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직 사퇴거부는 국민 뜻 배반

윤석열 정부의 역사적 의미는 특별하다. 윤석열 정부는 반(反)대한민국 세력에 포획된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하고 위대한 대한민국으로 다시 일으켜야 한다.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역사와 함께 했던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대한민국을 부정하지 않았다.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승리한 시대" "역사 고비마다 분열 세력이 승리"라는 대한민국 건국에 대한 부정적 역사 인식은 노무현 대통령이 이끌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의 정책 실패로 민생이 파탄 나면서 2위 후보와 22.5%p 차이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광우병 촛불집회 등으로 조직화된 세력은 국정을 흔들었다. 이명박 정부는 실용을 내세우며 타협했다. 대한민국을 폄훼하는 반대한민국 세력의 영향력은 정계만이 아니라 언론계, 문화계, 교육계 등 전 분야에서 강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교과서 바로잡기 등으로 반대한민국 세력과 대립했지만 탄핵당했다. 문재인 정부의 등장은 반대한민국 세력이 자신들의 정체를 그대로 드러나게 한 계기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건국을 부정한 사람들까지 칭송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채무 급증, 국민건강보험 재정적자, 자영업자 파탄 등의 문제를 일으키면서 선심성 정책만 고집했다. 미래보다 현재를 중요시하고, 국민보다 내 편만 챙기는 정책은 일부의 지지를 얻었을지는 몰라도 대한민국을 위기에 빠뜨렸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만들어 낸 위기를 겪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는 데에는 저항이 있기 마련이다. 재정을 건전화하기 위해서도, 잘못된 정책을 정상화하는 데에도 저항이 있다. 이러한 저항을 극복하고 국민을 설득할 공직사회가 필요하다.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 공직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도 공직사회가 비전과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많다. 이완용은 어려서부터 총명했고, 과거에 급제해 규장각 대교가 된 후 승승장구했다. 영어도 잘해서 미국공사관이 됐고, 조선의 정치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변신을 거듭했다. 능력 있는 이완용은 자신을 중용한 수많은 정치세력을 이용했고, 매국노로 역사에 기록됐다. 공직자의 면면은 그 정부의 비전을 보여준다. 새 정부가 공직사회에 비전을 체화시키는 일에 충실했는지는 의문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전 정권의 고위공직자들은 새 정부의 개혁의지를 훼손했다. 정무직 공무원은 고도의 정책 결정 업무를 담당한다. 정책 결정의 중심은 국민이 선택한 새로운 국정철학이다.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은 정부의 수반으로 정부에 속한 정무직 공무원을 통해 국민이 선택한 비전을 구현한다. 정부의 정무직 공무원들이 선출된 대통령과 다른 비전을 가지고 일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무직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은 전 정부에 대한 배신이고 국민의 뜻을 배반하는 일이다.

더욱이 과거 정권이 임명한 정무직 공무원들이 새 정부에서 법안을 만들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은 자유와 개혁을 외치고 있는데 이들은 조직의 권한과 예산을 늘리는 법안을 만들어 낸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시행령 개정안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동일인과 사실혼 배우자 사이에 법률상 친생자 관계가 성립된 자녀가 존재하는 경우, 해당 사실혼 배우자'를 친족에 포함해 규제한다는 내용이다. 이제 고위공무원의 재산 공개 시에도 내연남과 내연녀의 재산도 공개해야 할 판이다. 이런 정책은 새 정부의 지성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정부에 속한 전 정권의 정무직 공무원은 사퇴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다.

지지율이 정체하자 공직사회가 분열하고 있다. 열심히 일했다가 5년 후 정권이 바뀌면 자신만 손해라는 이유다. 과거 정권에서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을 추진했던 사람들이 새 정부 정책에 관여하고 있다. 탈원전 및 4대강 관련 경제성 보고서 왜곡 등으로 정책 왜곡에 앞장섰던 사람들은 자리를 지키며 반성도 없이 말만 바꾸고 있다. 힘없는 국민은 바라만 볼 뿐이다. 국민이 동참하지 않으면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없다. 국민의 동참을 위해서는 공직사회의 선도적 역할이 중요하다. 새 정부는 반대한민국 세력을 교화하고 위대한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해 공직사회를 개혁하고 국민의 동참을 선도하길 바란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출처- 디지털타임스 2022. 8.22[칼럼]
<원문>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2082302102269002001&ref=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