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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로 ‘克中’하자 - 사공일
	2004-08-30
	[자료집]고교확점제의 실제와 허상.pdf
경제로 ‘克中’하자 우리 고구려사의 왜곡에 관한 한·중 양국 정부 간의 며칠 전 구두 약속으로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인가. 이와 관련하여 어느 중국 역사책에서 본 “중국인이 보는 영토상실도(喪失圖)”를 생각하게 된다. 이 지도에는 놀랍게도 한반도 전체와 인도차이나 반도 전체, 미얀마와 네팔, 그리고 아프가니스탄과 함께 구소련의 일부 지역까지 중국이 19세기에 상실한 영토로 되어 있다. 이러한 중국인의 역사관이 얼마나 보편화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번의 고구려사 왜곡은 바로 이러한 중국인의 역사관과 무관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중국은 앞으로도 언제든지 고구려사뿐 아니라 우리 역사 전반에 관한 왜곡도 자행할 수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중국 대륙에 접해 있는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중국을 대국으로 경외시하며 살아왔다. 특히 중국에 비해 너무나 쇠약했던 조선조 500여년 동안은 더욱 그러했다. 오죽하면 17세기 중반에 우리나라에 표류해온 네덜란드 사람 하멜(Hamel)의 눈에 조선의 왕은 조선 영토 내에 자주권이 있는 청(淸)의 제후(諸侯)로 비추어졌겠는가. 실제 중국은 청나라 후기부터 중국 공산당혁명 이후 1970년대에 이르는 약 150년간을 제외한 지난 2000여년 동안 줄곧 세계 최대 경제대국의 자리를 지켜 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저력을 가진 13억 인구의 중국이 또다시 옛날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듯 고속성장하고 있다. 이런 성장세가 지속된다면, 2030년경에는 경제규모 면에서 미국 경제를 제치고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인다. 그때의 중국경제가 세계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늘날의 미국만큼 커지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더욱이 그때 중국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비단 동북아 지역뿐 아니라, 세계 전체 차원에서 외교·안보·군사·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더욱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임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우리의 과거 역사를 지키며 이 지역에서 기(氣)를 펴고 살 수 있는 대비책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극일(克日)이란 말과는 달리 극중(克中)이란 말은 자주 써 본적이 없다. 그것이 불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느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이번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사태를 계기로 진정한 극중의 길을 찾아야 한다. 한·미(韓·美)동맹을 위시한 여타 주변국과의 우호관계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임은 두말할 여지도 없다. 그러나 극중(克中)의 유일한 길은 우리가 경제적으로 중국보다 항상 한 발자국 앞서 갈 때 열릴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우리는 선택과 집중, 그리고 대외개방을 통해 중국이 필요로 하는 고부가가치 산업과 금융, 물류, R&D, 보건, 의료, 교육 등 주요 서비스 분야에서 우리의 경쟁우위를 유지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하루속히 국정의 우선순위를 바로잡아 미래지향적 국가 경쟁력 배양에 국력을 집중해야 한다. 우리 내부의 부끄러운 과거사에 매달려 국력을 낭비할 겨를이 없다. 대외적으로 과거 우리 역사를 지켜낼 뿐 아니라, 우리의 후손들이 자랑스러워할 미래의 역사 창출을 위한 경제 기반 조성이 시급한 것이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 시민회의 고문) 출처 - 조선일보 2004. 8. 30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