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선거권과 선거원칙

헌법은 공무를 담당할 권리를 제25조에 규정하면서 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헌법은 공무담임권을 규정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법률에 위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본권이 모든 국민의 기본적 권리 또는 인간이면 당연히 가져야 하는 권리이지만, 공무를 담당할 만한 능력을 가져야만 하는 경우 누구에게나 이를 보장할 수 없어서 법률을 통해 기준을 정하고 행사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공무담임권에는 공직에 임명될 수 있는 공직취임권과 함께 각종 선거에 입후보해 당선될 수 있는 피선거권도 포함돼 있다. 피선거권은 누구나 자유롭게 선출직인 공직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공직선거에서 선출의 기회균등을 보장받는 기본권이다. 즉 피선거권은 공직선거에서 선출의 자유를 보장받는 것이 아니라 선출에 있어서 기회균등을 보장받는 권리이다.

피선거권은 공직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는 기본권이지만, 입후보해 선출의 기회를 평등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헌법은 공직선거에서 선거원칙을 규정해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헌법상의 선거원칙에 대해 과거에는 선거권에만 초점을 맞춰 적용상의 위배 여부를 판단했다. 그런데 선거제도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보장함으로써 보장되는 것이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선거제도는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제도이다. 선거제도에서 선거원칙은 기본적인 토대이다. 선거원칙의 정상적인 기능은 선거권뿐만 아니라 피선거권의 보장을 위한 것이다. 특히 오늘날 정당제 민주주의를 통해 정치세력 간의 경쟁은 민주주의에서 선거권자의 선택을 요구하게 되고, 아울러 피선거권자에게 공정한 경쟁을 요구하게 된다.

선거원칙에서 보통선거는 누구나 선거에 입후보해 경쟁하는 것을 보장해야 하며, 평등선거는 선거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입후보에 있어서 기회균등의 원칙을 보장하게 된다. 보통·평등선거원칙은 피선거권에서도 그대로 적용돼 모든 국민은 선거에 입후보하고 공직에 취임할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피선거권에서 헌법상 평등원칙이 적용됨을 의미한다.

헌법은 피선거권이 법률에 규정하는 바에 따라 보장돼야 한다고 했기 때문에, 입법부인 국회는 헌법상의 선거원칙을 준수하고 실현할 수 있게 피선거권을 구체화해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는 대통령제 정부형태를 취하면서 헌법에 대통령에 입후보하기 위한 자격요건을 기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이 권력분립원칙에 따른 행정부의 수반이지만, 다른 한편에서 국가의 대표로서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헌법은 피선거권을 공무담임권에 포함시켜 선출직 공직에 선출되는 절차에서부터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 기회균등을 통해 평등을 실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헌법은 법률에 따른 피선거권의 보장을 규정함으로써 입법자는 헌법이 규정한 선거원칙에 부합되는 피선거권을 구체적으로 형성해야 한다. 헌법상의 선거원칙은 피선거권이 선거에 있어서 특별한 평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출처- 천지일보 2022. 5.12[칼럼]
<원문>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9804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