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소련이 먼저 스푸트니크 1호로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했다. 충격에 빠진 미국은 NASA를 설립해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 해 실리콘 밸리에서는 페어차일드 반도체가 설립되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1960년대 안에 인간을 달에 보낸 뒤 무사히 귀환시키겠다는 ‘문샷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아폴로 프로젝트는 초보 단계였던 컴퓨터 산업의 성장을 촉진했다. 사령선과 달 모듈에 탑재된 최초의 집적회로가 MIT와 방위산업체인 레이시온, 페어차일드에 의해 개발되고, 소프트 엔지니어링이 등장했다. 우주가 선사한 기술혁신이었다. 소련이 해체되자 패권 경쟁은 시들해졌다. 그런데 달이 지니는 매력이 기술적 파급효과뿐일까.
“달로 돌아갈 시간이다. 이번엔 머물기 위해서다.” 달을 보는 인류의 시선이 바뀌고 있다. 2020년 9월. NASA는 아폴로 프로젝트 이후 58년 만에 달에 인류를 보내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대한 계획과 예산을 공개했다. 여성 우주인을 처음으로 달에 보낸다는 이 계획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 이름인 아르테미스. 2024년 여성이 포함된 착륙선이 달에 내리고, 2028년엔 기지가 건설된다. 100억 달러면 달에 거주지를 만들 수도 있다는 NASA의 자신감은 향후 4년간 280억 달러를 쏟아붓고 남극의 빙하를 집중적으로 조사한다. 스페이스X 등 민간부문의 억만장자들이 주도하는 루나 게이트웨이 프로젝트도 올해 시작된다. 달 궤도에 설치될 이 새로운 우주정거장에는 4명의 우주인이 체류하고 6일에 한 번씩 공전한다. 2033년까지 모두 13개의 엔진모듈이 발사되는 게이트는 심우주로 향하는 전진기지다. 달을 지구의 일곱 번째 대륙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각국의 달 탐사 경쟁이 다시 불붙은 이유는 무얼까? 달은 인간이 화성과 그 너머의 행성들, 심우주를 탐사하기 위한 시설물, 생명유지시스템 등의 능력을 검증하는 전초기지이기 때문이다. 후발국들까지 경쟁에 뛰어드는 데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자원의 개발이다. 희토류, 헬륨3, 티타늄과 알루미늄, 철 등의 광물이 얼마든지 널려있다. 스마트폰 생산에 들어가는 희토류. 지구에도 존재하는 이 자원이 희귀한 건 추출과정에서 유발되는 막대한 환경오염 때문이다. 헬륨3의 채굴 가능성은 달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헬륨3을 사용할 수 있다면 리튬을 통해 삼중수소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 생략되고, 방사능을 지니는 삼중수소와 달리 핵융합 과정에서 1그램으로 석탄 약 40톤에 맞먹는 청정 전기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이 희귀물질들을 지구까지 운반하는데 드는 천문학적 비용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우주기술의 개발로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
자원고갈과 환경훼손의 문제 해결을 위한 인류의 달 탐사는 이제 바빠질 것이다. 달에 매장된 자원 가운데 경제성이 있는 대상과 입지를 찾는 지금의 탐사단계가 지나면, 영토확보를 위한 경쟁이 이어질 것이다. 달의 표면이나 지하의 영역에 대한 소유권 경쟁이다. 그리고 나면 채굴된 자원을 지구로 실어나르거나 우주탐사에 활용하게 될 것이다. 이 단계가 지나면 달은 자원채굴의 대상에서 탐구와 정착의 대상으로 바뀌게 된다. 달 탐사가 마치 20세기 초 제국주의 건설을 위한 식민지 개척에 비유되는 이유다.
나로호 성공에 이어 작년 10월 누리호로 발사체 독자개발의 결실을 거둔 우리 정부도 10년 계획의 스페이스 파이오니어 프로젝트에 착수와 함께 미국 주도의 달 탐사프로젝트 아르테미스의 열 번째 참여국이 되었다. 올해 8월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탐사가 시작된다. 스페이스X사의 로켓에 실려 발사되는 이 무인 달 궤도 탐사선(KPLO)은 약 1년간 달 주위를 돌며 달 표면 관측과 우주 인터넷 실험 등을 하게 된다. 세계적 학술지에선 금년도 각국의 달 탐사계획에 KPLO를 포함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우주발사체 누리호의 2차 발사도 예정되어 있다. 작년 1차 발사에서 목표로 했던 모사체의 궤도 안착이 이번에 성공하면 한국은 미국, 러시아, 유럽,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7번째로 중량 1톤급 실용위성 발사국이 된다. 신뢰성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도 궤도에 오른다. 인류의 미래는 우주에 있다. 작년이 화성 탐사의 해였다면, 올해는 인류의 시선, 우리의 관심도 달로 향한다. 어마어마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 우주탐사의 현장을 지켜보자. 출발은 늦었지만, 신대륙을 향한 항우연의 도전에 성원을 보낸다.
