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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核외교 강화로 신뢰회복을 - 류재갑
	2004-09-20
	[자료집]플랫폼 전략과 독점.pdf
核외교 강화로 신뢰회복을 원자력 개발 문제에 관한 한 그동안 한국은 모범국가였다. 그런데 지금 이 문제와 관련하여 국제적인 신뢰를 송두리째 잃어버릴지도 모를 지경에 처해 있다. 특히 국제적인 정보 공유와 외교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또한 양강도에서의 대형 폭파 소식에 이어 한국의 핵무기 개발 실험 사실(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추출)이 드러남으로써 원자력 모범국가의 대외투명성이 크게 상처를 입게 되고 북한은 이달 말로 예정되었던 6자회담을 거부하는 구실로 삼고 있다. 지난 8일과 9일에 양강도에서의 대형 폭발은 북한이 삼수군의 수력발전을 위한 폭파였다는 해명과 16일 북한 주재 서방 7개국 외교관들의 방문, 그리고 미국의 수긍 등으로 핵실험이 아닌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의혹을 완전히 지우지 못한 채 한국의 국제정보공유체제 미흡함과 정부 대응의 미숙함만 드러내고 말았다. 한국의 핵개발 문제는 남북한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1992년 2월)보다 10여년 이전인 82년에 있었던 것이기는 하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와서 문제로 드러났으니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이 농축한 우라늄 양은 0.2g의 소량이고 플류토늄 양도 0.08g의 극소량이지만, 안전장치와 관련된 여섯가지 사안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대상이 되고 있다. IAEA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가운데(18일 이사회에서는 채택 안함) 20일 사찰요원들이 한국에 도착했다. 사태가 확대되고 국제신인도가 크게 저하되자 한국 정부는 18일 통일부, 과기처, 외교통상부 등 3부 장관 합동기자회견에서 ‘평화적 핵 이용 4원칙’(군사적 핵개발 금지, 핵 투명성 원칙 유지, 핵 비확산 규범준수, 평화적 핵 발전)을 발표했다. 이제 핵의 평화적 이용과 개발을 국가정책으로 표명한 이상 이에 필요한 제반 대외 조치들을 확실히 추진함으로써 국제적인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몇가지 중요한 점을 성찰하여 바른 정책 방향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국제정보공유체제를 확고히 해야 한다. 과거 1990년대 초의 김일성의 사망 오보사건이나 지난 여름의 이라크에서의 김선일씨의 피랍 살해사건과 이번 양강도 폭파사건에서 보듯이 국제정보공조체제, 특히 한·미간의 정보공조체제는 무엇보다도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동맹국인 미국은 최신 정보수립 수단을 가동하고 있다.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둘째, 핵 문제의 투명성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고 그간의 미신고 문제를 소상히 제시함으로써 국제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일본은 핵 재처리에 의해 38t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지만 문제되지 않는다. 그들이 오히려 우리의 연구실험을 더 공격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 핵의 평화적 이용정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화적 핵 주권’을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 우리는 92년 2월에 북한과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하면서 모든 핵 주권(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금지와 핵 재처리시설 및 우라늄농축시설 비 보유)을 포기한 바 있다. 어차피 북한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으니 우리는 핵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시설을 보유하고 실험할 수 있어야 한다. 단, 투명하게 IAEA에 보고하고 사찰을 받으면 된다. 넷째, 핵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핵 문제는 외교의 중대한 사안이다. 북한의 핵무기개발 저지뿐 하니라 우리의 평화적 핵 이용을 위한 외교는 현 정부의 새 과제이다. 일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핵 개발에 종사하는 과학자들의 용기를 북돋워주어야 한다. 정부의 대응 미숙을 과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연구를 계속해야 한다. 이제 핵외교야말로 ‘성숙한 선진외교’의 한 축이 되게 되었다. 정부와 국민은 이번 사태를 국민적인 합의와 대외 공조의 한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류재갑 (경기대교수·국제관계학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4. 9. 20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