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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관계 역사인식 절실 - 김경민
	2004-07-23
	[자료집]탈원전정책이 몰고올 미래.pdf
한·일 관계 역사인식 절실 노타이 차림으로 진행된 한·일 정상회담은 복잡한 의전 절차를 생략한 실무 중심의 셔틀외교 시대임을 보여주었다. 작년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이후 9개월 만에 얼굴을 맞댄 양국 정상은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양국 관계 증진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북한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최근 급진전을 보이고 있는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 재개 움직임은 평화적 해결 전망에 일말의 희망을 던져주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대통령 안보 보좌관은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이 핵포기를 한다면 대단한 선물을 받을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주변 여건들이 상당히 좋아지고 있다. 중국이 주도권을 쥐고 추진하고 있는 6자회담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만남의 장을 제공했다는 데 큰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은 북한이 경제적으로 크게 도움 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훨씬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일본과 국교정상화를 하게 되면 그에 따른 엄청난 액수의 보상금이 악화 일로의 북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고, 북한은 개혁·개방 속도를 한층 가속화하게 될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주역이라면 일본은 북한이 갈급(渴急)해하는 경제 지원의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북·일 국교정상화 문제와 북한의 핵 폐기는 협상 내용에 따라 큰 진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피랍 일본인 문제가 어느 정도 일단락된 고이즈미 정권도 큰 걸림돌 없이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에 나설 것이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역시 자신의 재임중에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를 마무리짓겠다는 포부이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고이즈미 총리 때 국교를 정상화하지 않으면 미래가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므로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판단된다. 약 100억달러 정도에서 협상이 오갈 것으로 예측되는 보상금은 북한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고 일본은 핵폐기를 전제조건으로 국교정상화를 추진할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밝은 편이다. 또 하나, 이번 회담의 성과로 꼽을 수 있는 내용은 두 나라의 교류가 더욱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일 국교정상화 40주년이 되는 2005년을 ‘한·일 우정의 해’로 선포한 이번 회담은 문화 교류의 확대뿐만 아니라 비자 면제 등 교류의 형태가 더욱 더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이미 김포와 하네다(羽田)간 셔틀 비행기를 운항하고 있는 두 나라는 일일생활권 영역으로 더욱 가까워져 양국간 교류는 그 어떤 나라보다도 활발하다. 2003년 통계로 180만명의 일본인이 한국을 방문해서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38%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를 가장 많이 찾는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은 지정학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설정하는 일은 중요한 외교정책임에 틀림없다. 다만, 보다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일본의 올바른 역사 의식 정립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한국 국민이 원하지 않고 중국마저 불만을 표시하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는 한·일간 우의를 더욱 돈독히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말로만 한·일 간의 우의를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불행한 역사에 대한 진솔한 반성이 뒤따를 때 진정한 용서와 상호 신뢰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실무외교적 성격의 셔틀외교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일 정상의 빈번한 만남은 물론 중국과도 셔틀외교를 전개해 한·중·일 세 나라가 공동 번영과 평화 창출을 위해 더욱 긴밀히 협력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김경민 (한양대 국제정치학 교수 / 시민회의 정책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4. 7. 23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