달의 재발견
1957년 소련이 먼저 스푸트니크 1호로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했다. 충격에 빠진 미국은 NASA를 설립해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 해 실리콘 밸리에서는 페어차일드 반도체가 설립되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1960년대 안에 인간을 달에 보낸 뒤 무사히 귀환시키겠다는 ‘문샷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아폴로 프로젝트는 초보 단계였던 컴퓨터 산업의 성장을 촉진했다. 사령선과 달 모듈에 탑재된 최초의 집적회로가 MIT와 방위산업체인 레이시온, 페어차일드에 의해 개발되고, 소프트 엔지니어링이 등장했다. 우주가 선사한 기술혁신이었다. 소련이 해체되자 패권 경쟁은 시들해졌다. 그런데 달이 지니는 매력이 기술적 파급효과뿐일까.
“달로 돌아갈 시간이다. 이번엔 머물기 위해서다.” 달을 보는 인류의 시선이 바뀌고 있다. 2020년 9월. NASA는 아폴로 프로젝트 이후 58년 만에 달에 인류를 보내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대한 계획과 예산을 공개했다. 여성 우주인을 처음으로 달에 보낸다는 이 계획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 이름인 아르테미스. 2024년 여성이 포함된 착륙선이 달에 내리고, 2028년엔 기지가 건설된다. 100억 달러면 달에 거주지를 만들 수도 있다는 NASA의 자신감은 향후 4년간 280억 달러를 쏟아붓고 남극의 빙하를 집중적으로 조사한다. 스페이스X 등 민간부문의 억만장자들이 주도하는 루나 게이트웨이 프로젝트도 올해 시작된다. 달 궤도에 설치될 이 새로운 우주정거장에는 4명의 우주인이 체류하고 6일에 한 번씩 공전한다. 2033년까지 모두 13개의 엔진모듈이 발사되는 게이트는 심우주로 향하는 전진기지다. 달을 지구의 일곱 번째 대륙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각국의 달 탐사 경쟁이 다시 불붙은 이유는 무얼까? 달은 인간이 화성과 그 너머의 행성들, 심우주를 탐사하기 위한 시설물, 생명유지시스템 등의 능력을 검증하는 전초기지이기 때문이다. 후발국들까지 경쟁에 뛰어드는 데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자원의 개발이다. 희토류, 헬륨3, 티타늄과 알루미늄, 철 등의 광물이 얼마든지 널려있다. 스마트폰 생산에 들어가는 희토류. 지구에도 존재하는 이 자원이 희귀한 건 추출과정에서 유발되는 막대한 환경오염 때문이다. 헬륨3의 채굴 가능성은 달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헬륨3을 사용할 수 있다면 리튬을 통해 삼중수소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 생략되고, 방사능을 지니는 삼중수소와 달리 핵융합 과정에서 1그램으로 석탄 약 40톤에 맞먹는 청정 전기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이 희귀물질들을 지구까지 운반하는데 드는 천문학적 비용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우주기술의 개발로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
자원고갈과 환경훼손의 문제 해결을 위한 인류의 달 탐사는 이제 바빠질 것이다. 달에 매장된 자원 가운데 경제성이 있는 대상과 입지를 찾는 지금의 탐사단계가 지나면, 영토확보를 위한 경쟁이 이어질 것이다. 달의 표면이나 지하의 영역에 대한 소유권 경쟁이다. 그리고 나면 채굴된 자원을 지구로 실어나르거나 우주탐사에 활용하게 될 것이다. 이 단계가 지나면 달은 자원채굴의 대상에서 탐구와 정착의 대상으로 바뀌게 된다. 달 탐사가 마치 20세기 초 제국주의 건설을 위한 식민지 개척에 비유되는 이유다.
나로호 성공에 이어 작년 10월 누리호로 발사체 독자개발의 결실을 거둔 우리 정부도 10년 계획의 스페이스 파이오니어 프로젝트에 착수와 함께 미국 주도의 달 탐사프로젝트 아르테미스의 열 번째 참여국이 되었다. 올해 8월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탐사가 시작된다. 스페이스X사의 로켓에 실려 발사되는 이 무인 달 궤도 탐사선(KPLO)은 약 1년간 달 주위를 돌며 달 표면 관측과 우주 인터넷 실험 등을 하게 된다. 세계적 학술지에선 금년도 각국의 달 탐사계획에 KPLO를 포함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우주발사체 누리호의 2차 발사도 예정되어 있다. 작년 1차 발사에서 목표로 했던 모사체의 궤도 안착이 이번에 성공하면 한국은 미국, 러시아, 유럽,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7번째로 중량 1톤급 실용위성 발사국이 된다. 신뢰성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도 궤도에 오른다. 인류의 미래는 우주에 있다. 작년이 화성 탐사의 해였다면, 올해는 인류의 시선, 우리의 관심도 달로 향한다. 어마어마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 우주탐사의 현장을 지켜보자. 출발은 늦었지만, 신대륙을 향한 항우연의 도전에 성원을 보낸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
출처-e대한경제 2022. 1.17[칼럼]
<원문>https://view.asiae.co.kr/article/20211222092424313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