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보호법, 김의철 보호법… 갈수록 태산

‘검수완박’ ‘방송통신위원회법 일부 개정안’ 등으로 국회 안팎이 소란스럽다. 국회가 소란스러운데 국민이 마음 편할 일이 없다. 국회는 국민의 여론이 수렴되는 곳인데, 국민 여론은 고사하고, 특권 지키기 대리전을 펴고 있으니, 제대로 된 국회, 제대로 된 대한민국이 운영될 이유가 없다. ‘국민행복’은 저 멀리 가버렸다. 공직자가 특권 지키기 하면 국민행복뿐 아니라, 나라꼴이 우스워진다. 문재인 정권 5년은 국회를 홍위병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옛말에 ‘배고픈 것은 참는데,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라는 것이 진리이다. 제헌헌법 정신이 전자에 머문다. 제헌헌법을 구상한 민세 안재홍은 미군정기 민정장관을 하면서, 제헌헌법에서 가장 역점을 둔 것은 ‘국민개노(國民皆勞, 국민은 다 직업을 갖는다)’ 정신이다. 국민 전부가 생산에 참여한다. 분업이 이뤄지고, 서로가 서로의 필요함을 알게 된다. 역할이 중요한 사회이다. 그게 계급사회이다. 마르크스는 자본가계급, 노동자계급으로 갈랐다. 그는 퍽 정치 지향적이다. 실제 계급은 막스 베버가 말했듯, 시장상황에서 결정이 된다. 자기가 배운 것, 가진 것을 시장에 가서 내다 팔면 교환이 이뤄진다. 교환이 이뤄져 정당한 대가를 받게 되면 활기차고 기분이 좋다. 역할(roles)의 결과가 ‘국민행복’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정치는 콘텐츠가 아니라, 관계성이다. 관계성은 사람을 흩어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모으게 한다. 사람이 모이게 되면, 권력관계가 형성된다. 계급이 아니라, 신분관계(status group)가 형성된다. 서로가 서로를 비교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역할이 아니라, 높고 낮은 직위, 즉 신분이다. 그곳에는 높은 신분을 갖는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과 갈등관계가 일어난다. 가진 사람은 행복하지만, 갖지 못한 사람은 불행해진다. 그렇다면 당연히 남이 잘되는, 즉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라는 말이 설득력이 있다.

마르크스가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이 갈등관계가 있어, 노동자계급이 ‘봉기’해 자본가계급을 무너뜨리고, 공산주의 사회로 이끈다고 한다. 그러나 1917년 이후 공산주의 사회는 하나 같이 신분사회를 만들어놨다. 문제는 관계성으로 인간의 행복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계성은 앞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뒤로 간다. 가다보니, 짜르 푸친 독재 러시아, 청나라 황재 시진핑, 조선 왕 김정은이 되고 말았다.

물론 개방은 개인의 동기를 갖게 하고, 그걸 제도에서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은 항상 배움의 자세를 가져야 하고, 자기를 방어하고 그리고 경제 원리에 의해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자유와 독립정신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배움은 하나의 과정인데, 새로운 성향의 요소, 즉 인지적 성향, 새로운 표출적 동기, 새로운 가치, 새로운 대상 선택 등 갖가지 경제적 요인을 찾아내 학습을 해야 하고, 사회화의 과정이 일상화돼야 한다. 현실적으로 반대이다.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4월 28일)은 “노무현 때부터 한국 국가 의제의 중심이 경제에서 국내 정치로 바뀌었다. 1980년대 운동권들이 정치에 본격 진출한 때와 일치한다… ‘버는 사람이 아니라 쓰는 사람이 먼저’가 된 문재인 정부가 대표적이다. 엄청난 빚을 내 선심용으로 뿌리고도 그것을 업적이라고 하는 나라가 됐다. 민주당 출신 정치 원로 한 분은 ‘지난 10년간 정치는 정치질만 했다’라고 했다. 틀린 말인가”라고 했다.

‘검수완박’ 문제로 국회 안팎이 소란스럽다. 관계성 속에서 풀어간다. 여야가 ‘합의’한 ‘검수완박’에서 검찰은 직접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검찰의 기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 가운데 ‘부패’와 ‘경제’만 한시적으로 남기고 나머지를 삭제했다. 자유를 누렸으니, 뒷감당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문재인 청와대가 속이 탄다. 민주당 윤호중 비대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 황운하·최강욱·김용민·김남국 등 의원이 앞장섰다. 이제야 안심이 되는지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검수완박’ 중재안 잘됐다”라고 했다.

도대체 수사기관이 몇 개인가. 중수청(?), 자치경찰과 국가경찰(국가수사본부), 기소를 전담하는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이 즐비하다. 이들이 많다는 소리는 수사기관이 없다는 소리가 된다. 그러나 이 발상에 의하면 수사기관이 필요 없다. 공영방송이 나팔을 불어대면 된다. 문재인 보호법에 이어, ‘김의철 KBS 사장 보호법’이 나와 국회 앞에서 성토를 한다. KBS 전 부사장 정필모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그는 KBS ‘진실과 미래위원회’에서 ‘적폐청산’에 앞장선 인사이다. 그가 ‘방송통신위원회법 일부 개정안’, 일명 ‘공영방송 영구장악법’을 발의한 것이다. 역할은 죽고, 직위 싸움이 계속된다. 이들 기구는 25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설치코자 한다. 6개월 뒤에 시행되는 이 법은 “10월 말 이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KBS, MBC의 운영위원 각 25명을 선발하도록 하고 있는데 추천기관에는 여야가 8명으로 여당이 4명을 넘지 못하게 돼 있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3명), MBC 경영진이 임명하는 시청자위원회(3), 현 방송사 사장단이 구성한 방송협회 추천 인사(2), 방송사 직원대표인 노동조합(2), 방송기자연합회(1), 한국피디연합회(1),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1), 시도의회의장협의회(4) 등으로 추천하도록 하고 있다. 그들의 코드 인사가 최소한 18~19명으로 3분의 2 이상의 운영위원회를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더욱이 현재 사장의 임기를 보장하고 현재 방문진 이사를 그대로 운영위원으로 인정해 임기를 마치게 하는 경과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한다(MBC노동조합, 4월 28일). 그들이 ‘정권 나팔수’ ‘특정 정치세력의 확성기’ 노릇을 할 전망이다. 나팔수로 청와대 20명 군상을 선전, 선동해 수사종결을 시도할 모양이다. 이렇게 문재인 청와대가 끝날 때까지 국회 안팎의 정치 관계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문재인 보호법, 김의철 보호법 등이 갈수록 태산을 이룬다. ‘국민행복’은 물 건너갔다.

조맹기 (서강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명예교수)
출처- 천지일보 2022. 5. 1[칼럼]
<원문>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976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