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회 무역의 날 기념식, 뉴스 초점이 되다

무역의 날은 1964년을 시작으로 12월 6일 58회를 맞았다. 첫 번째 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수출의 날’로 정했다. 1억 달러 수출을 기념하는 축사에서 그 결기를 느낄 수 있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하인리히 뤼프케 서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으로 행사장에 참석하지 못했으나, 장기영 부총리가 대독한 축사를 통해 “오늘 평소에 우리들의 숙원이던 억대 수출의 달성을 보게 됨에 즈음하여, 나는 수출증진이라는 국가 지상의 과제를 이룩하기 위하여 제일선에서 애써 노력한 수출업자와 생산업자 여러분은 물론, 온 국민 여러분과 더불어 충심으로 기뻐해 마지않는 바입니다”라고 그 감격을 술회했다.

한편 2021년 제58회 무역의 날 1조 2000억 달러 수출로 그 규모가 격세지감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 마음은 어둡기만 하다. 퍼주기 좋아하다 국가는 빚 덩이가 되었다. 중국, 북한, 국민 퍼주기…. 동아일보 사설(12월 6일)은 ‘文 정권 5년간 예산 50%, 빚 60% 증가… 與野 모두 공범이다’라고 했다. 산업생태계는 붕괴되고, 소재 산업은 빚에 휘둘리고, 국가 경쟁력은 점점 떨어지고, 노동자 개인의 정체성이 상실되고, 사회의 다양성은 축소되고, 국가는 하향평준화 길을 걷고 있다.

소득주소성장, 주 52시간 노동제, 최저임금제 등은 자유주의 시장경제에 익숙하지 않는 정책들이다. 이젠 대기업에 번 돈으로 ‘기본소득제’까지 들먹인다. 사회주의, 공산주의 문화가 턱밑까지 밀치고 들어온다. 문재인 청와대는 국민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지 않았다.

조선일보 사설(12월 7일)은 “‘무역으로 선진국’ 뭐 도운 게 있다고 공치사하나”라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 생각은 다르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연이은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무역의 힘으로 선진국이 됐다”며 “그러나 이런 소중한 성과마저도 오로지 부정하고 비하하기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의 평은 “기업인의 노력이지 ‘정부가 보태준 것은 하나도 없다’”라고 했다. 이어 “주 52시간 일괄 시행, 친노조 편향의 노동 3법 개정 등 수 많은 규제로 기업들을 위축시켰다. 더욱이 산업재해 때 CEO까지 구속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위시해 기업주·법인을 형사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법규가 2600여건에 달하는 반기업 환경을 만들었다. 탈원전을 한다며 원전 수출 생태계를 다 망가뜨려 놓은 것도 이 정부다”라고 했다.

필자가 언급하는 그것 이상이다. 문재인 청와대는 노동을 사회주의 관점에서 본다는 측면이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은 사용가치(use value)에 충실한 노동이 아니라, 교환가치(exchange value)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논리이다. 물론 마르크스 입장에서 보면 자본은 죽은 노동이고 착취의 결과이다. 자본가는 ‘절대적 노동시간 연장’으로 착취를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기업가 정신은 노동현장에서 제외시킨다. 주 52시간 노동 제약으로 자본가가 노동을 착취할 수 없게 한다고 한다. 문제는 사용가치로서만 노동을 평가한다는 측면이다. 현재 노동 상황은 다양화돼있다. 현재 기업체에서 하는 노동은 R&D를 강화시킴으로써 노동의 질은 양적으로만 평가할 수 없게 됐다. 물론 청와대는 앞으로 인공지능(AI)의 도움으로 노동의 질이 같아진다는 논리다.

현실은 전혀 다르다. 정부의 시간 통제로 연구소에는 불이 일찍 꺼지는 곳이 늘어난다. 청와대는 마르크스의 관점에서 노동의 의미를 폄하시킨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라인을 관리하는 노동자는 노동의 질을 떨어뜨리고, 노동생산성 향상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임금은 계속 올라가는데, 노동생산성은 오히려 떨어진다.

시도 때도 없이 노조와 정치권력이 패거리가 돼 노동현장을 통제하려고 한다. 청와대는 기업가의 자유도를 계속 낮춘다. 그들 군상은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현실을 망각케 한다. 자신들은 이념과 코드의 특수성을 가지면서, 노동현장에는 일반성 잣대만으로 평가, 측정하려고 한다.

