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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보다 더한 위기 온다 - 김태기
2004-07-23
[자료집]국정과제 개발과정의 문제점.pdf
IMF보다 더한 위기 온다 실물경제에 직접 부닥치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국제통화기금(IMF)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의 경제 상황을 절박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듯하다. 대통령이나 집권 여당이 경제 문제를 진지하게 챙기는 모습은 찾기 어렵고, 행정수도이전, 언론 개혁이나 친일파 문제 등에 온통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다. 정부는 위기라는 단어 그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위기는 파탄 상태에 빠진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파탄으로 빠질 가능성이 짙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쩌면 정부는 금융기관이 채무를 갚지 못할 정도의 파산 상태를 경제 위기라고 보는지 모른다. 외환 부족 때문에 촉발된 1997년 말의 경제 상황을 위기로 생각하고 외환 보유고만 많이 쌓아두면 경제 위기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변하고 싶을지 모른다. 1997년의 외환위기를 1차 위기라고 한다면, 한국 경제는 현재 2차 위기가 진행되고 있다. 1997년 이맘 때 외환위기의 조짐이 있었지만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정치권은 무관심했는데 2004년 현재에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내년 쯤에 가서 2차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1차 위기와 2차 위기의 양상은 다를 것이다. 1차 위기가 재벌기업의 부채가 촉발했다면 2차 위기는 중소기업과 가계의 부채가 위기를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1997년 외환위기는 소수 재벌기업의 과잉 투자와 금융기관의 방만한 대출 관행이 직접적 원인이었다. 그러나 2차 위기는 외환 보유고 부족 등 돈의 문제라기보다는 실물경제의 기반 붕괴와 직결된다. 외환위기는 금융기관에 대한 공적자금의 투입이나 재벌기업 매각 등으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2차 위기는 수많은 중소기업과 가계의 구조조정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국민들의 고통은 훨씬 더 심각하며 오랫동안 지속된다. 2차 위기의 조짐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은 안이하다. 재벌기업은 위기를 대비해 투자를 줄이는가 하면 부동산 처분 등으로 현금 보유를 늘리고 있다. 또한, 대기업에 이어 알짜 중소기업도 중국 등 해외로 나가고 있고 재력을 가진 일반 사람들마저 해외에서 투자처를 찾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시중에 떠도는 돈을 산업자금으로 끌어들이고 해외로 나가는 자금이 국내에서 투자되도록 유인할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과 가계는 연쇄 부도와 연쇄 파산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 문제도 절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중소기업은 공장을 매각하려고 해도 인수할 사람이 없어 구조조정조차 하기 어렵다. 가계 또한 마찬가지다. 장사하는 사람은 임차료조차 내지 못해 가게를 팔려고 하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고, 집 주인은 임대료를 낮추더라도 세입자를 구하려고 하지만 여의치 못해 대출금 상환을 걱정하고 있다. 금융기관은 부실자산 문제를 우려하지만 결국 흔들리게 된다. 위기 극복의 첫째 수칙은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신속하게 대응 방안을 만드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평상시라면 능히 극복할 수 있는 외부 충격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취약하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현 상황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그 일을 책상에서 통계자료나 보면서 경제정책을 입안하는 관료들에게만 맡겨서는 곤란하다. 그렇게 되면 1997년 외환위기나 일본의 장기 복합불황 사태의 전철을 밟기 십상이다. 위기 극복을 하는 데 즉흥적인 대책은 금물이다. 최근 대통령은 수도이전 문제를 갑자기 건설경기 부양과 직결시켰다. 이것은 오히려 위기 관리를 담당할 정부에 대한 경제 주체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기 쉽다. 수도이전 문제가 안고 있는 불확실성 문제나 사회 갈등 문제가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은 제쳐두고 정부의 계획대로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위기 극복은 시간적으로 실기하고 위기를 초래한 문제는 여전히 남거나 오히려 악화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 교수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4. 7. 23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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