자산에 대해선 60%, 6월 이상 연체채권 중 회수예상가액 초과부분을 가리키는 ‘추정손실’에 대해서 100%의 대손충당금을 보유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보기에는 부실채권에 의한 손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신용카드사의 부도를 막을 수 있는 매우 정교한 시스템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기실 대손충당금이라는 것은 카드사가 부실채권을 예상하여 자발적인 결정에 의하여 적정량을 보유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식으로 정부가 정해 놓은 틀에 맞추도록 한다면 그 대손충당금이라는 것이 적정량이 될 수 없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대손충당금이 과다하게 될 수 있을 것이고, 어떤 경우에는 과소하게 될 것입니다. 충당금이 과다하게 될 경우 카드사의 순이익은 감소할 것이고 이것은 카드사의 주주와 투자자에게 손해가 가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그리고 과소하게 될 경우에는 오히려 카드사의 부도 위험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대손충당금이 과다하거나 과소하게 될 두 가지 가능성 중에서 현실적으로는 과소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카드사 입장에서는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아 두면 그것이 순이익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부가 정한 기준에 맞추면서 될 수 있으면 적게 쌓으려고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고정’이나 ‘회수의문’, 또는 ‘추정손실’을 적게 추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것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할 것입니다. 즉 정부가 기준을 정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맡겨 두었을 때도 마찬가지 아니겠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정부가 이러한 식으로 건전성 규제를 구체적으로 하는 것은 카드사가 부도위험에 처해 있을 때 카드사에게 정부가 암묵적으로 보호해주겠다는 일종의 신호를 주는 것입니다. 즉 일종의 규제관용(regulatory forbearance)을 베풀 것을 카드사들이 인지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건전성 규제를 할 경우 자율적으로 대손충당금을 보유하는 경우보다 더 적게 보유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결국 비효율적인 카드사가 계속 영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퇴출장벽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규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규제가 기업을 통제하는 기능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보호하는 기능을 합니다. 특히 건전성 규제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퇴출해야 할 기업이 퇴출되지 않도록 하는 보호막이 된다는 것입니다. 퇴출되어야 할 기업이 퇴출되지 못하는 경우 경제 전체적으로 매우 비효율적인 자원배분의 결과를 초래합니다. 기업이 퇴출되고 있지 않으면 제한된 자원의 제약 하에 있는 경제에서 효율적이고 건실한 기업이 자원을 사용하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되고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기업들이 오히려 퇴출되는 운명을 맞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반기업들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게 하기 위해서 건전성규제를 하지 않고 시장에 의해서 규율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은행에는 보통 건전성 규제를 합니다. 그것은 예금자가 은행을 정확하게 평가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은행 예금자들에게는 소액예금자들부터 거액예금자가 있는데, 대체로 거액 예금자들은 기관이나 기업들로서 그러한 능력을 갖출 수 있지만 소액 예금자인 일반 소비자들은 그러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들은 보호하기 위해 건전성 규제를 하는 것입니다. 일부 학자들은 예금자들의 경우에도 그러한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은행에조차도 건전성 규제가 필요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은 또 다른 쟁점이므로 차후에 논하기로 하겠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신용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회사입니다. 즉 예금자가 없는 금융회사인 것입니다. 보호해야할 예금자가 없는 데 건전성 규제를 한다는 것은 불필요한 것이고 과잉규제입니다. 또한 이것은 카드사의 퇴출장벽으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요즈음 금리가 내려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의 수수료와 금리가 내려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필자의 생각에는 신용카드의 수수료와 금리가 내려가지 않는 이유는 이와 같은 퇴출과 진입장벽이 있어서 신용카드업이 경쟁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신용카드 회사가 20 여 개나 되기 때문에 경쟁적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어떤 산업이 경쟁적이다 경쟁적이지 못하다 하는 평가는 기업의 수로 따지는 것이 아니라 진입과 퇴출의 장벽이 있느냐 없느냐로 따지는 것입니다. 