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의 공유경제

자유 시장에 맡기는 서구문화와 정치적 해석을 달고 싶어 하는 동양문화는 전혀 다르다. 영화는 그냥 보고 즐기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사물인터넷 시대에 맞는 해법이다. 그 원리가 인터넷 시장의 ‘공유경제(sharing economy)’를 달성하는 길이 된다.

프랑스의 정치학자, 역사가 그리고 법관이었던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은 신생 미국에 7개월 동안 여행을 했다. 여행 후 ‘미국의 민주주의(Democracy in America, 1835)’라는 책을 남겼다. 그는 가장 인상적인 미국의 모습에 대해 ‘누구나 정보를 평등하게 가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사실을 바탕으로 국경을 넘어갈 수도 있게 했다.

토크빌이 본 미국은 부의 불평등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정보를 나눈다는 점이다. 아이디어의 ‘자유로운 시장’이 적용된다. 그들은 저작권을 엄격하게 하고, 다른 것들의 정치적 개입은 가능한 피했다. 영상제작자는 시장에서 평가를 받고, ‘시장에서 자기 검증 원리’를 작동시켰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타인에게 다가가는 행동은 미국인들에게 대환영이었다.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도 그 하나였을 것이다. 더욱이 ‘오징어게임’은 한국, 중국, 북한 등의 정치게임 문화를 잘 반영하고 있어, 서양인의 호기심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들은 넷플릭스 영화를 뚫어지게 봤을 것이다. 우한(武漢) 코로나19로 세계를 강타시킨 그 문화에서 그들은 유교문화권의 정치 지향적 속성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공산주의(共産主義)의 문화가 과연 생명력이 있을지 예측도 했을 것이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보는 ‘오징어게임’은 습관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영화관이나, 비디오 대여로 팝콘과 코카콜라를 들고 ‘just fun’이라고 했을 것이다.

토크빌에게 그 점이 눈에 띄었음이 틀림 없다. 당시 고속윤전기가 나온 후 1페니의 신문을 사서, 노동자들이 신문을 탐독하고 있었다. 영국과 프랑스 같은 곳은 상상도 하지 못할 문화였다.

미국과 서구 문화와는 달리, 중국과 북한은 ‘오징어게임’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싶다. 북한은 지도자 동지들이 비디오를 돌려보고, 자기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했다. 그들은 영화를 정치적 관점에서 보는 것이 습관화 돼 있다. “남조선은 지배와 착취의 문화이고, 반드시 남조선 인민들의 고통스런 삶을 하루 빨리 ‘해방’으로 이끌어야 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북한 체제는 어느 사회보다 승자 독식 사회이다. 그들은 국민의 생명, 자유, 재산 등 기본권에 관심 자체가 없다. 자나 깨나 승자독식의 ‘오징어게임’을 한다.

중국은 ‘오징어게임’에 대해 퍽 조심스럽다. 그들은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막고 싶다. 자신들의 이념과 코드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박수찬 베이징 특파원(2021.10.21)은 “시 주석은 주석이 내년 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하고, 4연임까지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라고 했다. 벌써 ‘3연임 앞둔 시진핑, 두달새 지방권력 30% 물갈이’라고 했다. ‘오징어게임’을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박수찬 특파원(10월 21일)은 ‘中이 아무리 막아도… 오징어게임 검색 20억 건 넘었다’에서 “공식적으로 중국에서는 오징어게임은 ‘상영 불가 드라마’다. 중국 당국이 외국 콘텐츠의 유입을 막기 위해 운영하는 ‘인터넷 만리장성’ 때문에 넷플릭스에 접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시청자들은 인터넷 우회 접속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동영상 사이트에 불법으로 올라온 오징어 게임을 시청하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도 신경이 쓰인다. ‘오징어게임과 같이 승자독식을 하는 사회가 되니, 내용도 걸리고 시장 개입도 하고 싶다. 이게 오징어게임의 내용이다. 이렇게 중국과 북한, 청와대 등이 아시아 문화권의 판박이 생각을 갖고 있다. “文 ‘글로벌 폴랫폼 책임 다해야’”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중국, 북한, 청와대가 같은 코드이고 싶다.

매일경제신문 나현준 기자(10월 20일)의 “대박난 넷플릭스의 ‘망 무임승차’… 법으로 강제나선 정부”에서는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0일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넷플릭스 망 사용료 납부 의무화 법안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임혜숙 오징어게임’ 덕분에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의 신규 가입자 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독자 수가 정체 상태에 접어들 것이라는 업계 전망을 오징어게임이 완전히 뒤집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연간 1000억원(업계 추정치)에 달하는 ‘국내 통신망 사용료’를 일절 납부하지 않고 있다. 1심 패소에도 불구하고 항소하면서 무임승차로 일관하자,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국회까지 연일 강경 방침을 밝히고 있다”고 했다.

넷플릭스가 그걸 세계인에게 틀어대고 있으니, 불편하기 짝이 없다. 세계일보 황정미 편집인은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그는 “‘오징어게임’이 된 대선(10월 19일)”이라고 했다. “국가 미래 권력을 뽑는 대선이 검찰과 공수처 칼끝에 달린 건 유감이다. BBK 주가조작 사건에서 봤듯 칼끝이 무뎌지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튼 전례가 적지 않아서다. 그래서 불길한 예감이 든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진영별로 패가 갈려 사생결단식 싸움을 벌이는 오징어 게임으로 끝날 것 같다고….”

정치 현실이 그렇다. 권력의 핵심 이데올로기를 창출하는 KBS의 ‘진실과 미래위원회’와 MBC의 ‘정상화위원회’의 비명이 들린다. 그게 ‘오징어게임’의 실체이고, 현재 정치 현실이다. KBS 노동조합 성명(10월 18일)인 ‘통합과 사랑 그리고 탕평할 수 있는 KBS 사장을 뽑아주십시오’에서는 “KBS인들은 지금 지쳐있습니다… 3여년 전 양승동 사장이 취임하자 우리의 소중한 직장 KBS에는 완장을 찬 홍위병들이 설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KBS직원들을 적폐와 양승동아리로 갈라쳤습니다. 그리고 적폐로 몰린 직원들에게는 좌표 찍고 가혹한 보복과 망통합과 신주기, 조리돌림 행위가 버젓이 벌어졌습니다… 진실과미래위원회를 만든 뒤부터는 아예 대놓고 보복행위를 일삼았습니다”라고 했다.

바른사회TV 윤상철 전 단국대교수(10월 20일)는 ‘공짜 경제학과 공유경제’에서 “현재는 물건이나 공간, 서비스를 빌리고 나눠 쓰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기반의 사회적 경제 모델이라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고 했다. 사물인터넷 시대는 서로 국경을 넘는 문화이며, 토크빌이 본 1937년 미국 사회였을 것이다.

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
출처- 천지일보 2021. 10.24[칼럼]
<원문>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914266