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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임과 통합의 리더십 보여라 - 유민봉
	2004-08-19
위임과 통합의 리더십 보여라 대통령의 국정운영 리더십에 변화가 있었다. 일상적인 국정운영은 국무총리, 외교통일안보는 정동영장관, 사회분야는 김근태장관에게 맡기고 대통령은 국정전략과제에 치중한다고 한다. 우선 환영할 일이다. 장기로 비유하자면 장(將)은 궁 안에 머물면서 차·포·마·상·졸들을 ‘큰 수’ 안에서 전략적으로 잘 이용하는 것과 같다. 차나 포가 마음에 안 든다고 장이 궁을 벗어나 이들을 대신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한고조 유방은 궁의 경계를 잘 알고 부하를 활용했던 리더로 보인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유방에 관한 이야기다. 유방이 중국 대륙을 통일하고 한의 황제가 된 후 공신들을 궁궐로 불러 연회를 베풀었다. 유방이 가운데 그리고 일등 공신들인 병참의 소하, 작전의 한신, 외교의 장량이 그 옆에 앉아 있었다. 그것을 본 한 신하가 스승에게 물었다. “소하, 한신, 장량 모두 능력 있고 공헌도 있지만 정작 유방은 가문이 좋은 것도 아니고 저들처럼 능력이 출중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다음은 스승과 이어지는 문답이다. “어떻게 수레바퀴가 무거운 짐을 싣고 앞으로 나갈 수가 있느냐?” “튼튼한 바퀴살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똑 같은 바퀴살을 쓰고도 힘의 차이가 나는고?” “...” “수레바퀴는 살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살과 살 사이의 공간으로 되어 있다. 튼튼한 살이라도 엉성하게 박힌 바퀴는 힘을 내지 못하는 법. 바퀴를 만드는 비법은 그 살들 간의 공간에 균형을 잡는 장인의 능력에 있다. 저 중에 누가 그 장인에 해당하겠느냐?” “그러면 스승님, 장인은 어떻게 바퀴의 살과 살의 균형을 맞출 수 있습니까?” “햇볕을 생각해보아라. 태양은 햇볕으로 온갖 나무와 풀, 그리고 꽃을 키우고 있다. 유방이 그런 장인이다. 모든 부하가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자리를 주어 일하게 하고 그들이 이룬 치적을 모두 그들의 공로로 돌려줌으로써 그들 간의 화합을 이끌어 낸 것이다.” 이제 유방의 리더십을 빌어 대통령이 새롭게 시도하는 위임형 리더십의 성공조건을 짚어보도록 하자. 우선 튼튼한 바퀴살을 골라 써야 한다. 바로 적재적소를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통일부장관과 사회복지부장관에 대한 임명과 권한 위임은 반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임명 전부터 지금까지 이들의 역할 강화를 차기 리더에 대한 경력관리용이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위임한 주권을 비선출 임명직 장관에게 재위임할 때는 그들의 능력은 물론 임명동기의 순수성까지도 의심받지 않아야 한다. 바퀴살 간 균형도 고려해야 한다. 언론 보도를 보면 몇 개 부처를 팀으로 묶어 이들에게 팀장 역할을 맡긴다는 것인데 관련 부처 장관이나 직원에게는 맥 빠지는 일이다. 더 큰 문제는 DJ정부 때처럼 부총리를 중심으로 제도화하기보다 사람을 중심으로 힘을 실어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장관이 바뀌면 부처 역할도 원상복귀 되는 건 아닌지 의문이다. 부처장관의 역할 배분은 청와대 비서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시스템 변화가 아니라 한시적 배려라면 바퀴살이 잠시 엉키는 것과 같아 힘을 받기 힘들다. 끝으로 수레의 두 바퀴 간 균형과 통합을 생각해야 한다. 기원전 유방이 통치하던 시대와는 다르게 현대국가는 두 개의 수레바퀴로 굴러간다. 하나는 정부와 여당이고 다른 하나는 야당이다.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은 채 바퀴 하나로 움직이는 수레는 쓰러지기 쉽다. 수레에 타고 있는 국민을 불안케 한다. 수레의 두 바퀴가 있을 때 훨씬 안정되고 힘도 덜 든다. 때로 바퀴 도는 방향이나 속도가 서로 어긋나 힘이 더 들더라도 두 바퀴의 방향과 균형을 맞추어 하나 된 수레를 만들어 끌고 가는 것 또한 대통령 리더십이다. 유민봉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 교수 / 시민회의 바른행정본부장) 출처 - 문화일보 2004. 8. 19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