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개정, ‘신문방송윤리위’에서 자율규제가 바람직하다

‘제 버릇 x주나’라는 말이 있다. 문재인 청와대는 입법, 사법, 행정을 한 손에 움켜쥐고, 쥐락펴락한다. 그리고 언론 탄압도 ‘무식, 무능, 무대뽀’로 고소, 고발을 서슴없이 자행한다. 집권 초기부터 ‘평화선언’ ‘종전선언’하더니 끝까지 유엔에 가서 ‘종전선언’을 외쳤다. 그 행위에도 한이 차지 않는지, ‘언론중재법 개정’으로 ‘기사열람차단 청구권’ ‘징벌적 손해배상제’까지 시도하려고 한다. 이젠 그 광기에서 벗어나, 이성과 합리성의 길을 갈 필요가 있다.

청와대 마음속은 끝까지 ‘낮은 단계 연방제’ ‘의원내각제’ 사고를 버리고 싶지 않다. 그 오기의 마음이야 누가 모르겠나? 그러나 오늘 이 세상을 등져도 자손과 나라를 생각하는 것은 동물과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 정신은 ‘열린 민족주의’로 귀결이 된다. 자연법, 즉 이성에 근거한 합리적 행동이 제격이다.

이 분위기는 칸트의 ‘영구평화론’ ‘판단력 비판’에서 그 근거를 찾으면 정확하다. 그의 ‘판단력 비판’에서 ‘최고선’으로 가는 과정을 설명했다. 지고선은 개인의 행복과 도덕적(이성적) 실천, 즉 덕이 함께하는 경지이다. 이때 지적 판단이 가능하고, 그리고 선험성에 기초한 진선미, 성스러움, 화해 등 종합이 가능하다. 선험성은 지적 능력 향상의 경우 보편성을 지니게 한다. 그 상태에서 ‘영구평화’, 즉 ‘종전선언’이 가능하다.

칸트는 최고선을 4단계로 설명했다(‘판단력 비판’, Amazon, 2004: 85〜86). ① ‘동의할 수 있는 것(agreeable)’이다. 이는 진리를 밝히는 논거를 제공한다. 화해의 가치가 여기서 기초가 되나 아직 양적인 측면이 강조된다.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감각의 세계를 무비판적으로 받으면서, 혹은 비판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정치인은 포퓰리즘(sensible world)으로 이를 잘 이용한다. 여전히 자신의 이익에 근거해 이야기를 한다. ‘동의 할 수 있는 것’은 우선 정보에서 공정성, 객관성이 필요하다. 이것이 부족하다면 ‘가짜 뉴스’가 양산된다. 기자 개인은 습관적으로 확인도 없이 보도하거나, 중요한 정보를 누락하거나, 사실을 비틀어 이념을 주입시킨다. 그걸 언론사 기구가 습관적으로 용인한다. 물론 사내에 ‘심의실’이 있고, 신문윤리위원회가 있으나, ‘경고 차원’에 머무르면서 ‘가짜 뉴스’를 걸러내지 못한다.

② ‘아름다움(beautiful)’은 ‘동의할 수 있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판단과 이익과는 조금 거리를 둔다. 첫 단계에서 넘어선, 즉 질적인 요소, 탐미적 요소를 포함한다. 그러나 이것은 문화의 영역에서 전파하고, 교육하고, 나누는 과정에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③ ‘숭고함(sublime)’의 단계가 존재한다. 이것은 초감각적 적용(super-sensible) 세계이다. 여기에는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포함된다. 그리고 나머지 단계는 ‘최고선(absolutely good)’인 것이다. 이것은 도덕의 영역이고, 선험성을 포함하고, 이성(reason) 지배의 영역이다.

개인의 지적 행복이 도덕적인 것과 만나면 이는 ‘최고선’에 도달할 수 있다. 물론 칸트의 도덕률의 기본은 선악의 개념이다. 에덴동산에서 아담은 율법을 지킴으로써 낙원에서 살았고, 율법을 어겨 실낙원으로 떨어졌다. 이성은 선악의 판단에서 시작하고, 공동체 파괴는 실낙원이고, 공동체 유지는 낙원의 삶이다.

