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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갑다, 기업친화 운동 - 윤창현
	2004-08-23
	[자료집]탄핵사건-.pdf
반갑다, 기업친화 운동 박정희 대통령은 훌륭한 여신심사역이었다. 직접 기업을 방문하고 경영진을 면담하고 될성부르다 싶으면 자금 지원을 하도록 지시해 기업을 키우고, 아니다 싶으면 지원을 중단해 싹을 잘라버렸다. 기업을 보는 그의 눈은 탁월했다. 결국 이렇게 싹이 트고 커진 기업들이 지금 한국경제를 책임지는 훌륭한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우리가 흔히 한국의 경제성장전략을 일컬어 불균형 성장전략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이 거창한 이름의 전략에는 이처럼 기업부문에 대한 국가권력 개입과정이 포함돼 있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이 '맨땅에 헤딩'하던 시절에는 이것이 최선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로 인해 기업들은 정경유착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1980년대 운동권에서는 우리나라 기업을 매판자본이라는 논리를 가지고 비판했다. 매판자본이 무엇인가. 제국이 있고 식민지가 있을 때 매판자본은 식민지에서 기업활동을 해 돈을 벌고 이를 제국에 바치는 비도적적이고 악랄한 기업을 의미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우리 기업들은 한때 종속화된 경제 내에서 제국의 논리와 이익을 대변하는 매판자본으로 치부됐던 것이다. 독재와 결탁한 정경유착, 외세에 종속된 매판자본이라는 개념으로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평등지향적인 정신적 유전자를 지닌 우리 국민의 깊숙한 의식 안쪽에 지금도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기업 하면 왠지 모르게 정이 가지 않고 거부감이 인다. 기업은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보다는 그들의 것, 남의 것이라는 논리가 더욱 설득력 있게 들리고 그래서 기업을 개혁하자는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가는데 기업을 잘 가꾸고 살리자는 목소리에는 별로 반응을 하지 않는 행동체계가 형성돼 버린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독재자는 가고 없다. 창업 일세대들은 거의 은퇴한 상태다. 그리고 이렇게 힘들게 만들어진 기업은 지금도 살아남아 세계경제 내에서 한국경제를 대표하는 대표주자가 돼 총성 없는 경제전쟁을 수행하는 훌륭한 병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기업들의 가치를 알아본 외국인들은 우리가 외면하는 사이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 상장기업들의 지분을 40% 이상 매집했고, 특히 대표적인 대기업들의 경우 50%에 가까운 지분을 가져가 버렸다. 비상이다. 이제 우리 기업들이 진짜로 그들의 것, 남의 것이 돼가고 있다. 더구나 요새는 제대로 된 기업을 키우는 것이 정말 어려워졌다. 옛날에는 유치산업보호를 내세우며 무역장벽 쳐놓고 국내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지만 이제 완전히 개방돼 버린 세계경제체제하에서 유치산업은 보호대상이 아니라 제거대상이 돼버렸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기업을 못 키운 나라는 결코 빈곤의 질곡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기업은 주주들의 소유인 동시에 국민 모두의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다. 기업 하나 잘 키우면 여럿이 먹고 산다. 최근 정부가 반기업 문화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수립에 나섰다는 얘기가 들린다. 오랜만에 들리는 반가운 소식이다. "우리의 것은 소중한 거여" 라는 광고문구가 생각이 난다. 기업도 그렇다. 더 늦기 전에, 더 뺏기기 전에 나서야 한다. 우리의 산에 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지듯 우리 경제의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고 그 위에 수많은 기업이 울창하게 번영하고 번식하도록 해야 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씨가 뿌려지고 나무들이 자라고 삼림이 우거져야 수많은 새가 깃들어 살면서 지저귄다. 메마른 땅에서는 나무가 자랄 수 없고 나무가 없으면 새들도 살 수가 없다. 반기업 정서가 팽배한 경제는 기업에는 메마른 토양이다. 이러한 메마른 토양에서는 새로운 기업이 자라기는커녕 있는 기업도 말라 죽는다. 창업도 거의 없고 있는 기업마저 이 땅을 떠나면서 기업출산율이 바닥을 기고 있는 지금, 우리 경제의 토양을 기업친화적으로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 정부와 기업이 '우리 기업 키우기 운동' '전국민 주주 되기 운동'이라도 펼치면서 반기업 정서 해소에 적극 나설 때다. 윤창현 (명지대 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사무총장) 출처 - 중앙일보 2004. 8. 23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