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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해외로 간 까닭은 - 남성일
200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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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해외로 간 까닭은 경제가 어렵다. 외환위기 때 보다 더 어렵다고 말하는 사업가들이 많다. 그런데 외환위기 때와 다른 게 하나 있다.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해외여행은 더 많이 가고 있는 것이다. 인천공항에 근무하는 지인에 따르면 금년 여름 해외여행객은 작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한다. 나 역시 지난여름 베이징의 어느 대형 음식점 주차장에 늘어서 있는 수십 대의 대형관광버스가 전부 각각 다른 여행사 팻말아래 한국인 관광객들이 타고 온 것임을 알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국내에서는 소비가 없어 경기가 바닥인데 도대체 무슨 이유로 해외여행은 증가하는 것일까. 일인당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해외여행 수요가 봇물처럼 쏟아진다는 소득효과의 해답이 있다. 일본이 그러했고 바야흐로 중국도 고소득층의 수요에 따라 해외여행 자유화가 이루어지려 한다. 한국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한편으로 국내에선 더 이상 볼 것도 마땅치 않고 비싸기만 하므로 해외로 간다는 가격효과의 해답도 있을 수 있다. 하기야 2박3일 제주도 여행경비로 3박4일 중국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난 몇 년간 우리의 소득이 별로 늘지도 않았으며, 우리 물가가 중국이나 동남아보다 더 많이 오르지도 않았음을 감안할 때 소득효과나 가격효과로 해외여행 증가를 설명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그런데 최근 해외여행의 모습을 살펴보면 숨어있는 답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많은 여행객들이 일단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되 나가서는 돈을 많이 쓰지 않는 것이 최근 추세라고 여행사는 말한다. 즉 돈이 많아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나가고 싶은 것이다. 또 한가지. 해외여행객 가운데 자영업자들이 매우 많다는 사실이다. 상해에서 만난 한국여행사 직원은 금년에는 일반 관광객보다 사업기회를 찾아오는 중소기업인들 안내하느라 더 바쁘단다. 결국 여유가 있어서라기 보다 국내가 답답하여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이다. 뙤약볕 아래 쩍쩍 갈라지는 천수답만 보고 살기가 답답하여 차비만 달랑 챙겨 도시로 나들이 가던 1970년대 우리네 농촌 총각의 심정과 비슷하다고 할까. 생각해 보면 기업인들에게 요 수년간 낙이 있는 일이 없었다. 사업 환경은 점점 나빠지는데 임금은 계속 오르고 그나마 생산성 있는 직원을 구하기도 어려운 현실이 힘들다. 기업인을 잠재적 도적쯤으로 보고 수익의 일부라도 공익을 위해 헌납하지 않으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부도덕한 인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싫다. 그동안 수없는 위험을 무릅쓰고 작은 사업이라도 일군데 대한 사회의 평가가 이 정도인가 싶으면 다 때려치우고 싶은 심정이다. 이런 차에 최근 들어서는 국가의 정체성 논란까지 벌어지니 불안하기 짝이 없다. 더욱이 그 갈등이 집권세력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니 불안은 더 심할 수밖에 없다. 천길 낭떠러지 옆으로 험하게 몰고 가는 버스에 대책 없이 갇혀있는 승객의 심정이다. 그러니 버스를 떠나고 싶지 않겠는가. 경제적 기회가 줄어들고 여기에 정치적 불안까지 겹치면 물자와 사람은 더 나은 곳을 찾아가게 되어 있다. 시장경제를 무시하는 제도 및 권력만 노린 정치싸움이 현재처럼 횡행하는 한 떠나는 자원을 붙잡을 수는 없으며 차라리 자유롭게 새 기회를 찾도록 놓아주는 것이 좋다. 외국시장은 우리가 가진 기술만 노리는 등 위험이 많으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그런 위험은 예측가능하고 항상 존재하는 것이 시장이다. 정치적 불안으로 언제 사업이 통째로 날아갈지 모르는 위험에 비하면 위험도 아니다. 우리는 예로부터 갇혀 있으면 서로 싸우되 넓은 곳에 나가서는 성공적으로 살아남는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 환경이 기업과 사람을 제대로 키워줄 수 없다면 내보내는 게 옳다. 넓은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과 인재로 크게 해야 한다. 대신 우리 환경을 다시 정비하여 이들이 되돌아 올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바다로 나간 새끼 연어가 어른이 되어 돌아올 수 있도록 하천 수질을 깨끗이 해야 하듯이.. 南盛日 (서강대 교수ㆍ경제학 / 시민회의 정책위원) 출처 - 한국경제 2004. 9. 10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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