바른사회TV 조전혁 서울시 혁신공정교육위원장(2021년 8월)은 “평준화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에서 “시도 교육감 17 곳 중 14개가 전교조 교육감이 들어섰다”라고 했다. 그 결과 교육의 평준 하향화, 교육의 획일화 등이 이뤄졌다고 한다. “교육에서 수월성(秀越性)이 없어지고, 특성화 교육은 이념 교육장으로 변하고, 교사들에게는 서류 정리 짐만 늘어난다”라고 한다.

부모의 생각은 교육감과 다를 것이다. 그들은 교육에서 창의성과 효율성을 배워와 자신의 적성을 발휘해, 앞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원한다. 그게 공교육의 기본목표이다. 교사가 학생을 불쏘시개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학도를 도구로 사용하지 말라’라는 언론인 최석채 선생의 말이 맞다(매일신문, 1955년 9월 13일자).

모든 행동이 이성과 합리성으로 가는 데는 평가를 정확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사다리가 굳건하게 정립된다. 조 위원장은 현 교육의 첫째 문제로 평가 체제가 무너졌다고 한다.

사회학자 파슨스(Talcott Parsons)는 행위자가 만나는 문화는 ①행위자, ②상황(situation), ③문화 패턴(cultural patterns)이 있다고 했다(The Social system, p.47). 더 구체적 문화의 수준에서 ①인지적 아이디어 혹은 믿음의 체계 ②조정·평가의 패턴 체계(systems of adjustive patterns) ③통합 패턴의 체제 혹은 가치 성향의 규격 체제(systems of integrative patterns or value orientation standards) 등의 과정을 언급했다.

물론 행위자는 자유와 책임, 독립성의 성격을 전제로 한다. 노동이든, 교육이든 이런 과정을 습득하도록 한다. 그러나 행위자의 임의적 행동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 즉 감각세계에 들어오는 것만을 수용하고, 그것에서 취사선택하는 것이 된다.

포퓰리즘은 이 모델에서 별로 멀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다음 단계인 조정·패턴의 패턴 체계는 객관성, 공정성 등의 요소를 포함시켜, 인과관계를 찾아내고, 이성과 합리성의 근거를 찾아낸다. 이 단계에서 주의 집중(the cathectic aspect)을 시키고, 평가를 하게 한다. 칸트가 말하는 선험적 통합(synthetic a priori)이 동원이 된다. 경험의 시간과 공간의 기하학이 만난다. 교육은 그 과정을 훈련시킨다.

교육자든, 노동자든, 기업인이든 각자의 역할 범위를 정하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자기 정체성을 확립시킨다. 이로 인해 사회는 분화의 과정을 거치고, 전문화·다원주의 사회로 이전이 된다. 그러나 정치색이 들어가지면 그 문화는 평준하향화의 길을 걷는다.

명료한 역할은 개인에게 역할 기대(role expectation)를 요구하게 된다. 서로 다른 가치는 사회 내에서 가치 정향 규격 모델을 만들어낸다. 그게 가능하면, 선진된 공산주의 길을 걷게 된다. 물론 그 사회는 유토피아임에 틀림이 없으나, 레닌, 스탈린, 모택동, 김일성 등과 같은 완전 통제의 공산주의 사회는 절대로 아니다.

‘무역으로 선진국’은 그 물적 토대를 마련해준다. 그래서 가치 성향 규격 모델 체제 단계는 개인의 정체성 확립은 물론이고, 공동체의 구성원과의 소통이 가능하게 된다. 그 후 통합 패턴의 체계는 서로 학습을 통해 나눔이 가능하게 되고, 공동체의 문화가 형성된다.

1964년 박정희 전 대통령은 6.3 한일청구권 논쟁의 소란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회를 위한 물적 토대를 만들기 위해 ‘수출의 날’을 지정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각국과의 FTA를 서둘렀다. 그러나 58회 ‘무역으로 선진국’은 자신들의 이념과 코드 문화에서 온 것임으로써, 물적 토대를 허무는 단계에서 행사를 치렀다. 제58회 무역의 날 뉴스 초점이 이렇게 이뤄진 것이다. 청와대의 진정성 없는 립 서비스는 끝낼 필요가 있다.

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
출처- 천지일보 2021. 12.12[칼럼]
<원문>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930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