영구평화론는 ‘최고선’의 단계로 끌어올리면 가능하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동의할 수 있는 것’의 단계가 확실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말을 꺼내는 것은 기본 발상에 문제가 있다. 더욱이 ‘가짜 뉴스’ 때문에 ‘언론중재법 개정’을 한다고 한다. 이번 연말까지 시한을 두고, 국회에 언론·미디어제도개선 특별위원회(위원장, 홍익표)를 선출하고, 11월 15일 첫 회의를 열었다.

그렇다면 실제 공영방송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볼 필요가 있다. 신문도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캠프를 방불케 한다. 일부 언론은 ‘대통령 만들기’ 보도, 의원내각제 전도사를 일삼는다. 신문까지 정파성 언론이 득세하면 언론의 환경감시기능은 물 건너간다.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11월 3일)는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영국 전문 조사회사 유고브(YouGov)를 통해 지난 1월 13일부터 2월 9일까지 온라인으로 총 46개국 9만 2372명의 인터넷 이용자를 조사했다. 이중 한국인 표본은 2006명이다. 46개국 평균 38%로 전년 대비 6% 상승했다. 한국은 지난해 21%에서 11% 신뢰도가 오르며 공동 38위(32%)를 기록했다”라고 했다. 지난 4년 반 동안 공영방송은 어떤 보도형태를 가졌는가? 청와대는 ‘언론 소송의 주최가 되어, 소송 만능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 나팔수 KBS를 보자. KBS보도 및 시청자 본부 등 부서에서 수문장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이런 조직에서 감각적(sensible) 내용은 편파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도, 초감각적(supersensible) 측면이 부각될 수 없었다. 그리고 칸트의 3, 4단계의 최고선의 경지는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었다.

KBS노동조합 성명(11월 17일)은 “양승동 사장이 1989년 시사교양 PD 공채16기로서 KBS에 입사한 후 KBS 프로그램의 총기획자이면서 연출자인 프로듀스로서의 제작활동이나 이력보다는 KBS 안팎의 정치투쟁이나 각종 정치활동을 더 열심히 한 ‘정치 프로듀스’였다는 것이 세간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한편 2018년 10월 8일 기준으로 볼 때 최근 사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의철 당시 보도본부장, 주간, 시사제작국장 등 국, 부장 20명 중 50%인 10명이 특정지역 출신들로 채워졌다. 시청자 본부 안에서 재원, 재무, 예산 등 KBS 돈줄을 쥐고 있는 주요 보직자의 상당수가 특정지역출신이었다… 민노총 양승동아리에 이은 향우회 인사 참사가 양승동 수익률 경진대회의 본질이었다”라고 했다.

이런 조직에서 나오는 콘텐츠는 당연히 수준 이하의 내용물이 될 수 있다. 물론 사내 심의실에서 걸러내면 가장 좋다. 아니면 방송심의위원회, 언론중재위원회, 신문윤리위원회 등에서 견제기구로 작동할 수 있다. 미디어오늘(11월 10일)에 의하면 “신문윤리위원회 언론인 자율 감시 기구는 제재로 주의, 경고, 공개경고, 정정, 사과, 관련자에 대한 윤리위원회의 경도 등으로 나눴지만 제재의 법률적 효력은 없다”라고 했다. 이들 제재는 솜방망이 경고 수준에 머물렀다. 그렇다면 그런 자율적 규제는 접을 필요가 있다. 1980년 이후 그들이 해온 행태는 반복할 필요가 없다. 더욱이 언론중재위원회가 필요하다면, 언론중재법을 폐지하고, 언론중재 기능만 전담하면 된다. 중재권까지 줘 기존업무 플러스 ‘기사열람차단 청구권’ ‘징벌적 손해배상죄’까지 준다면 문제가 있다. 이는 사법기구 권한까지 주게 되는 것이다.

신문윤리위원회는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만든 언론인 자율 감시 기구다. 이곳에 방송협회가 들어가고 명칭도 신문방송윤리위원회로 변경시킬 필요가 있다. 이 기구에는 명실상부한 자율 규제를 원칙으로 하고, 정부 임의권력이 작동하지 못하도록 차단할 필요가 있다. 지금 정치권은 입법, 사법, 행정이 한 정파성에 의해 지배되고, 이젠 밖에 있는 언론까지 통제를 하니, 중국과 북한 같은 권력광풍사회로 가고 있다. 언론만이라도 자유와 독립을 지키는 기구가 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
출처- 천지일보 2021. 11.21[칼럼]
<원문>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924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