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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조업 기반이 무너진다 - 노부호
	2004-07-30
	[자료집]반민주 독재정권의 사생아, 공수처탄생.pdf
제조업 기반이 무너진다 한국 경제가 침체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75%를 담당해 왔던 소비와 투자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95년 14.1% 하던 설비투자율이 하락세를 지속해 2003년에는 9.5%를 기록했고 벤처 창업도 부진하다. 98년 이래 총저축률이 총투자율을 웃도는 현상이 지속되고 기업 의 현금 보유도 크게 늘어 순부채비율이 마이너스인 기업도 있으나 투자로 이어지 지 않고 있다. 과거 같으면 수출이 투자와 소비를 늘려 경제가 활성화되었지만 지금은 그 연결고 리가 단절되었다. 수출 확대로 기업의 가동률은 높아졌지만 핵심 부품 및 설비의 수입의존도가 높아 내수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하반기 들어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낙관론을 펴기도 하고 기업 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정부와 정권에 대한 기업의 저항이라고 어처구니 없는 말을 하기도 한다. 어느 기업인이 돈 벌 기회를 앞에 두고 정권을 흔들기 위해 투 자를 하지 않겠는가. 이와 같은 투자 부진은 구조적인 요인이 있고 지금 적극적인 정책적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일본이 경험한 장기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 수출과 내수의 단절은 대ㆍ중소기업 양극화 현상을 낳고 있다. 이는 핵심 부품과 설비를 생산하는 제조업 기반이 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수출 중심으로 잘 나가 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수익성과 가동률이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대기업의 수출과 투자가 중소기업 투자로 연결되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 관계를 구축해 경영과 기술 지원, 공동기술 개발, 장기 계약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분 참여도 해야 하는데 출자총액제한은 이런 면에서도 장애 요인이 되는 것이다. 투자가 안 되는 두 번째 이유는 한국이 투자 입지로서의 매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 다는 것이다. 경직된 노사관계, 정부 규제, 반기업 정서, 이에 덧붙여 높은 공단 분양가격 등은 국내 투자뿐 아니라 외국인 직접투자도 가로막고 있다. 한국의 노사 분규는 오랫동안 세계적 뉴스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노후 폴리에스테르 설비를 뜯어내고 전자소재 등 고부가가치 제품 설비로 교 체하는 기업의 막다른 생존전략까지 신규 투자를 먼저 해 고용을 보장하라고 저지 한다면 누가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이제 한국 기업에서 경영권은 완전히 실종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한국은 외국에도 없는 출자총액 제한제도를 비롯해 과도한 내부거래 규제, 부채비 율 200% 등으로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규제완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가 기업에 대해 좀 더 봉사지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 점을 인식하고 많이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기업인들은 정부에 대해 관료적 분위기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기업과 기업인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 인식도 한 조사에서 60% 이상으로 나타날 정도로 반기업 정서가 높다. 이렇게 반기업 정서가 높은 것은 대선 비자금 등 불미스런 사건에 기업인들이 연루된 것에 기인하지만 정부의 기업 개혁 추진 과 정에서 반기업 정서가 확산된 면도 없지 않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아직도 제조업 하십니까?"라는 말이 언제부터 유행어가 되었는지 모르지만 경직된 노사관계, 정부 규제, 반기업 정서 이 세 가지 요인은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고 국 내 투자를 가로막아 한국의 제조업 기반을 서서히 악화시켜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특히 90년대 이후 투자율, 설비투자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외환위기 후 상 당수 기업이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경쟁력이 제고되었지만 아직도 상장기업의 30%나 되는 많은 기업이 이자보상배율이 1도 안되는 저조한 수익성을 보여주는 것은 전반 적으로 한국 제조업 기반, 나아가서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세계 수준에 비추어 상대적으로 점점 약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지향적 정부, 규제 완화, 노사관계 개선, 반기 업 정서 완화 등을 통해 기업가정신을 살려 제조업 기반을 확충하는 데 있다. 제조 업 기반이 확충되어야 수출이 내수와 연결될 것이고 경제는 선순환을 하게 될 것이 다. 일본이 지금 되살아나는 것은 지난 10년 간 철저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기업의 경 쟁력이 향상되었고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주도하면서 소비가 살아나기 때문이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노부호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 시민회의 경영환경개선운동본부장) 출처 - 매일경제 2004. 7. 30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