신용카드 회사가 이렇게 많다는 것은 오히려 신용카드업이 비경쟁적이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울 경우 경쟁에 의해서 가장 효율적인 카드사만이 남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 수가 대폭 줄어들게 되고, 그 과정에서 고객들은 낮은 수수료와 금리의 혜택을 입었을 것입니다. 신용불량자에 대한 워크아웃은 정부가 개입할 성질이 아니다 신용카드사의 신용불량자 문제를 다루는 제도와 관련하여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워크아웃 제도입니다.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부 학자들이 워크아웃 제도의 도입을 주장하고 이것을 정부가 도입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워크아웃 제도 역시 도입하기 전에 그것에 대하여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워크아웃 제도는 원래 사적 제도입니다. 사적 제도란 거래 당사자들이 해결할 문제라는 것입니다. 거기에 제3자가 개입할 경우 그러한 제도는 무의미해지고 효과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구조조정 당시 워크아웃 제도가 실패한 이유는 바로 사적인 제도에 제3자인 정부가 개입해서 이래라 저래라 하니까 안되었던 것입니다. 신용카드 회사와 신용불량자 간에 순수하게 거래와 협상을 통하여 워크아웃 제도를 실시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합니다. 서로가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법적으로 강제해서 어떤 경우에 어떻게 신용불량자에 대하여 워크아웃을 실시하라고 한다면 거기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신용을 스스로 잘 관리하기보다는 그 법적인 제도하에서 이제는 내가 그런 권리를 가졌지 하면서 오히려 빚을 갚지 않는 행위, 즉 도덕적 해이 행위가 발생합니다. 신용카드 회사는 법적으로 정해져 있어 그것을 어기면 법에 제재를 받기 때문에 도저히 안 되는 것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해줄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래서 법을 잘 정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것은 결국 신용카드 회사에 부담이 가고, 오히려 사회 전체적으로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신용불량자를 사면해주는 것도 비슷합니다. 사면을 해준다는 것을 알면 빚을 진 사람들이 빚을 갚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회사와 신용불량자간에 맡겨 놓으면 신용카드 회사는 정말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해서 빚을 갚지 못하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 그리고 그 사람이 앞으로 갚을 의사가 있는지 또는 능력이 있는지 등을 파악해서 원금과 이자를 감해주든 가, 만기를 연장해주든 가, 혹은 빚을 갚을 능력을 갖게 교육을 시키는 등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들을 개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경계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외국에서 무슨 제도가 좋다하면 그것을 그냥 복사해오는 것입니다. 그것도 정부가 나서서 말입니다. 그런데 외국에서 아주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제도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오랜 역사를 통해 거래 당사자들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진화된 것이라는 것입니다. 거기에 정부가 갑자기 끼어 들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에는 이러 이러한 제도가 있으니까 우리도 도입하자. 이것을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해야 한다.’ 이러한 식입니다. 이것은 결국 우리가 갖고 있는 자생력을 말살하는 발상이고 사회가 발전하기보다는 후퇴해 가는 방향으로 접어 들어가는 첩경입니다. 지금 한가지 우려되는 것이 있습니다. 붉은 악마의 응원에 주도되어 월드컵 기간 내내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축제 마당을 이루었던 것을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정립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정부가 주도해서 하자고 하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 이러한 주장에 편승해서 정부가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있었던 우리의 응원문화는 자발적이고 자생적으로 생긴 것이지 정부가 주도해서 생긴 것이 아닙니다. 만일 이것을 정부가 주도해서 한다고 하면 그것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온 국민이 즐기는 축제로 발전하기보다는 하나의 행사로 전락하게 될 것이 뻔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경험을 1981년 정부가 주도한 축제인 "국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북한의 아리랑 축전을 보기 바랍니다. 그것에 과연 생동감 있고 온 국민이 "즐기는" 축제인가를. 이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 시민회의 경영환경개선운동본부 정책위원) 출처 - 자유기업원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