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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와 교류-협력은 별개다 - 한영탁
2002-07-10
안보와 교류협력은 별개이다.hwp
안보와 교류-협력은 별개다 서해안에서 북한 해군 경비정의 포격으로 우리 해군 장병 4명이 전사하고 1명이 실종, 19여명이 부상하는 불행한 사태가 일어났다. 우리 해군 고속정 한 척이 침몰하고 북한측도 꽤 큰 인명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성공 개최와 꿈같은 4강 신화의 위업을 이룩한 우리 선수들의 준결승 경기를 앞두고 남쪽의 전 국민이 열광과 환희로 들끓는 시점에서 터진 해전 소식은 더욱 충격적이다.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이 전국의 광장과 거리들에 쏟아져 나와 축제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묵묵히 우리의 바다를 지키다가 숨진 꽃다운 젊은 장병들의 명복을 비는 마음 가슴 아프다. 부상 장병들의 빠른 쾌유를 바라며 유족들에 깊은 애도와 위로를 드린다. 1999년 연평 해전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한반도에 다시 군사적 긴장의 먹구름이 덮이고 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으로 그나마 어렵사리 유지해온 화해 분위기와 교류협력의 장래도 어둡게 만들고 있다. 햇볕정책의 일대전환을 가져올 수도 있다. 벼랑 끝 외교의 전주 북한이 왜 이 같은 군사적 도발행위를 벌였느냐를 둘러싸고 갖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꽃게 잡이 어선 보호를 위한 북 경비정과 남방한계선(NLL) 월경을 막으려는 우리 해군 고속정과의 우발적 충돌, 3년 전 연평해전의 치욕적 패배를 보복하기 위한 북한 해군의 의도적 공격, 남북 관계를 둘러싼 강경파와 온건파의 권력 투쟁이 빚어낸 결과라는 분석들이 나온다. 하지만 하나 분명한 건 우발적인 충돌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북한 함정들이 완전한 전투대형을 갖추고 우리 함정을 조준사격으로 일거에 제압했다는 증언들이 그걸 증명한다. 그리고 북한 해군의 지구 사령관이나 어떠한 강경파도 임의로 우리의 함정을 침몰시키고 큰 인명 손실을 입히는 이런 엄청난 군사적 도발을 할 만큼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한 재량권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 북한의 권력 구조이다. 어느 나라나 권력 내부에 강. 온파가 있을 수 있다. 북한이라 해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국가 권력이 군부를 중심축으로 철저히 통제된 체제에서 이뤄지는 전술적, 전략적 결정은 군 최고 통수권자의 의지에 반해서 이뤄질 수 없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국방위원장인 김정일의 뜻이 실리지 않거나 교감이 없이는 이런 도발이 가능할 수 없다는 견해가 설득력이 있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런 군사적 모험을 감행해야 했을까? 결론부터 말해서 미국의 부시 행정부 출범 후 첫 미-북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또 다른 벼랑 끝 외교를 감행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북한을 “악의 축”국가 로 규정한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테러방지전략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북의 핵, 미사일, 재래식 무기와 탈북자 문제를 주요 의제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극심한 경제난, 식량부족으로 대미관계 정상화가 절실한 북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껄끄러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북한은 NLL 문제를 다시 쟁점화해서 미국과의 평화협정의 필요성을 내세운 벼랑 끝 외교로 협상의 방향을 바꿔 놓으려는 속셈으로 서해 무력 도발을 감행했을 것으로 보인다. 해전 직후 북한이 유엔사의 정전회담 요구를 일축하고 “북방한계선을 제거하지 않으면 정전회담에 응하지 않겠다”고 강변한 것도 북한의 이런 고차적 의도를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이런 벼랑 끝 전략이 9. 11테러 이후의 미국 정부에 통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테러방지를 위한 예방적 공격까지도 불사하겠다는 부시 행정부 내 강경파의 입지만 강화해줄지도 모른다. 얻는 것보다 오히려 잃는 것이 많을 수 있다. 안보 의지 확실하게 해야 김대중 대통령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굳건한 국가안보를 토대로 한 대북 화해, 협력 정책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화해, 협력의 밑바탕이 될 남북 군사적 신뢰 구축에 별 진전을 이룩하는 못했다. 크게 주력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안보에 위협이 가해질 경우는 남북 관계에 바로 손실이 온다는 점을 북에 명백히 알리는 노력도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북방한계선 문제만 해도 비현실적인 해상 교전 수칙으로 해군의 효과적인 대처를 어렵게 만들었다. 포용정책을 다칠지도 모른다는 정치적 고려에서 군 수뇌부는 한계선을 넘어오는 북한 함정을 밀어내기식으로 막는 무모한 대응을 하게 함으로써 우리 장병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했다. 국방 의무에 나선 장병들에 대북 무력감을 안겨준 이런 경우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청산돼야 한다.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남북의 진정한 평화공존 속의 교류, 협력을 위해서도 안보에 대한 위협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북에 전달해야 하고 그에 따른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할 것이다. 한영탁 (칼럼니스트 / 시민회의 바른언론포럼 회장) 출처 - 2002. 7. 11 내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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