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금리 끝…고통 더 키울 포퓰리즘

요소수 대란으로 대한민국이 멈출 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났다. 중국은 10월 11일 '수출 전 검사 의무화'를 고시했다. 중국의 움직임을 미리 알아챈 다른 나라는 이미 9월에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정부가 조기경보의 역할을 하겠다고 나섰다. 조기경보도 중요하지만, 조기경보가 공급망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요소, 실리콘, 리튬, 마그네슘 등 1088개 품목의 중국 의존도가 높다고 한다. 이로 인해 주요 전략산업인 화학, 2차전지, 반도체, 철강, 기계 등의 공급망이 위협받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 등 공급망을 위협한 지는 오래됐다. 희토류 문제에 대한 일본의 노력은 검토 대상이다. 미국은 공급망 분석을 통해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들과 같이 자원외교를 통한 자원 확보, 관련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 대체기술 개발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자원외교가 절실한 때에 관련 공공기관들이 통폐합돼 자원 개발 기능이 축소됐다. 자원외교가 없는 상황에서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자원을 확보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공공의 역량이 부족하면 민관 협력 체제를 구축해 전략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힘에 의존한 중국의 통상정책은 중국이 주장하고 있는 자유무역과 다자주의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중국은 행동으로 자국의 체제가 시장경제의 체제에서 벗어나 있음을 증명했다. 미국이 제기하는 중국의 산업재산권 보호 문제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과제다. 중국 내 투자 조건으로 기술이전을 강제하는 정책은 우리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가 중국에서 고도 기술을 필요로 하는 상품을 생산한다면 기술이 중국으로 이전돼 우리의 숨통을 조일 것이다.

중국은 자국 내 중간재 생산 비중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중국은 중간재의 대외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중국은 세계 시장의 역할보다는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백색가전과 섬유산업이 넘어가고, 휴대폰 생산이 넘어갔다. 철강, 조선, 석유화학에서 배터리와 반도체까지 전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도전받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명확하지 못한 정책으로 주요 산업의 정치적 위험만 가중될 뿐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기업을 위험에 빠뜨린다. 중국과의 관계가 이 상태로 지속되면, 우리나라 경제는 상생의 길로 가는 것이 아니라 고사한다. 혼자서 중국의 보복으로 시달리기보다 힘을 모아야 한다. 이미 미국, 호주, 일본 등 주요국들은 동맹과 함께 다자간 통상외교 노력에 동참했다. 세계의 공급망을 주도하는 국가가 일방적인 조치를 통해 수입국에 피해를 주는 경우,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다자간 국제협약을 추진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취약한 원자재 분야에서 동맹적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미 동맹을 넘어선 경제 동맹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의 중국이 아니라 시장경제로 전환된 미래의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 정부가 외교적 해법을 내놓고 자원 확보 및 기술 개발을 위한 기업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들과 머리를 맞대고 정밀하고 실효성 있는 종합대책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출처- 매일경제 2021. 12.1[칼럼]
<원문>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1/12/11064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