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도덕적 해이와 경쟁 촉진 대책

한 부가통신업자의 통신 장애로 대한민국이 멈춰 섰다. 이번 카카오 사태로 2001년 미국의 9·11 테러가 오버랩됐다. 9·11 테러로 100층이 넘는 건물이 무너졌다. 인명은 돌아오지 못했지만, 망실된 데이터는 백업으로 복구됐다. 당시는 백업 개념도 생소할 때였다. 하지만 9·11 테러 2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경기 판교의 SK C&C 데이터센터 내 화재로 카카오의 ‘배터리 하나’가 일으킨 통신 장애를 며칠이 지나도록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는 시장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은 이용자가 많을수록 이용자의 편익이 커지는 일종의 ‘수확체증’ 산업이다. 그래서 정부가 개입 않으면 시장 독점으로 진행되기 쉽다. 그래서 시장을 선점한 기업이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할 공산이 크다. 시장 지배적 통신사업자의 사회적 책임은 분명하다. 트래픽 및 서버 안정화다.

통신사업자의 본령은 ‘안정적 서비스의 상시 제공’이다. 그래서 천재지변 등을 대비해 ‘비상계획’을 마련한다. 비상계획은 데이터센터의 ‘백업 시스템 구축 및 운영’으로 압축된다. ‘실시간 즉각 대응’을 위해 데이터센터를 지리적으로 분산하고 상호 백업되도록 연계한다. 모든 IT 기업은 ‘이원화 작업’에 사운을 건다. 미국 구글은 지난 5년간 국내 데이터센터 증설에 370억 달러를 썼다. 카카오 먹통은 이원화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운영하지 않아 발생한 만큼 그 뿌리는 ‘도덕적 해이’이다.

이번 사태의 피해가 커진 것은 ‘다음(daum) 포털, 웹툰뿐만 아니라 가상화폐 업비트 거래소 로그인’까지 카카오톡 계정을 통해 접근하도록 인증 체계가 통합된 탓이다. 즉, 인증 서비스와 서버를 분리하지 않아 연결 프로그램이 한꺼번에 다운돼 피해가 커졌다. 업비트 거래 접근을 프로그램의 성격이 다른 카카오톡 로그인을 통하게 한 것은 이해 불가다. 업비트 거래가 불통이 되면서 ‘대북 송금과 관련이 있는 데이터’를 삭제하기 위해 고의로 불을 낸 것 아니냐는 ‘음모론’이 제기된 것이다.

그동안 카카오가 문어발식으로 사업영역을 넓힌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 피해가 큰 것도 단일 플랫폼 사업자가 다수의 인터넷 서비스를 독과점하면서 통신 장애 영역이 넓어진 탓이다. 문어발식 확장에 따른 ‘집중화 리스크’가 부각됐지만, 시장 지배적 지위를 확보한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는 혁신의 싹을 자르는 것으로 여겨져 미뤄졌다. 하지만 카카오는 느슨한 규제를 역이용해 우월적 지위를 공고히 했다.

카카오 유료서비스 피해자를 중심으로 집단소송이 일어날 수도 있다. 통신 장애로 택시 호출 그리고 주문 상품에 대한 정보가 차단됐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거래와 독점적 지위 남용을 규제하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받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지배적인 지위를 남용해 비용을 떠넘기는 등의 방식으로 일방적인 이득을 취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수 플랫폼 기업의 독점을 막고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피해를 끼친 경우 배상하게 하는 등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구체화해야 한다. 플랫폼 산업에서도 경쟁 촉진이 답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출처- 문화일보 2022. 10.20[칼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210200107311100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