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거품 빼기, 고통 분산이 최선책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렸다. 1994년 이후 28년 만의 대폭 인상이며, 올 연말까지 3.4%로 올릴 전망이다. 연준이 금리를 대폭 올리는 것은 급등하는 물가를 잡기 위함인데, 지난 5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동기 대비 8.6% 올랐다. 1981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연준의 물가안정 목표인 2%의 4배가 넘는다.

현 경제 상황은 1970년대 후반의 스태그플레이션과 유사하다. 개방경제에서는 어느 나라에서 통화 공급이 증가하든 각국으로 흘러나가므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한다. 미국이 베트남전쟁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찍어낸 달러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유발했고, 석유파동이 겹쳐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했다. 그런 상황에서 연준 의장에 취임한 폴 볼커가 강력한 긴축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잡았다.

지금은 2007∼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 사태로 엄청 많이 풀린 돈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공급난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됐다. 이런 때 연준이 금리를 한꺼번에 대폭 올린 것은 갑작스러운 중단이나 방향 전환을 뜻하는, 이른바 콜드터키(cold turkey·차가운 칠면조) 정책을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인플레이션 수습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5.4%였다. 우리도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의 주요 각국과 마찬가지로 많은 돈을 풀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고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고려하면 금리 인상에 따른 긴축 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속도다. 금리 인상에 따른 악재가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그동안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과 각종 규제에 따른 일자리 파괴로 급증한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과 금융기관의 대출로 연명해 온 한계기업의 도산 우려가 금리 인상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그래서 한국은행이 미국처럼 콜드터키 정책을 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큰데, 속도는 이전보다 좀 더 빠르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물론 단기간에 고통이 집중되는 것을 막고 좀 더 길게 늘여 분산시키는 방법일 뿐이다. 저금리 정책으로 빚어진 쓰레기를 고통 없이 치울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은 없다. 정부는 실물 부문의 빠른 안정을 위해 세금을 내리고 규제를 없애는 등 민간의 활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이런 상황이 되면 중앙은행이 언제나 인플레이션 파이터를 자처하고 나선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앙은행은 사실 인플레이션 메이커였다. 통화 공급을 급격히 늘렸다 줄이는 등 찬물과 뜨거운 물을 번갈아 쏟아부으며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는 샤워실의 바보 역할을 꽤 자주 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면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경향을 보인다.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과 2007∼2008년 금융위기의 교훈은, 장기간의 저금리 정책은 언제나 경제를 녹아내리게(melt down)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과거의 교훈을 바탕으로 지금의 난관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를 바란다.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출처- 문화일보 2022. 6.17[칼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206170107311100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